[미국 하와이,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이 4일(현지시간) 테크서밋이 열리는 미국 하와이 그랜드와일레아 호텔에서 한국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어 한국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최근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와 퀄컴의 분쟁에 있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으나, 퀄컴은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한국과 함께”

아몬 사장은 최근 공정위와 퀄컴의 분쟁에 따른 한국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아몬 사장은 “퀄컴과 한국은 오랫동안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CDMA(코드 분할 다중 접속,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세계 최초 앱스토어인 브류, 브로드밴드 CDMA, MTS, 나아가 4G LTE 시대까지 (퀄컴에게는) 미국과 한국이 먼저였으며, 당연히 5G의 경우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어떠한 것도 퀄컴과 한국의 파트너십을 끊을 수 없다고 본다”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아몬 사장의 말대로 한국과 퀄컴은 글로벌 통신 역사를 바꾼 대혁명의 중심에서 함께 협력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CDMA다.

고전 명작인 <삼손과 데릴라>의 여주인공으로 1940년대를 풍미했던 여배우 헤디 라머가 당시 대역확산(Spread Spectrum) 기술을 바탕으로 CDMA 뿌리 기술을 개발했으나, 이후 3G 시대를 맞이한 통신 업계는 복잡한 기술인 CDMA보다 TDMA(시분할 다중접속, Time Division Multiple Access)와 FDMA(주파수분할 다중접속, Frequency Division Multiple Access)로 급격하게 쏠렸다. 

이 대목에서 퀄컴은 원조 아날로그식 시스템보다 10~20배가량의 수용량이 있는 CDMA가 훨씬 경제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당시 인터넷 강국의 꿈을 꾸던 한국과 만나 다양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퀄컴은 ETRI와 삼성, LG 등의 제조사들과 함께 본격적인 CDMA 상용화 시대를 열었다.

아몬 사장은 한국과의 CDMA 협력에 이어, 5G 정국에서 밀리미터파 협력에도 나서고 싶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밀리미터파는 한국에 수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첨단 기술에 있어 퀄컴은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5G와 밀리미터파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재 퀄컴은 완벽한 5G를 구축하려면 Sub-6는 물론 밀리미터파 모두 5G 주파수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개된 신형 스냅드래곤 모두 SA와 NSA는 물론 Sub-6와 밀리미터파를 모두 지원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밀리미터파가 한국의 지형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아몬 사장은 5G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의미하는 밀리미터파 영역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원하는 분위기다.

퀄컴과 한국의 ‘좋았던 기억’이 여전한 상태에서, 아몬 사장은 현재 진행형인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강조했다. 공정위 이슈에 한 때 삼성전자가 개입하는 등 두 기업의 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으나, 기본적인 믿음은 강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상위 5G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865는 대만의 TSMC, 주력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5G 원칩 스냅드래곤 765의 제작은 삼성전자가 맡는 상황에서 아몬 사장은 TSMC는 물론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퀄컴은 삼성전자와 TSMC 모두와 매우 긍정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삼성 같은 경우 최근 더욱 파트너십이 강화되었다. 14나노부터 10나노, 그리고 7나노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퀄컴은 삼성전자 및 TSMC와 첨단 노드(node)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관련 로드맵을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몬 사장은 “(삼성전자가) 765 및 765G SoC를 제작한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는 KPI(핵심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ex)를 달성하는 측면에서의 전략적 판단도 깃들어 있다.

▲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이 테크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타협하지 않는다”

퀄컴이 삼성전자와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하고 있으나 5G 칩셋에 있어 삼성전자는 퀄컴의 경쟁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9월 5세대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5G 통신 모뎀'과 고성능 모바일 AP를 하나로 통합한 5G 모바일 프로세서 엑시노스(Exynos) 980을 공개했으며 10월 삼성 테크데이 2019를 통해 엑시노스 990과 엑시노스 모뎀 5123까지 공개한 상태다.

중국의 화웨이도 퀄컴의 경쟁자다. 기린 990이 지난 IFA 2019 공개됐으며 리처드 위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기린990과 5G 기린990으로 구성된 기린990 시리즈 칩셋을 공개하며 삼성전자 및 퀄컴의 기술력보다 자사의 경쟁력이 더 우수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아몬 사장은 경쟁사의 ‘실력’도 상당하지만,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퀄컴은 통신기술 전환 과정에 있어서 3G때부터 매우 일관된 로드맵을 구축했다”며 자사의 오랜 노하우를 강조했다. 이어 5G의 진정한 잠재력을 이끌어내려면 스냅드래곤 865처럼 모든 면에서 5G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하며, 이는 5G가 가져올 영상 제작산업의 혁신, 강력한 인공지능, 확장된 사용자 경험으로 무장한 모바일 게이밍 존재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오로지 기술력만 따지는 길을 택했으며, 이러한 행보 자체가 경쟁사의 존재감을 압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아몬 사장은 “경쟁사의 선택을 보면 5G 모뎀을 200Mhz 와이드에서 100MHz 와이드로 다운그레이드 했다”면서 “스냅드래곤 865에 모뎀을 통합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AP와 모뎀 그 어떤 부분에서도 타협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사의 경우 AP나 모뎀에서 일부 타협을 선택해 빠르게 SOC를 구축하지만, 퀄컴은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몬 사장은 “스냅드래곤 865에 모뎀을 통합하지 않은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면서 “지금의 아키텍처가 5G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 크리스티아노 아몬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미래는 어떨까"

올해 테크서밋 현장에는 샤오미, 오포, 모토로라 등 중국 제조사들이 많이 참석했다. 중국의 방대한 시장을 활용하는 한편 5G 시대의 표준이 되려는 퀄컴의 야망과, 새로운 5G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국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며 퀄컴과 중국 기업의 관계가 험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몬 사장은 그러나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진행되고 있으나 5G 발전도 진행중”이라고 말하는 한편 “미국과 화웨이만의 상황은 있으나, 퀄컴과 중국 파트너사들과 관계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5G 확장과 시장 진출 측면에서 퀄컴은 중국 기업과의 관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상황에서 퀄컴의 미래도 어둡다는 지적도 있다. 아몬 사장은 그러나 “5G 무제한 요금제 등 시장의 성과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한편 5G로의 전환 과정에서 스마트폰 전환율이 높아지는 등 분명한 기회는 있다”면서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처럼 하드웨어 폼팩터의 변화도 긍정적인 방향성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몬 사장은 테크서밋 당시 큰 관심을 모았던 보안 솔루션 3D 소닉 맥스에 대해서는 “오토모티브부터 IoT 분야까지 강력한 보안성을 요구하는 분야 어디든 적용가능하다”면서 “플렉시블(flexible) OLED 화면이 탑재된 기기가 늘어나면 3D 소니 맥스의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