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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어느 정도나 벗어나야 벗어나지 않은 걸까?
   

최근 SNS를 통해 농담 같은 얘기지만 인상 깊은 내용이 있었다. 미군, 중국군, 일본군 그리고 한국군의 행동에 대해 중국인이 농담처럼 생각한 내용을 한국 사람이 듣고 글을 올린 것이었다. 병력의 뒤쪽에 있는 사령관이 ‘돌격 앞으로’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사령관은 뒤쪽에 있기 때문에 이동해야 하는 병력 앞에 지형지물이 어떤지에 대해 잘 알지를 못했다. 앞에 커다란 웅덩이, 좀 더 쉽게 얘기가 와 닿을 수 있도록 웅덩이 대신에 지뢰밭을 가정한다. 병력이 급히 전진해야 하는 앞쪽에 지뢰밭이 있음을 발견하고 각국 군대는 어떤 식으로 행동할까 하는 것이었다.

먼저 미국군은 지뢰밭 앞에 멈춰 서서 대기를 하고 사령관에게 누구를 보내서 보고를 하고 명령을 받아와서 움직인다. 보고 후 새로운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동하지 않고 멈춰서 있으면 적군이 공격해 올지도 모르는데도 명령을 끝까지 기다린다. 일본군은 지뢰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내려진 명령에는 복종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어이 지뢰밭으로 들어가서 많은 사상자가 출몰함에도 불구하고 명령을 최우선으로 여기기에 지뢰밭으로 기꺼이 들어간다.

한국군의 행동이 어떨지는 당연히 내 머리 속에서 그려졌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라 여겨진다. 중국군은 어떤 행동을 보일까가 상당히 궁금했다. 중국 사람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여기는 지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다. 중국인의 대답은 ‘제자리 걸음을 걷는다’였다. 한번 내려진 명령을 불복하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지뢰밭에 무모하게 들어갈 수 없으므로, 중국은은 뒤에서 사령관이 보면 열심히 앞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열심히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 걸음을 걷는다는 것이 중국인 스스로 내린 중국인들의 행동방식이었다.

나중에 중국군의 사령관이 가까이 와서 자신의 병력이 명령대로 걸음을 걷고는 있지만, 사령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지뢰밭이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았구나 하고 수정명령을 내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중국인이 생각하는 한국군의 행동은 내 생각 그대로였다. 사령관이 돌격 앞으로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앞에 지뢰밭이 있으면 한국군은 일단 흩어져서 지뢰밭을 우회하여 지나고 나서 다시 병력이 집결하여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었다. 사령관이 집결한 병력을 향해 전진이라 내린 명령을 각자 살기 위해 흩어진 것은 명령 불복종에 해당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진의 목표가 단순히 지뢰밭 통과에 있지 않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간에 어느 정도의 명령 불복종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국사람들이 가진다는 평이었다.

무엇이 해답일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쉽게 풀어 얘기하자면 미국군은 ‘난 명령을 어기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죽을 우려가 있는 지뢰밭은 절대 안가 그러니 명령을 다시 내려줘라’는 말이고, 일본군은 ‘죽는 한이 있어도 명령은 명령이니 죽음을 불사하고 명령대로 행동’하고, 중국군은 ‘명령을 어길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으니 하는 시늉’만 하지만, 한국군은 ‘중간에 명령을 살짝 어기더라도 최종 목표가 우선’이다.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이 중요해

최근 철도 파업과 관련해 외신과 국내 언론의 보도의 비교가 SNS에 공유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철도 파업 관련 내용을 영국의 국영방송에서 다루다니’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지만, 비교 내용을 보자 대번에 속이 상했다. 영국 BBC 뉴스에서의 제목은 ‘철도파업 이틀째, 무기한 파업 이유는’이라는 제목으로 보도가 됐고, 국내 언론에서는 ‘버스에 철도파업까지 겹친 고양 일대 시민들 불편 ‘지속’’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가 됐다. 이를 두고 SNS에 글을 올린 사람은 해외 유력 언론이라 일컫는 곳에서는 ‘파업의 이유’를 말하는 반면, 우리나라 언론은 ‘파업의 불편’만을 말한다고 꼬집었다.

기성세대로 접어들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거북하게 생각하는 말들 중의 몇 가지가 있다. 노조, 파업, 집회, 시위 등이다. 이런 것들은 법으로 보장이 되어 있는 것들로써, 피사용자 입장에서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대부분의 이슈들을 접하게 될 때 ‘언제부터 차가 멈출 수 있’거나 이용자 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인력이 얼마나 투입되는 지에만 관심이 모아지고 당연히 거기에 보도가 집중되기 마련이었다.

