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한국 소비재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소비재 브랜드 업체들의 글로벌 사업 성장에 성장 여력 높고 시장 자체도 큰 중국이 시작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대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글로벌 제조 경쟁력을 갖춘 국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업자 개발·생산)사들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해외 사업이 활발한 국내 의류·화장품 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증권가의 분석이 나왔다.

의류, 스포츠웨어와 운동화 등 스포츠웨어 주도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산업분석보고서에서 “내년 의류 업종의 실적 호조와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스포츠 의류 성장과 높아진 트렌드, 채널 경쟁력에 힘입어 국내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의류 업종은 2012~2013년부터 본격적인 소비 둔화 등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소비 트렌드의 변화와 채널 다양화 속에서 기존 업체들의 구조 조정이 진행됐다. 이후 2017부터 지난해까지 트렌드와 채널 변화에 적응한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 등 규모를 키우면서 고성장기를 누리고 있다. 소비재 업종 내 가장 싼 밸류에이션은 높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나 연구원은 “개별 업체들의 브랜드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인 인기도 높아지면서 아시아 빅 브랜드로 도약하고 있다”면서 "의류 OEM업체들은 성장하는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증설 및 자체 투자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또한 “아웃도어 시장 위축에도 애슬레저(athleisure,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의류를 일컫는 말), 운동화 등 스포츠웨어 시장은 인기”라면서 “소득 수준의 향상과 웰빙 트렌드 확산, 개성을 표현해주는 수단으로써 10~20대에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애슬레저 스포츠 브랜드로서 운동화 생산, 디자인 경쟁력 강화, 유통 채널을 확보한 국내 스포츠 브랜드들의 성장성이 돋보이고 있다. 또한 브랜드 선호도가 강한 스포츠 세그먼트에서 브랜드 업체들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 연구원은 “국내 소비가 저성장으로 진입한 가운데 중국인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은 기회 요인”이라면서 “아직 규모는 작으나 면세점 업체들의 성장 의지와 국내 업체들의 신규 수요 확보를 위한 니즈가 합쳐지면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활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면세점 채널에서 화장품에 이어 의류·신발이 올해 상반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나 연구원은 현재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휠라코리아의 FILA, F&F의 MLB 등을 꼽았고, 중장기적으로 The North Face 등 해외 브랜드들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한편, 국내 의류 시장은 해외여행·해외직구, 면세점, 온라인쇼핑 등 채널 다양화로 인해 해외 브랜드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브랜드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0~20대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온라인 편집샵 ‘무신사’는 저성장하는 국내 의류 산업에서 고성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의류업 저성장 국면에서도 국내 온라인 의류는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패션업체들도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출시하는 등 채널 대응력을 높이면서 다양한 브랜드, 패션 트렌드를 시현하는 편집샵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화장품, 면세와 중국 현지, 고가 브랜드 위주로 양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9일 방한하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중국의 한한령(중국내 한류 금지령) 해제 기대감에 따른 수혜주 찾기가 한창이다. 화장품 업종은 내년 점진적인 바닥 탈출이 예상되는 수혜주로 꼽혔다.

나 연구원 한한령 해제 이후 화장품 종목 전망에 대해 "화장품 산업 성장은 양호한 가운데 시장 트렌드 변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업체별로 차별화된 실적과 주가가 예상된다"면서 "관광객들의 수요가 컸던 일부 오프라인 고가 화장품 브랜드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DM은 관광객보다 중국 매스(대중)시장 부진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차별화된 고객사 확보나 지역, 사업 다각화 등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내년 바닥권 탈출이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면세점은 올해 프리미엄 화장품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면세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면세 화장품 시장은 올해 전년대비 약 38% 증가한 16조원에 달하며 국내 면세 시장의 65%를, 글로벌 화장품 면세 시장의 약 40%, 아시아 전체 화장품 면세 시장의 약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 연구원은 “화장품 업종이 면세 시장에서 럭셔리 화장품 위주로 성장하는 만큼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의 업체들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인바운드 시장은 홍콩 시장부진과 일본 인바운드 시장 성장 둔화 속 시작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 현지 사업도 고가 브랜드 위주로 양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모레퍼시픽 중국 성장률은 10%로 예상했다. ‘설화수’와 ‘헤라’ 등 고가라인이 30%대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나 Whoo 성장에 비해서는 다소 더디고 아직 매출 비중이 20% 내외다. 나 연구원은 “이니스프리가 계속적으로 부진하다면 중국 10% 달성 여부도 불투명하다”면서 “럭셔리 사업 확장 속도와 기존 브랜드 회복이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다변화 또한 지켜볼 요인”이라면서 “코스맥스와 한국콜마의 신규 확보와 지역, 사업 다각화로 내년 바닥권 확인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