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의 내년 5G 스마트폰 출하 전망 상향 추이. 출처=카운터포인트, IDC, SA,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5G의 본격 개화기를 앞두고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올해 대비 상향조정하면서 업계에 훈풍이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처음 역성장한 이후 올해까지 그 추이가 이어졌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진 가운데 교체시기 또한 길어졌다는 점이 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시장조사기관인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SA(Stragedy Analitics) 등이 상향 조정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5G폰 계획을 가장 늦게 내놓은 애플이 내년 상반기 SE모델, 하반기 5G 모델 출시가 점쳐지면서 덩달아 국내 부품사인 LG이노텍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 전세계 핸드셋 판매 수량과 성장률 추이. 출처=IDC,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美·中이 하드캐리할 내년 스마트폰 시장

IDC는 지난달 26일 2020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1.5% 증가한 14억대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예상 출하량 중 5G 스마트폰은 14% 수준인 1억9000만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SA도 내년 스마트폰 판매량이 중가모델(Mid-tier)를 중심으로 올해보다 늘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돼 수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5G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와 지난 5월 미국의 제재로 중국 내부 점유율을 더 확대해야 하는 화웨이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있다는 분석이다. 화웨이 내부적으로는 내년 목표치를 올해보다 20% 높인 3억대 수준으로 설정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의 목표치다. 화웨이의 5G 스마트폰 목표 출하량은 5000만대로 알려졌다.

또한 애플과 퀄컴이 장기간 끌어온 특허 분쟁이 끝나면서 내년 2분기부터는 아이폰이 5G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북미지역에 5G 서비스 개시가 올해 연말로 점쳐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4월 5G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나라의 가입자 증가추세도 눈여겨 볼만하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5G로의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사들과 세트업체(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전기·전자부품을 이용해 자동차·생활가전 등 제품 혹은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들의 빠른 신규 모델 발표 속도가 이를 뒷받침하면서 스마트폰 출하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애플이 내년 하반기 5G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갈무리

5G 지각생 애플, 전화위복 가능할까?

내년 스마트폰 판매량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5G 지원이 가장 늦을 거라고 예상됐던 애플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애플은 특유의 폐쇄적인 생태계로 충성도 높은 이용자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 기기는 보통 안드로이드 기기 등 타 기기들과 호환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지만 같은 애플 기기 사이에서는 극강의 호환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애플이 내년에 4가지 종류의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발표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고 있어 사실상 최초로 5G폰을 발표한 삼성전자와는 1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4월 상용화 이후 갤럭시 S10 5G와 갤럭시 노트10 5G, 갤럭시 폴드에 이어 최근 발표한 갤럭시 A90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5G 스마트폰 라인업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주목받는 이유는 5G서비스 개시에 맞춰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교체 수요를 흡수하게 될 거란 예상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 이후 중국 화웨이의 해외 스마트폰 출하량은 작년 동기 대비 30% 가량 감소했지만 내수 출하량은 29% 증가해 해외 감소분을 상쇄하는 등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판매 호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600달러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 풀에서는 애플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 세트 업체들의 영향력이 전무한 상태”라면서 “애플의 5G 참전 시점이 미국 시장에서의 단말기 시장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도 “화웨이나, 오포, 비보 등이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중가 영역의 5G 스마트폰을 노린다면, 애플은 600달러 이상 고가 영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아이폰 출하량과 LG이노텍의 매출액 추이. 출처=카운터포인트, 데이터가이드,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추정

덩달아 주목받는 LG 이노텍, 왜?

애플의 5G 스마트폰 발표 소식에 LG이노텍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1 시리즈 3개 모델 중 2개에 트리플(Triple)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ASP(Average Selling Price, 평균판매단가)는 2016년 4월 1만 6000원에서 아이폰11이 출시된 올해 3분기 2만 7000원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특히 북미 지역 핵심인 애플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회복된다면 상황은 더욱 긍정적일 전망이다.

LG전자 스마트폰에 주로 공급하던 기판 사업 철수도 호재라는 설명이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LG이노텍의 PCB(Printed Circuit Board, 인쇄회로기판)사업 종료 결정은 중장기 실적이나 주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LG이노텍은) LG전자 등 주요 고객사의 급격한 시장 지위 축소와 함께 중국과 대만 업체의 저가 공세로 외형적인 축소와 수익성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면서 “PCB 관련 자원을 반도체 기판 사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데, 반도체 기판은 부품 고사양화로 고부가 패키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 3분기 LG이노텍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2조 445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8% 증가한 1865억원을 기록했다. LG이노텍의 주가는 올초 8만원을 저점으로 오르기 시작해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3일 기준 종가는 12만 5000원이다. 

▲ 지난 1년간 LG이노텍의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금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