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셀트리온은 이미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부문 글로벌 강자다. 주요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를 통해 매출을 확보하면서 신약에 준하는 램시마SC를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매출 200억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는 ‘빅 파마’까지는 거리감이 있지만 셀트리온은 제 갈길을 꾸준히 걷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강자인 셀트리온 성장사와 빅파마 테바 성장사는 유사점이 있다. 테바는 화학합성의약품 복제약(제네릭)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한 후 신약개발을 통해 빅파마에 등극했다. 셀트리온도 같은 사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테바 35년 주력 성장기… 퍼스트 무버 전략 유효

테바는 2018년 실적을 기준으로 글로벌 15위 제약사다. 제네릭 기준으로는 글로벌 1위다. 1980년 매출액 5000만달러에서 수준에서 2015년 197억달러로 약 400배 성장했다. 이후 2017년 224억달러로 매출 최고를 나타낸 후 지난해 17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업은 1901년 이스라엘에서 설립된 100년 이상 역사를 보유한 장수 기업이지만 급격한 성장은 1980년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이뤄졌다. 이전까지 테바는 수입의약품 도매 유통기업이었다.

▲ 테바 매출(단위 억달러). 출처=테바

업계에서는 이스라엘 의약품 시장이 제네릭 중심이고 인구가 800만 명으로 규모가 작아 성장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한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테바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실적이 부진하고 있지만 테바는 제약바이오 강대국인 미국과 유럽 국가의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던 글로벌 10대 제약사에도 포함됐었다”면서 “퍼스트 무버 전략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이스라엘 정부 산업 정책 등이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테바 제네릭 매출액 비중은 미국 51%, 유럽 28%, 기타 지역 21%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테바가 제네릭을 통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퍼스트 무버’ 전략이 꼽힌다. 퍼스트 무버는 특허가 끝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한 효능과 안전성을 나타내는 복제약을 가장 먼저 시장에 출시하는 전략이다. 테바는 400개 이상 제네릭을 판매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바는 2012년 기준 147개 파이프라인 중 103개 제품을 최초 제네릭 후보로 개발하고 있었다. 이 중에서 62개 제품이 퍼스트 무버로 추정됐다.

테바는 1980년대 초 와이즈만 연구소와 신약개발을 시작해 1990년대 중반 글로벌 최초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코팍손’, 파킨슨병 치료제 ‘아질렉트’ 개발에 성공했다. 코팍손은 이후 미국에서 연매출 약 40억달러를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됐다. 제네릭 개발‧유통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대규모 자본과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도 지속해 매출 구조를 다각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는 “테바는 당시 신약개발을 통해 제네릭 중심에서 수익성이 더 좋은 신약 부문까지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퍼스트 무버 활용… 신약 대접 램시마SC 개발

바이오시밀러도 제네릭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퍼스트 무버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시장 점유율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와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는 퍼스트 무버 전략에 성공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1월 트룩시마가 퍼스트 무버로 미국 리툭시맙 시장에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트룩시마는 혈액암 치료제 ‘벤데카’의 유통 채널을 통해 빠르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테바는 미국 시장에 벤데카를 판매 중이다. 셀트리온 미국 파트너사도 테바다. 퍼스트 무버 전략 효과를 톡톡히 본 두 기업이 협력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리툭시맙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이다. 이는 글로벌 리툭시맙 시장 중에서 60%를 차지한다. 셀트리온 의약품의 글로벌 유통을 맡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퍼스트 무버의 강점을 살려 보험사‧벙원‧의사 등 미국 내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미국 시장 선점을 빠르게 도모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브랜던 오그래이디(Brendan O‘Grady) 테바 북미사업 부문장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은 “트룩시마가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가장 먼저 미국에 출시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경쟁력을 통한 의료 비용 절감으로 환자의 삶을 개선하고 있다. 이런 트룩시마의 강점에 집중한 마케팅 활동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램시마 유럽 시장 점유율(단위 %). 출처=셀트리온
▲ 트룩시마 유럽 시장 점유율(단위 %). 출처=셀트리온
▲ 허쥬마 유럽 시장 점유율(단위 %). 출처=셀트리온

셀트리온이 개발한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퍼스트 무버로 유럽에 진출해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확대하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은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분석을 통한 퍼스트 무버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략이 탁월하다”면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은 또 램시마SC 개발을 통해 신약에 준하는 의약품 개발 역량을 내보였다. 램시마SC는 기존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제형을 변경해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이다. 유럽의약품청(EMA)에서는 심사 과정에서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바이오베터) 형식인 확장신청(EA)라는 차별화된 승인 절차를 진행했다. 이는 우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류마티스 관절염(RA) 적응증을 획득했다.

램시마SC의 주성분인 인플릭시맙은 염증성장질환(IBD) 치료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IBD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소화기학회(UEGW)에서 현지 IBD 관련 의료진들로부터 ‘인플릭시맙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극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