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전국적으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두툼한 패딩을 꺼내 입어야 하는 완연한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철은 춥고 건조한 날씨로 인해 고혈압, 피부질환, 수면장애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 계절이다. 전문가들은 사소한 생활 습관으로 건강을 해치기 쉬운 만큼 면역력 강화에 힘쓰고 옷을 여러 겹 겹쳐 입는 등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겨울철 멋쟁이' 고혈압 위험 높아져

최근 젊은 세대들은 히트텍에 얇은 외투만 걸치는 등 옷맵시를 살리기 위해 신체 보온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 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추운 날씨에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등의 생활 습관은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 고혈압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고혈압 환자는 1000여만 명에 달한다. 국민 5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는 ‘국민병’으로 겨울철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건강하다고 믿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외출하거나, 한파에 노출된 채로 장시간 야외에서 활동할 경우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동맥으로 보내기 위해 수축한다는 의미의 ‘수축기 혈압’과 심장이 이완된 뒤 수축을 위해 혈액을 채우는 ‘이완기 혈압’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mmHg, 이완기 혈압은 0.6mmHg 상승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한파 기온에 따라 상승할 수 있다.

고혈압은 두통, 목덜미의 뻐근함, 어지러움,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보일 때 의심해볼 수 있다. 고혈압의 경우 반드시 혈압과 관련된 징후가 나타나며 고혈압을 의심하고 진단을 받을 수 있지만, 위험 신호나 증상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아 자신의 상태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지나가기 쉬워 평소에 관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동탄시티병원 외과 오세희 원장은 고혈압 예방을 위해 겨울철 보온 관리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출처=동탄시티병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척추관절 특화 동탄시티병원 외과 오세희 원장은 “보통 수축기 혈압에서 140mmHg, 이완기 혈압에서 90mmHg 이상의 수치를 보인다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며, “겨울철 특히 아침에는 혈관 수축이 활발해져 혈압 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동맥경화,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 등 생명에 치명적인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어 위험할 수 있어 보온과 기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예방 및 관리를 위해서는 평소에 내복, 목도리, 장갑 등을 착용해 신체 보온 관리에 힘써야 하고, 따뜻한 외투를 입도록 해야 한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는 야외 운동을 피하고 실내 운동을 하는 것이 좋고, 냉면이나 아이스 커피와 같은 찬 음식보다는 따뜻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춥고 건조한 날씨에 '피부건조증' 극성

겨울철에는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피부건조증이 나타나기 쉽다. 피부질환인 피부건조증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피부 표피는 각질세포와 표피지질로 이뤄졌다. 각질세포 속 자연함습인자가 수분을 끌어당겨 표피층이 수분을 머금도록 돕고, 표피지질은 각질세포 사이 틈을 메워 수분 증발을 막아준다.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면 세라마이드 같은 표피지질이 감소해 피부 보호막이 약해지기 쉽다. 이때 겨울철의 건조한 대기와 과도한 난방, 뜨거운 물을 사용한 목욕 등이 피부건조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 과도한 비누칠과 때수건 사용도 증상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표피지질이 감소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에서 피부건조증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부건조증은 주로 종아리, 허벅지 등 다리와 팔 부위를 시작으로 점차 옆구리, 마찰이 심한 골반, 허리 주위 등 온몸으로 증상이 확대된다. 피부건조증이 진행되면 미세한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고, 표피에 균열이 생긴다. 또 몸을 펴는 등의 자세를 취할 때 마치 살이 트는 것처럼 가렵고 따가운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긁다보면 상처가 생기거나 피가 나는 등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피부과 백유상 교수는 “피부 보호막이 약해진 상태에서 손톱으로 계속 긁어서 자극하면 피부에 상처가 생기기 쉽고, 상처 난 피부 혹은 증상 악화로 갈라진 피부 틈새로 감염이 진행되면 모낭염, 농양, 봉소염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습크림이나 오일을 피부에 도포해 피부건조증을 예방할 수 있다. 출처=고려대 구로병원

피부건조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내온도를 약간 서늘하게 유지하고 습도를 최소 40% 이상 높이는 것이다. 실내 습도는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화초 키우기, 세탁물 널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높일 수 있다. 또 보습제로 피부를 통한 수분손실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하루에 물을 8컵 정도 충분히 마시면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목욕은 15~20분 정도로 짧게 하고, 물의 온도는 춥지 않을 정도로 미지근하게 맞추는 것이 좋다. 목욕 후에는 피부 장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가능한 빨리 보습크림이나 오일을 피부에 도포하면 피부건조증을 예방할 수 있다.

백 교수는 “피부건조증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건조증이 만성화되어 가려움증, 통증 등이 심할 경우에는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증상 개선을 위한 조언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와 함께 찾아온 수면장애

겨울철에는 유독 수면장애 환자가 속출한다. 추운 날씨에 외부 활동과 운동량, 일조량 등이 줄어들면서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잦은 난방 사용으로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겨울철에 급증하는 대표적인 수면장애는 하지불안증후군이다. 줄어든 일조량과 추운 날씨가 도파민 기능을 악화시켜 발생한다.

서울수면센터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국내에서 약 360만 명(7.5%)으로 추정된다. 흔한 수면장애지만 적극적인 치료에 임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 본인의 증상을 수면장애로 인식하지 못하고, 디스크나 하지정맥류로 오인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등을 다니며 잘못된 치료를 하거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참고 견디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은 낮에는 괜찮다가 잠들기 전 하체에 불편한 감각이 느껴져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진다. 주로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 쑤시거나 따끔거리는 느낌,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등 환자에 따라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주요 원인은 철분 부족, 도파민 부족, 유전적 요인 등이다. 서울수면센터의 한진규 원장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철분결핍으로 하지불안증세를 나타내는 환자들의 평균 저장철(Ferritin)은 0.5ng/ml이고, 혈액 내 철분 수치는 42㎍/dl로 나타나 각각 정상수치인 50ng/ml 이상, 50-170㎍/dl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혈액순환 장애, 신경장애, 비타민·미네랄 부족 등과도 연관이 깊다. 임신 중의 철분 부족 상태나 빈혈, 말기 신장병, 당뇨는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들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와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유사한 증상을 동반하는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쉽고, 다른 수면질환과의 감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중에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증상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종합검사로 잠자는 동안 발생하는 신체의 문제점과 수면의 질을 확인해볼 수 있다.

한진규 원장은 “하지불안증후군은 약물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호전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라며 “원인에 따라 철분이 부족할 경우에는 철분제로 보충해주고, 도파민이 부족할 때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제재를 소량 복용하면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낮 동안 햇볕을 많이 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진규 원장은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서 하지불안증후군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햇빛양과 관계가 깊다"며 "햇볕을 쬐며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하고 다리 마사지나 족탕으로 피로를 해소하는 것이 하지불안증후군을 예방·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