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 주도 국제 컨소시엄이 아시아인에게 발생하는 질병 관련 원인을 규명하고 정밀의학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아시아인 유전체 정보를 공개했다.

정밀의학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공동 연구진은 5일 국제 컨소시엄인 ‘게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GenomeAsia 100K Initiative)’를 통해 진행한 아시아인 유전체 분석 연구 성과가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고 밝혔다. 논문명은 ‘The GenomeAsia 100K Project enables genetic discoveries across Asia’다.

▲ 게놈아시아 100K 프로젝트 국가별 샘플 수 및 분포도(a, b = 국가별 샘플 수, c=남아시아 지역, 언어, 사회계급별 샘플 분포도) 출처=마크로젠

게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는 비영리 국제 컨소시엄으로 지난 2016년 아시아인 10만명에 대한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컨소시엄은 한국 마크로젠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밀의료센터,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NTU), 인도 유전체 분석기업 메드지놈(MedGenome), 미국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Genentech) 등 각국을 대표하는 연구기관 및 기업으로 구성됐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밀의료센터 석좌교수인 서정선 교수는 난양기술대학교 스테판 슈스터(Stephan Schuster)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책임자(Principal Investigator)로 활동하며 해당 연구를 주도해왔다.

아시아를 포함한 총 64개국 219개 종족(아시아 142개 종족)으로 구성된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공개된 아시아인 유전체 데이터 중에서 가장 많은 아시아 지역과 인종을 포함했다. 이는 아시아인 질병 연구에 있어 기존의 유럽인 유전체 DB가 아닌 아시아인 유전체 DB를 새롭게 구축‧활용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이를 통해 아시아인 관련 정밀의학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도 598명, 말레이시아 156명, 한국 152명, 파키스탄 113명, 몽골 100명, 중국 70명, 파푸아뉴기니 70명, 인도네시아 68명, 필리핀 52명, 일본 35명, 러시아 32명 등 총 1739명에 대한 전장 유전체를 분석하고 이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또 아시아에 거주하는 약 142개의 종족에게는 이전 연구들에서 밝혀진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유전적 특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민족별 주요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름을 규명해냈다.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 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항응고제 ‘와파린(Warfarin)’은 어떤 환자에게는 잘 반응해 치료에 효과적이지만 특정 유전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는 알레르기 등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와파린의 경우,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또는 몽골인과 같은 북아시아 조상을 가진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아시아인은 전 세계 인구 77억명 중 58%에 해당하는 45억명이다. 지금까지 아시아인에 대한 게놈 데이터 연구가 많지 않았고 공개된 데이터 또한 부족해 아시아인 대상의 맞춤형 진단과 치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게놈아시아 100K 컨소시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북방계 몽골 부족부터 남방계 인도네시아 작은 섬의 고립 부족에 이르기까지 각 종족별로 25명 내외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해 아시아 인종의 기원적 특성을 분석하고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아시아인은 물론 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을 이어받은 전 세계 모든 인종을 대상으로 맞춤형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마크로젠은 지난 2016년 10월 세계 최고 정밀도의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를 완성해 네이처 본지에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아시아인 유전체 분석 결과를 네이처 본지에 게재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6년의 연구 성과가 한 사람의 유전체를 정밀하게 분석해 표준 유전체를 구축한 것이라면 이번의 연구 성과는 한 단계 나아가 각 지역별, 민족별로 다른 특성을 보이는 아시아인들의 유전체 패턴을 완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이러한 두 번의 연구 성과는 앞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십만명 또는 수백만명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축할 때 마크로젠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향후 정밀의학 중심의 아시아 의료산업에서 마크로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마크로젠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DB를 활용해 인종별 특성을 반영한 소비자직접의뢰(DTC, 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개발, 해외 법인 및 지사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마크로젠은 또 그동안 연구자 중심으로 구축해오던 ‘게놈 슈퍼마켓’을 의료진 중심의 서비스로 확장해 각 국가별, 인종별로 특화된 임상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클리니컬 게놈 슈퍼마켓(Global Clinical Genome Supermarket, GCGS)’으로 재정비하고, 아시아인 맞춤 임상진단과 치료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임상진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컨소시엄의 공동 연구책임자이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석좌교수인 서정선 교수(Prof Jeong-Sun Seo)는 “아시아인에 대한 유전체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아시아인이 특정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지, 특정 약물에 더 잘 반응하는지 분석해낼 수 있다”면서 “앞으로 10만명 아시아인 유전체 빅데이터를 성공적으로 완성해 국내외 아시아인 관련 질병 및 약물 유전체 연구를 활성화하고 아시아인 맞춤 정밀의학 실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백롱민 원장은 “앞으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아시아인의 질병 예측에 이와 같은 아시아인 빅데이터를 이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공동연구책임자인 난양기술대학교 스테판 슈스터 교수(Prof Stephan C. Schuster)는 “아시아인에게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다양한 유전적 특성이 존재한다”면서 “게놈아시아 100K 프로젝트가 전 세계 아시아인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게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 컨소시엄은 이번 1차 연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앞으로는 아시아 전 지역에서 최대 10만 명의 유전체 분석을 완료해 해당 성과를 전 세계 정밀의학 연구진 및 의료진을 위해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마크로젠은 국내외 주요 연구 기관 및 기업과 협력해 아시아인 유전체 정보 기반 정밀의학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2013년에는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함께 몽골계를 포함한 북방아시안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1000여명 이상의 게놈 분석을 완료했다. 지난 11월에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인 1779명에 달하는 동북아시아인 참조 유전체 데이터베이스를 독자적으로 구축 및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