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겨울이 오면서 만두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얇은 피’를 사용한 만두가 크게 주목을 받더니, 이제는 이색적인 만두소를 사용한 제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얇은 피 만두의 인기가 시들어 진 것은 아니다. ‘두꺼운 피’를 사용한 1세대 교자만두에서 이제는 얇은 피 만두, 이색만두로 소비자 취향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기업들도 만두피뿐 만이 아닌 만두소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사로잡기에 나서고 있다.

▲ 국내 냉동만두 시장규모. 출처=닐슨코리아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냉동만두 시장 규모는 2013년 3300억에서 2017년  4584억 원을 기록하며 39% 성장했다. 2004년 쓰레기 만두파동의 여파로 10여 년간 3000억원 초반 대에 머물다 2013년 CJ제일제당이 비비고 왕교자를 내놓은 후 성장하기 시작했다.  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만두 시장 규모는 약 48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만두 시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CJ제일제당의 독주와 나머지 기업들이 쫓고 있는 형태였다. 여전히 독주를 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만두로 시장 점유율을 46%까지 끌어올렸다. 중위권에서는 전통적 강자였던 해태제과식품의 ‘고향만두’가 15.5%로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동원F&B, 풀무원이 나란히 10%로 뒤쫓고 있었다. 

▲ 풀무원의 '얇은피꽉찬속 만두'는 출시 한 달 만에 냉동만두 시장 2위에 올랐다. 출처=풀무원

그러나 최근 풀무원의 얇은피꽉찬속 만두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시장 점유율에 변동이 일어났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풀무원의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은 지난 9월 기준 20.8%를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이는 전년 동기 10.0%였던 점유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린 수치다. 현재 냉동만두 시장은 닐슨코리아 기준 CJ제일제당이 4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풀무원이 얇은 피 만두로 점유율을 확보하며 2위로 올라섰으며, 해태제과는 14.2%로 다음 순위에 올라있다.

한국식품산업통계정보 ‘품목별 POS 소매점 매출액 분석’ 자료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국내 소매점 만두 매출은 지난해 3분기 467억 원에서 올해 3분기 448억 원으로 4% 감소했다. 이처럼 국내 만두시장에 변동이 생긴 것은 비비고 왕교자 출시 이후 처음이다. 이는 풀무원이 올해 3월 출시한 ‘얇은피꽉찬속 만두’, 일명 ‘얄피만두’의 인기가 CJ제일제당의 만두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의 국내 3분기 만두 매출은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풀무원의 ‘얇은피꽉찬속 고기·김치만두’의 누적 판매량은 1000만 봉지를 넘어섰다. 그간 연간 1000만 봉지 이상 판매를 기록했던 것은 CJ제일제당 비비고 왕교자 정도였다. 따라서 얇은피꽉찬속 만두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시장 점유율도 함께 늘어난 것은 자연스런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풀무원의 결과는 얇은 피를 앞세운 제품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만두피가 얇을 경우 맛은 좋지만 찢어지기 쉬워 제품으로 완성도를 높이기는 어려웠다. 대부분의 냉동만두 제품들의 피 두께가 1mm 이상이었던 이유다. 풀무원은 식감을 살릴 수 있는 피 두께와 형태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적합한 두께를 연구해 제품에 반영했다.

동원F&B도 지난 7월 피 두께 0.65mm의 ‘개성 얇은 피 만두’ 3종을 선보였다. 피가 얇지만 쉽게 찢어지지 않아 군만두 물만두 만둣국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으며 국내산 돼지고기 함량을 33% 이상으로 높여 맛과 식감을 극대화했다. 

▲ 속알찬얇은피만두 제품. 출처=해태제과

풀무원에 자리를 내준 해태제과도 본격적으로 얇은 피 만두시장에 뛰어들었다.

