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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퀄컴과 분쟁중인 공정위 손 들어주다...업계 “걱정이네”“1조원 과징금 정당”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태평양 건너 미국 하와이에서 스냅드래곤 865 및 765 등 퀄컴의 차세대 5G 플랫폼이 대거 공개되던 날,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쟁을 두고 처음으로 법원의 판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1조원 과징금 부과 여부를 둘러싸고 공정위와 분쟁을 벌이던 퀄컴이 패소했다.

문제가 됐던 퀄컴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 남용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여전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법원의 이번 판단이 자칫 연구개발 기반의 라이선스 비즈니스 모델에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퀄컴이 패소했다. 출처=뉴시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노태악)는 4일 오전 선고 기일을 열어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1조원대 과징금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017년 2월 사건이 법원에 접수된 후 무려 2년 10개월만에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셈이다.

퀄컴은 조만간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퀄컴과 공정위의 분쟁은 2016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정위는 퀄컴을 상대로 무리한 시장 독과점 남용을 지적하며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하는 한편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거래와 관련된 사건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1심 역할을 한다.

퀄컴은 과징금을 공정위에 납부하면서도 시정명령에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은 당시 입장자료를 발표하며 "공정위의 의결이 사실관계 및 법리적 모든 측면에서 근거가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적법절차에 관한 퀄컴의 기본적인 권리들을 부정한 심의 및 조사의 결과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퀄컴은 "퀄컴은 공정위의 결정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의 법률 하에서 부여된 지식재산권에 대한 부적합한 규제를 추구함으로써 공정위의 권한과 국제법의 원칙을 벗어났다는 입장이며, 이러한 점을 계속해서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퀄컴과 공정위의 분쟁은 그 자체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양 측이 동원한 변호인 규모만 50명에 이르며, 퀄컴을 압박하기 위해 화웨이 및 인텔 등 대형 기업들도 판에 뛰어든 바 있다. 이번 논란은 퀄컴이 한 때 애플과 벌이던 특허전쟁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공정위는 최근까지 퀄컴과의 분쟁을 두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으나, 최근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단호한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퀄컴과 공정위가 벌인 세기의 소송전을 두고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을 담은 프렌드 (FRANDㆍ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원칙의 해석이 결정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약 2만5000개의 표준필수특허를 가진 퀄컴이 이를 무기로 삼아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는지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인텔과 퀄컴의 악연도 관전 포인트였다. 인텔은 지속적으로 퀄컴이 특허 제공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프렌드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며, 퀄컴은 “입증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반박한 바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연구개발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접근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번 사법부의 발표로 인해 기술 발전의 근간인 연구개발의 근본을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퀄컴이 시장 독과점 지위를 남용해 파트너들을 압박했다면 이는 그 자체로 문제지만, 지난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개발의 비전을 쌓아올린 점까지 부정하면 곤란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서 공정위의 퀄컴 압박을 두고 ‘연구개발이 기본인 특허 라이선스 자체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이유다.

균형감있고 현명한 정무적 결단이 필요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한국의 공정위가 퀄컴을 상대로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했을 무렵인 2017년 10월, 대만 공정위도 퀄컴에 비슷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대만 경제부(Ministry of Economic Affairs)는 공정위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산업 측면에서 깊은 우려를 표했다. 경제 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으로서 경제적 안정과 번창의 고려가 필요하며, 해당 건과 관련해 산업 발전과 공정 거래를 위한 조정안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퀄컴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조치를 취하면서도, 함께 협력할 부분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 공정위 및 정부는 이러한 측면에서의 고민이 전무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 공정위와 법원의 판단이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퀄컴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이해득실을 냉정하게 따져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음에도, 외국계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묻지마 강공모드’에만 무리하게 몰두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2.04  12: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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