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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치솟는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에 신음하는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 언더라이팅 강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상품 판매 중단에 이르는 보험사들도 여럿 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자동차‧실손보험이 국민보험으로 일컬어지는 만큼 금융당국과 보험소비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 자동차보험료 인상 ‘초읽기’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KB손해보험, 현대해상에 이어 최근 업계 1위 삼성화재까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위한 요율검증을 보험개발원에 의뢰했다. 통상 보험료 인상에 앞서 보험사는 관련 자료를 보험개발원에 전달하고, 약 2주 후 산출된 요율을 받아 향후 보험료에 반영한다. 인상 시기는 내년 초, 인상 요율은 5~9% 수준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보험은 손보사들의 골칫덩이 상품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DB손보 등 대형 손보사들의 올 1~3분기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0%에 임박했다. 중소형보험사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MG손보의 경우 158.8%, 롯데손보는 101.6% 등을 기록했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6~78% 수준이다. 자동차보험 손실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같은 기간 손보사 자동차보험의 손실액은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3.1% 증가했다.

◇ 실손보험 언더라이팅 강화

34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실손보험도 보험사들의 애물단지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를 상회하고 있으며,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1조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는 △문재인 케어 풍선 효과 △보험사기 등이 꼽힌다.

보험사들은 손해율 보전을 위해 단독 실손보험의 언더라이팅을 강화하고 판매를 제한하는 강수를 두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의료쇼핑‧과잉진료 등으로 인한 손해율을 막기 위해 1년 이내 입원‧수술 지급 이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단독 실손보험 가입을 제한토록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도 지난달부터 실손보험 언더라이팅을 강화하고, 손해율이 안 좋은 대리점과 설계사들을 관리대상으로 분류했다.

◇ 금융당국 눈치에 보험료 인상 어려워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으로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이들 상품이 가입자가 많아 국민보험으로 일컬어 지다보니 손해율을 보전하기 위해 상품을 개정하거나 보험료를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생활물가 상승, 보험금 누수 방지 등을 고려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 폭을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약 2년 만에 연내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 눈치 때문에 올려야할 만큼의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실손보험 역시 문케어로 인해 반사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료 인하를 정부가 주장해왔다.

◇ 상품 판매중단 속출하나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련 상품 판매 비중을 줄이는 보험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DB손보, 메리츠화재, MG손보 등은 지난해 TM 조직을 감축하며 자동차보험 비중을 낮추는 전략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롯데손보가 자동차보험 텔레마케팅(TM) 영업 조직을 40% 가량 줄이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동차보험 판매를 중단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푸본현대생명, 지난해 KDB생명과 KB생명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데 이어 올해 DB생명도 판매 중단 행렬에 가세했다. NH농협생명 역시 지난 8월부터 온라인 실손보험 상품 가입을 일부 제한했다. 향후 생보사 외에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손보사들이 속출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올라간다고 해서 쉽사리 상품 판매를 중지하지는 못한다. 중소형사들의 경우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엔 라이선스 획득이 어려워 아예 상품을 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보험사기 등 손해율을 낮출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한 상황으로, 향후 보험료 차등제 등이 확대돼 상품 구조도 일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