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월 사용한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사진=황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약 1시간에 걸친 수리 끝에 되찾은 ‘갤럭시S10 5G’는 온전히 새 것이나 다름없었다. 잦은 강제 리셋으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AS(애프터서비스)를 맡겼고 수리비가 많이 나올까봐 내심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무상이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현대인들에게 스마트폰은 필수품이다. 기본적인 전화 기능부터 인터넷으로 뉴스 혹은 TV를 시청하기까지 스마트폰은 중요한 매개체다. 가끔은 깜빡 잊고 있었던 일정까지 알람으로 일깨워주는 똑똑한 비서가 되기도 한다.

기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기업 홍보실, 취재원 연락처부터 수백개의 대화가 오고가는 메신저까지 한시라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 그런 나의 스마트폰 ‘갤럭시S10 5G’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계속 종료되고 다시 부팅되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심지어 일정까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했던 말을 반복하고 제대로 기억까지 못하는 것이 영락없는 알츠하이머다.

이내 패닉에 빠졌다. 비서를 거느린 사장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를 간호하는 간병인으로 돌변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다. 데스크의 연락을 못 받거나, 취재원의 연락을 못 받아 괴로운 게 아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할부금 17개월 남았는데’다. 그렇다. 올해 5월에 구매해 7개월밖에 사용하지 않은 신품이다. 재부팅 될 때마다 등장하는 선명한 ‘5G’ 로고는 왜 이렇게도 야속하게만 보일까. 자화상을 그린다면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와도 같은 모습이다.

▲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의정부센터. 출처=황대영 기자

자체적인 해결을 위해 집단 지성의 힘이 몰린 ‘네이X’와 ‘구X’의 힘을 빌려봐도 가리키는 곳은 단 한 곳이었다. 바로 ‘삼성전자서비스센터’다. 헐레벌떡 후줄근한 차림으로 뛰어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게 ‘제발 큰 병은 아니기를’ 바라며 응급실에 있는 기분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환자’ 스마트폰을 쥔 손에서는 땀이 흘렀다. 시간은 흐르며 서서히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51번 고객님. 20번 자리로 오세요.”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아 차례가 왔다. 이제서야 병명을 알 수 있는 순간이다. 담당 AS기사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깔렸다. ‘제발. 제발. 소프트웨어 오류 수준이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연결된 디스플레이로 증상을 보여주면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리비 얼마죠?”라고 묻고 싶은 욕구가 목구멍 끝까지 차 올랐지만, 꾹꾹 참았다. 문제의 스마트폰에는 외관상 충격으로 인한 파손이 없다. 때문에 귀책사유가 없을 것이라고 행복회로를 돌렸다.

“계속 꺼졌다가 켜져서 사용하는 데 상당히 불편하셨죠?” 해당 문제를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데 솔직히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메인보드’를 교체해야 한다는 소리에 두 귀는 5G로 개통됐다. 가슴이 철렁했다. 이내 곰곰히 다시 생각해봤다. 과거 누구와 음주가무를 즐기다가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지를. 액정 보호 필름만 조금 벗겨진 이 스마트폰은 여전히 살아있단 말이다.

▲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리셋 정보. 출처=황대영 기자

“자료 백업 해두신 거 있으세요? 없으시면 1시간 이상 소요됩니다.” 담당 주치의의 설명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1시간 뒤에 돌아온다는 약속과 함께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수술대에 올라 메인보드가 교체될 스마트폰의 비명소리가 귓전에 울릴 것만 같았다. 그런 느낌은 양 어깨를 짓누르며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1시간 뒤 다시 돌아온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AS기사의 얼굴이 보였다. ‘성공적인 수술이 이뤄졌구나’라는 직감이 왔다. 패턴부터 지문인식, 앱까지 일부 기능은 초기화 돼 있었다. 하지만 각종 사진, 문서, 연락처는 그대로 옮겨졌다. 그래도 중요한 것이 남았다. “저기 수리비 얼마인가요?”라고 묻자, AS기사가 “무상입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파손과 귀책사유 이런 부분을 물어볼 줄 알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답변할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5촌, 7촌 조카들을 팔아야하나 고민까지 했다.

메인보드를 교체하고 자료를 다시 백업한 뒤 스마트폰을 돌려 받았다. 이렇게 알츠하이머에 걸린 갤럭시S10 5G의 1시간 여정은 끝이 났다. 곰곰히 다시 생각해봤다. 약 1시간 만에 끝날 일을 수일 동안 고초를 겪어가며 전전긍긍한 모습이 떠올랐다. 무슨 케어와 같은 보장성 보험부터 매달 월급을 갉아먹는 이통사 보험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무상이었다. 되살아난 스마트폰과 함께 삼성전자서비스센터를 나오는 발걸음은 이내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