해태제과는 얇은 피와 수제를 콘셉트로 한 ‘속알찬 얇은피 만두’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고향만두 소담’ 시리즈를 꾸준히 출시했던 해태제과가 기존과 다른 콘셉트를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은 배경에는 최근 업체 간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냉동만두를 판매하는 기업 중에는 가장 늦게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번 제품의 특징은 얇은 피를 내세우며 시장의 변화를 가져왔던 풀무원의 만두피보다 얇은 것이 특징이다. 풀무원은 기존 만두피 1.5mm에서 절반가량 줄인 0.7mm를 선보였으나, 해태제과는 이보다 0.5mm를 줄여 0.65mm의 만두피 제품을 탄생시켰다.

해태제과는 얇은 만두피에 손맛 느낌을 구현한 것이 차별화된 제품이라고 밝혔다. 만두의 맛을 더하기 위해 김치만두에 들어가는 종가집 깍두기 김치를 굵게 썰어 아삭한 식감을 높였다. 고기만두는 양념 맛이 깊게 베어 들도록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재워 수제의 느낌을 더했다고 강조했다.

▲ 구웠을 때 가장 맛있는 만두로 차별화 시킨 '비비고 군교자' 제품. 출처=CJ제일제당

얇은 피 만두 외에도 그동안 만두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재료로 소를 만든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이는 얇은 피 만두 시장보다는 프리미엄 만두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본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국내 만두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얇은 피 만두에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비비고 군교자’를 새롭게 선보였다. 2023년까지 국내외 만두 매출을 2.6조원으로 올리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위한 발판으로 글로벌 전초기지인 국내에서 ‘한식만두 프리미엄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비비고 군교자’를 새롭게 선보였다.

외식 전문점 수준의 ‘수제형 고급만두’ 콘셉트로 개발된 비비고 군교자는 돼지고기생강구이, 해물파전, 고추장불고기 등 한식 정찬 메뉴를 만두소로 활용해 ‘만두의 메뉴화’를 구현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군교자’ 이후에도 전통 이북식 만두, 수제만두 등을 선보이며 한식만두의 진화와, 만둣국, 비빔만두, 만두볶이 등 메뉴를 편의형 제품으로 출시, 내년 하반기부터는 스프링롤, 에그롤, 피자롤 등 글로벌 현지 만두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 사조의 '대림선 라비올리’ 2종, 출처=사조

사조대림은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림선 라비올리’ 2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라비올리는 이탈리아식 만두로, ‘치즈 라비올라’와 ‘시금치 라비올라’ 2종을 출시하며 틈새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평소 가정에서 접하기 힘든 라비올리를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라비올리를 끓는 물에 3분간 삶은 후 함께 포장 된 소스와 기호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추가하면 손쉽게 라비올리를 맛 볼 수 있다.

임채원 사조대림 신선마케팅팀 임채원 담당은 “다양하고 이색적인 제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와 간편식 시장의 성장 등 사회 트렌드 변화에 맞춰 더욱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자 ‘대림선 라비올리’ 2종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도 역대급 재료로 빚어낸 신제품 ‘프리미엄 X.O. 만두’ 출시로 만두 시장 공략에 나섰다. 얇은피 만두 대신 프리미엄 만두로 방향을 튼 것이다. X.O. 만두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엄선된 재료로 완성했다는 ‘비범한, 놀라운’이라는 ‘eXtra Ordinary’의 의미로 탄생했다.

▲ 이색적인 재료로 빚어낸 ‘프리미엄 X.O. 만두’ 제품. 출처=오뚜기

프리미엄 X.O 교자, 새우&홍게살, 이북식 손만두, 통새우 군만두에 이어 새롭게 출시하는 교자 동파육, 교자 마라와 굴림만두 까지, 오뚜기 ‘프리미엄 X.O. 만두’는 풍성한 라인업으로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는 프리미엄 만두 시장에서 이색 만두소로 존재감을 과시할 계획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최상급의 재료를 아낌없이 담아 만들어 낸 ‘프리미엄 X.O. 만두’로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면서 “앞으로 명품 배우 조인성의 TV광고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모션과 소비자 이벤트를 전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만두 시장은 지난해보다 10% 성장한 500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한동안 성장이 둔화됐던 시장이 얇은 피와 다양한 재료의 소를 앞세운 신제품들로 재성장하는 추세라는 점은 환영할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