반면에 지난 7월 전국의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파업의 경우에는 다소 다른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더운 7월이었기에 더 와 닿았을 수도 있었지만,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뜨거운 불 앞에서 찜질방 수준으로 변한 조리실 내에서 수 많은 학생들의 음식을 조리’해야만 하는 그들의 처지에 공감을 했다. 때문에 며칠간은 도시락을 싸 가기도 하고, 또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이 파업 지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파업이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행되지만,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얼마나 명분을 얻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사용이 ‘그럴 수도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이 형성되지 못했음에도 그 이유가 있다. 궤변 같겠지만,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이라는 목적을 위해 앞에서 얘기한 미국군, 일본군, 중국군 그리고 한국군이 보여주는 행동과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겠다. 목적을 위해 잠시 가까운 길을 둘러가는 것과 멀리 둘러가는 길처럼 물리적인 거리감이 불편을 더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 보이지만, 사실상 물리적인 거리 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서상의 거리가 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당연히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시켜도 다 되는 것이 아니고, 시키지 않았다고 그냥 있어도 안돼

연말이 가까워 지면서 회사에서는 내년도 살림을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한 사업계획을 저마다 세운다. 그러면 당연히 지나온 올해의 결과를 놓고 평가도 받게 되는데, 샐러리맨의 성적표가 배부되는 셈이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인사고과에도 반영되기 마련이다. 실적이 좋은 사업부에서는 축제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인 사업부에서는 피하고 싶은 지옥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무시무시한 눈초리를 가진 그룹 임원진들이 포진한 커다란 회의실에서 각 사업부별로 발표가 이어진다. 때로는 박수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해당 사업부 임원들부터 전 팀원들이 얼굴이 하얘지거나 시뻘겋게 상기된 모습으로 회의장을 빠져 나오기도 한다. 늘상 그랬지만 케뮤니케이션팀은 제일 마지막 순서일 때가 대부분이었다. 숫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었던 지친 임원들이 활력을 받으며 마무리 하는 대장정의 끝이었다.

활력이라고 해서 즐거움은 아니고, 한눈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내용은 늘 날 선 비판의 만만한 사냥감이 되기 때문이었다. 늘 예산이 부족한 형편에 그 안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가면서 일을 한다고 했지만, 늘 비교의 대상은 어마어마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냥감은 ‘시키는 일’의 범주 안에 들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잘 보도가 되었지만 흥행에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이 있었나 하면, 별 것 아닌 것이 여론의 도화선이 되어서 수많은 회자를 불러일으킨 것들도 많았다.

매일 매일 순간 순간 팀 예산이 허락하는 한 포지티브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했고, 부정적인 내용으로 회사의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것이든 막아야 하는 것이 지상 목표였다. 상황이 벌어지면 동물적인 감각으로 바로 튀어나가 대응을 해야지, 하명을 기다리며 시간만 보내다간 영영 대응할 타이밍을 놓쳐버리게 된다. 그래서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키지 않는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커뮤니케이션 일이었다.

‘회사와 한 몸’이라는 무한한 책임의식이 없이는 단 한 순간도 버틸 수 없는 일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다른 팀들은 ‘시키는 대로 일을 잘 했다’는 후한 평가를 받지만, 커뮤니케이션 일은 ‘시킬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기에 박한 평가가 대부분이다. 시킬 수 있는 명령의 한계를 벗어난 일들이 많기에 너도나도 입을 대는 경우가 많다. 정량적인 요인보다는 대부분이 정성적인 측면으로만 구성되었기에 말하기에 따라 최고가 최하로 뒤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그 반대의 경우는 절대로 없다.

고 1 때부터 갑자기 음악에 빠져 작곡 공부를 하고 있던 애가 ‘고등학교 자퇴랑 졸업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나을까?’라며 질문을 던졌다. 얼마 전에 국내 대기업에서 진행했던 ‘청소년 작곡 경진대회’에서 상위에 입상까지 했던 터라 관심 없는 학교 수업보다는 음악에 집중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입상까지 했기에 바로 기획사 전속 작곡가로 활동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 분야 전문가들 속에 있는 것이 더 빨리 성장할 수도 있었다.

“자퇴해서 음악에 집중하고 필요하면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인정받을 수도 있겠지?”

“음악에만 집중하면 아마 실력도 지금보다 훨씬 빨리 늘 수 있어.”

“그것도 방법인데, 지금은 성적에 상관없이 과정만 마치면 졸업하지만, 나중에 검정고시를 보기 위해서는 과락을 피하기 위해, 싫어하는 과목도 엄청 열심히 해야 돼.”

지금은 덜 중요해 보이는 일이라 과감히 버리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야 하는 길에서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다는 생각에 한참을 대화를 이어갔다.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예측가능성이다. 그래서 ‘시키는 일만 잘해도 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늘 변수는 곳곳에서 방해를 하기 마련이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변수를 일일이 보고하고 지시를 받겠다는 것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일 하고자 하는 열정은 없는 것과 같다. 일에 대한 의욕으로 시키는 범주에 들어있지 않은 상황을 헤쳐나가는 길, 어느 정도 벗어나야 벗어나지 않는 것인가 하는 것은 그간 쌓여온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에서 비롯된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12.06  08: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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