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Global Ratings와 나이스신용평가가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과 산업 환경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정다희 기자

[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아주 느리겠지만 올해보다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저성장·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년 산업 전반의 환경은 불리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3일 나이스신용평가와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Global Ratings(S&P글로벌레이팅스)는 '저성장과 저금리 : 새로운 환경의 시작인가'를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개최, 내년 거시 경제 전망과 산업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 S&P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 성장세는 둔화되겠지만 침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출처=S&P Global Economics

S&P "한국 성장률 바닥 찍었다...미약하지만 반등세 보일 것"

이날 숀 로치(Shaun Roache) S&P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올해 성장률 바닥을 찍었다"면서 "한국 경제는 올해 1.9%, 내년엔 2.2%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적 완화 등의 영향으로 아주 느리겠지만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도 예상했다.

로치 수석은 "저물가,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한 두 차례 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 금리를 1% 미만까지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미 연준은 금리를 인하를 보류한데 반해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실질금리와 정책금리 차이를 들어 설명했다.

로치 수석은 "미 연준의 경우 1.5%에서 1.75%의 금리 수준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연준의 인플레 목표가 2% 수준이라고 가정했을때 정책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실질금리는 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정책금리가 1.25%인데 반해 인플레이션율이 0.6%정도여서 실질 금리가 오히려 미국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서두르기 보다는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정책(Fiscal policy)이 어느정도의 효과를 내는 지에 따라서 시점이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만약, 재정정책의 효과가 전망보다 더 크게, 혹은 더 빠르게 나타난다면 한국은행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거나 혹은 금리 인하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금리인하는 대표적인 통화 완화정책(Monetary policy)이다. 

부동산 정책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로치 수석은 "부동산 정책이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이는 시장 안정화라는 정책적인 목표에 따른 부작용 차원의 결과"라면서 성장 둔화 요인으로 지적하긴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같은(부동산 시장 안정화) 부동산 정책을 쓰는 국가들이 많다"면서 "중요한 건 정책의 목표가 성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정성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나이스신용평가의 산업위험 전망.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나이스신평 "내년 산업환경 불리"…반도체 업황 회복은 더디겠지만 시장 지위는 '탄탄' 

이날 최우석 나이스신평 평가정책본부장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 내년 경제성장률은 2.2% 내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사이클의 기저효과, 정부의 재정지출에 따른 공공투자를 중심으로 한 투자증가 요인과 민간소비 부진,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 등 대외환경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나이스 신용평가가 전망한 40개 산업 가운데 17개가 불리한 산업환경에 처할 것이고 그 중 8개는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해당 산업의 기업들은 실적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도 불가피 할 거란 설명이다.

내수를 중심으로는 소매유통 부문이 인구 감소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여력 감소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외에도 의류와 주류, 주택건설, 부동산신탁산업 등도 불리하다는 예상이다.

금융업 전반에는 수익성 하락이 감지되는 가운데 특히 보험과 할부리스 산업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회복세가 점쳐지고 있지만 공급 초과 회복 속도에 따라 향후 개선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홍 S&P 한국기업신용평가팀장은 "반도체산업의 경우 작년 말부터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점유율 등 시장지위는 공고하다"고 밝혔다. 업황 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중반 이후 소폭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저효과로 인해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는 힘들다는 설명이다.

디스플레이산업에는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박 팀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는 특히 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원인으로 LCD 패널의 공급 과잉과 중국 업체들의 강력한 도전을 꼽았다. LCD의 경우 사실상 중국기업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상태라는 설명이다. OLED 부문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중국업체 또한 투자를 늘리고 있어 향후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