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소비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키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키즈산업의 시장규모는 2003년 10조원에서 2010년 30조원 규모로 매년 20%이상 성장해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약 1.22명(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어린이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관련 소비시장은 쑥쑥 커지고 있다. 이유는 '한 아이에게 6개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온다'라는 의미의 `식스 포켓(Six Pocket)' 현상이 하나의 사회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하락으로 어린이 숫자는 줄고 있지만 부모들의 관심은 커져 부모님 외에도 할머니와 할아버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까지 아이들을 챙기니 아이들이 돈을 받는 주머니가 무려 여섯개나 되는 셈이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도 한 몫 하고 있다.

이런 현상으로 가정 내 소비에서 어린이의 구매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자녀들에 대한 씀씀이가 커지다 보니 이들을 대상으로 한 키즈마켓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교육, 의류, 장난감 등 어린이 관련 사업은 물론 어린이 전용 금융상품, 어린이 음식, 어린이 전용 욕실, 어린이 전용 인터넷 쇼핑몰 등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키즈시장이 커지자 어른들에 비해 쉽게 싫증을 내고 변덕이 심해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차별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는 어린이들이 소방관, 스튜어디스, 패션모델, 의사 등 약 70여 개의 직업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직업과 경제개념을 익힐 수 있다는 장점으로 개장 1년 반만에 100만명의 고객이 다녀갔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키자니아에는 현실적인 직업체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한항공, 고려은단, 현대기아차, 산업은행, BC카드, 미스터피자, 파리바게뜨, 네이버 등 총 49개의 기업들이 파트너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키자니아에 입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키자니아가 미래의 소비자와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형성된 기업에 대한 좋은 인상은 결국 생애 전반에 걸쳐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제품의 구매로 연결될 수도 있다.

아울러 미래의 잠재고객을 조기에 선점하고, 주요 소비계층인 30~40대 부모 세대에게도 안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마케팅'이라 볼 수 있는 '키즈마케팅'은 불경기를 뚫을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전략으로 간주되고 있다.

롯데제과가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모티브로 과자박물관 ‘스위트팩토리’를 오픈해 아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고, 크라운해태제과가 엄마들이 직접 안내인이 돼 아이들에게 전시물에 관해 설명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엄마는 도슨트전’을 운영하는 것 역시 미래고객인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며 잠재고객을 조기에 선점하려는 키즈마케팅의 일환인 셈이다.

100만원 이상 하는 유모차와 어린이 의류 등의 프리미엄 제품들 역시 최근 키즈마켓의 호황을 대변하는 하나의 사례다. 하지만 단순 판매가 아닌 교육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충성도 높은 미래고객을 확보하는 기업들의 키즈마케팅이야말로 생명력이 긴 마케팅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원영 기자 uni3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