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황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최근 제20대 국회가 기업인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대 국회는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경제분야 입법, 대정부 감시·견제, 사회통합 및 갈등 해소 등 모든 분야에서 1점 대(4점 만점)를 기록하는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대학생이라면 학점을 만회하기 위해 재수강을 신청하거나 성적 정정 요청을 위해 교수실을 들락날락할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 전개는 달랐다. 대학생인 국회의원들은 담당 교수인 경제계를 둘러보지도 않고 서로 치고받고 싸우기에 바빴다. 대내외적 불확실성 대두로 경제계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탈출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같이 박자를 맞춰야 할 입법부는 당리당략(당의 이익과 전략)을 찾기에만 혈안이다. 물론 특정한 당의 문제만이 아니다. 여야 할 것 없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네거티브 공세만 수위를 올리고 있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법도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인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은 18대 국회부터, 데이터 3법 개정안은 19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정쟁에 휘말려 처리 난항에 빠졌다. 이 때문에 ‘정쟁에 휘말려 경제입법이 후(後)순위로 밀렸다’고 답한 기업이 32.7%에 달했다. 기업들은 정쟁에 경제를 포함시켜 이용한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입법부는 여전히 각 당마다 자기주장만 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연일 누구 때문에 지연된다는 뉴스만 일색을 이루고 있다.

플랫폼에서 초연결로 대변되는 시대는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현재 빅데이터 산업의 대두와 노동 유연성을 놓고 산업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부는 ‘셧다운’ 상태다. 앞서 했던 여야 3당 대표와 경제계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경제계에서는 각종 루트를 통해 초당적인 합의 호소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입법부는 요지부동이다. 21대 총선을 노린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서는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국회가 개선해야 항 문제점은 ‘입법활동 시 국가 전체 관점이 아닌 표심 내지 이해관계자를 더 의식하는 점’이 80.0%로 가장 높았다. 300개 기업 가운데 240개가 그렇게 바라봤다. 경제계는 입법부에 마치 미국처럼 국익을 놓고 상·하원 만장일치 통과와 같은 소식이 들리기만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입법부 상태는 그렇게 진행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내년 경제 성장률부터 경기 지수, 해외 기업들의 약진까지 대한민국에 우울한 소식만 이어지고 있다. 당장 연말 대기업들의 인사만 보더라도 위기감은 감지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전환’ ‘혁신’ 등 파격적인 변화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KOSPI)은 지난해 2400에서 내려온 이후 2100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마다 입법부에서는 뜻을 모으는 게 아니라 서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새 정권 출범 시작부터 끊이지 않고 발생한 정쟁에 피로감까지 생기는 지경이다.

“경제가 버린 자식이냐”라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제20대 국회의원 임기가 반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간 대한민국 입법부는 적폐 청산과 이념 대결에 2년 이상을 허비했다. 위축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데이터 3법’을 비롯해 경제계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경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골든 타임을 놓쳐 당리당략에 빠진 무능한 국회라는 오명을 덮어쓰지 않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