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 1일 시민 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의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위원회는 “작품의 개봉 이후 첫 주말인 11월 23일 기준 겨울왕국2의 국내 스크린 점유율은 88%로 이는 1개 사업자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과점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적은 몇 개의 뉴스로 전달된 후 더 이상 논쟁거리를 만들지 못했다. 영화계와 법조계도 ‘논의할 가치가 없다’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화 유통의 체계 무시한...

위원회가 디즈니를 상대로 한 고발의 법적 근거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제4조(시장지배적사업자의 추정)의 1항에 있는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이상일 때”라는 조항이다. 즉, 어떠한 시장에서 전체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는 독과점의 성격이 있는 사업자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겨울왕국2가 지난 11월 21일 개봉 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영화관의 스크린 점유율은 80% 이상에 이르는 수준이기에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독점적 성격을 띠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런 식의 접근은 영화라는 콘텐츠가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접근이다. 

OTT 스트리밍이 아닌 방법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모든 영화의 제작사는 작품을 만든 후 국내 극장의 몇 개 스크린에서 어떤 기간 동안 몇 번 상영될 수 있는가를 극장 사업자들과 협상한다. 이 과정이 ‘배급’이다. 물론, 월트디즈니의 시리즈물 작품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관객동원력이 이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작품이라 할지라도 국내 극장사업자들이 편성에 넣어주지 않거나 상영 스크린 수를 제한하면 영화는 절대로 많이 상영될 수 없다. 정리하면, 국내 영화 상영에 있어 모든 권한은 극장사업자들에게 있다. 심지어는 작품 상영 후에 관객 반응이 좋지 않으면 그 즉시 상영 스크린 수를 줄일 수 있는 것이 멀티플렉스다. 이러한 구조에서 디즈니는 수익성 증대를 위해 시장 질서를 임의대로 망가뜨리고 자신들의 작품을 소위 말해 ‘억지로 밀어 넣을 수 있는’ 독과점 사업자가 절대로 될 수 없다.

만약, 위원회가 무엇인가 독과점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면 디즈니가 아닌 멀티플렉스 사업자들의 스크린 배분을 문제로 지적했어야 한다. 여기에도 논쟁의 소지는 있지만 적어도 위원회가 주장하는 내용을 고려하면 이번 지적은 방향이 완전히 잘못됐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무엇을 위해서?

고발을 접수한 대상도 문제다. 그들이 법적 근거로 내세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는 문제는 검찰이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소관이다. 설사 검찰이 고발의 접수를 받아줬다고 해도 이는 즉시 공정위로 이관된다. 고발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미리 파악했다면 절대로 생길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일련에 전해진 위원회의 고발 내용은 고발의 형식면에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공정거래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바른의 백광현 변호사는 “현재 영화의 유통 과정을 고려하면 영화가 스크린에 많이 걸려 점유율을 ‘독점’했다는 것 자체는 공정거래법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즉, 위원회의 고발은 절차도 잘못됐고 그들이 주장하는 것을 고려하면 고발의 대상도 완전히 잘못됐다. 고발을 진행한 진짜 의도가 의심될 정도로 모든 것이 허술하다. 일련의 행위는 일시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 외에는 특별한 효과가 전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이번 일에 대해 법무법인 ‘서로’의 조태진 변호사는 “절차와 내용에 맞지 않은 고발은 사회적 관심을 끄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사안의 본질을 흐려 근본적 문제해결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수사기관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