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가 중요한 이유는 투자자들이 일본 엔화를 시장의 위험 내성의 척도로 보기 때문이다.    출처= Live Trading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일본의 통화인 엔화는 미국 달러와 유로화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쓰이는 통화다. 엔화는 수십 년 동안, 아시아 통화를 대표해 왔다. 비록 중국 위안화의 중요성이 급속히 빨라지고 있지만, 위안화의 관리 수준과 전반적인 유연성 부족은 일본 엔화가 여전히 위안화에 비해 더 선호되는 아시아 준비 통화라는 것을 의미한다.

엔화는 또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화에 이어 네 번째로 인기 있는 준비 통화다. 엔화가 중요한 이유는 아시아에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을 때 투자자들은 대개 일본 엔화를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련의 뉴스들이 신뢰의 위기를 초래하는 경우, 비록 그 뉴스가 일본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엔화에 큰 움직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엔화가 중요한 이유를 상세히 소개했다.

제로 금리의 선구자

그러나 일본 엔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오랜 제로 금리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무려 20여 년 전에 제로 금리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오늘날에는 몇몇 국가들이 일본을 따라 제로에 가까운 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를 운용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초저금리 체제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제로 금리가 경기부양에 거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제로금리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들도 있다.

제로 금리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수익을 추구하도록 강요한다.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은 수 조 달러를 일본에서 몰아냈다. 지난 28년 동안 일본은 연속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국이었다. 일본에서 빠져나온 돈의 상당 부분이 신흥시장의 주식, 부동산, 채권으로 흘러 들어갔다.

저금리를 운용하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자본 유출을 경험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본이 보여주는 바처럼, 저금리가 항상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지난 수 십년 동안 물가, 성장, 수요를 부추기는 대안을 강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또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금조달 통화로서도 인기

일본의 제로 금리는 일본 엔을 가장 인기 있는 자금조달 통화(funding currencies)로 만들었다. 극도의 저금리로 엔화를 차입해 다른 통화를 구입할 자금을 마련하고 금리와 수익률이 더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것이다.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에게 엔화는 매우 매력적인 자금조달 통화였기 때문에 2007-2008년 발발한 금융 위기에도 엔화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 위기가 일어나기 전에 투자자들은 위험을 무릅쓴 투자에 강한 애착을 보였고, 엔화를 팔아 마련한 막대한 자금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등 유사한 담보 증권 같은 위험 자산으로 흘러 들어 갔다는 것이다. 결국 버블이 터졌을 때, 그런 자산의 가치는 폭락했고, 엔화 기반 거래가 빠르게 풀리면서 미국 달러와 여타 통화의 유동성을 위축시켰다. 전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양적 완화로 대응하며 경제에 새로운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시장의 위험의 척도

일본을 따라 다른 나라들도 금리를 제로로 떨어뜨리면 앞으로 저금리 통화를 차입해 조달한 자금 투자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2008년의 위기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또한, 엔화가 자금조달 통화로서도 다시 인기를 얻게 되면 아시아 시장의 불확실성은 엔화 가치를 더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무역 관계가 긍정적 측면으로 전개되면 엔화는 미국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 미중 무역 관계가 악화되면 달러와 엔화가 모두 하락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투자자들이 낙관적이고 주가가 상승하면 엔화는 일반적으로 다른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인다. 그러나 만약 시장 붕괴가 일어난다면, 엔화의 급격한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 엔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런 상황들이 일본 엔화를 시장의 위험 내성의 척도로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