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최근 ‘퀴즈 이벤트’가 유통분야 업체들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도 퀴즈 이벤트의 보상과 재미 요소에 이끌려 활발히 참여한다. 이는 고도화된 시장에서 모객을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 장악 등 부작용을 일으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 출처= 토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토스, OK캐쉬백, 캐시슬라이드 등 업체들은 현재 퀴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퀴즈 이벤트는 단답형 문제가 주요 유형으로 출제된다. 토스는 모든 개인·기업 등 가입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토스 앱을 실행해 자체적으로 이벤트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행운 퀴즈’로 불리는 토스 이벤트는 퀴즈 정답을 맞힌 고객들이 랜덤(무작위) 액수의 상금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퀴즈 제출자가 상금을 100만원으로 내걸 경우 1원에서 100만원까지 상금이 랜덤으로 모든 참여자에게 배정된다. 상금이 모두 소진되면 퀴즈 이벤트는 종료된다. 랜덤 보상은 게임 업계의 ‘랜덤박스’와 비슷하며, 고객의 보상 심리를 자극해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이는 오락적 요소를 통해 고객 관여도를 높이고 특정 대상을 각인시킬 수 있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전략으로 분석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보상형 퀴즈 이벤트를 통해 소소한 재테크를 실천하고 있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OK캐쉬백은 타 기업과 협력해 ‘OK캐쉬백 앱’에서 퀴즈 이벤트 ‘오퀴즈’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퀴즈 정답을 맞히는 고객은 OK캐쉬백 포인트를 받은 뒤 웰컴저축은행 등 기관의 관련 적금 상품과 연동해 현금화하고 있다. 재테크 분야의 일부 온라인 카페에는 “커피값을 벌려고” 퀴즈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후기가 게재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들도 퀴즈 이벤트로 브랜드를 홍보하는데 적잖은 효과를 보고 있다. 퀴즈 이벤트는 소비자들이 정답을 찾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해당 기업, 브랜드가 실검 상위권에 랭크된다. 실검은 포털 사이트 접속자들이 특정 시점에 가장 많이 검색하는 단어를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퀴즈에 참여하지 않는 누리꾼들에게도 해당 키워드가 자연스럽게 노출돼 파급 효과가 크다.

새로운 마케팅 창구로 떠오른 퀴즈 이벤트는 유통 업계에서 쉬쉬하며 노하우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까지 플랫폼 업체를 통해 퀴즈 이벤트를 진행한 유통업체 가운데 행사 성과를 구체적으로 밝힌 경우가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일부 유통업체는 OK캐쉬백과 함께 진행하는 이벤트라는 이유로 참여자 수나 당첨 경쟁률 등에 대해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퀴즈 마케팅 전략의 홍보 효과는 ‘0.3초’만에 상금 지급이 완료됐거나 실검,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다.

OK캐쉬백에 따르면 소방의 날인 올해 11월 9일 소화기를 제조하는 사회적 기업 ‘마커스랩’은 오퀴즈를 진행한 뒤 회사 홈페이지 일일 방문자 수가 전일 대비 11만%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의 매출액은 전일 대비 1515%나 증가했다. 이는 사회적 가치 소비를 겨냥한 사례이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업체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의 효용은 입증된 셈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제휴사는 오퀴즈를 통해 OK캐쉬백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서비스를 소구할 수 있다”며 “오퀴즈는 OK캐쉬백 고객 뿐 아니라 포털사이트 이용자들에게도 키워드를 노출시킴으로써 브랜딩 효과·매출 성과 등 측면에서 모두 좋은 지표를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출처= 이미지투데이

일부 누리꾼, 실검 ‘장악’한 퀴즈 정답에 무방비 노출…“일방 마케팅” 불만

퀴즈 이벤트는 진행하는 사업자나 참여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선 즐거운 ‘소통’이지만 일부 소비자에겐 ‘일방적’이고 불만스러운 요소다. 일부 사업자나 소비자들을 오히려 소외시키는 활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10월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토스의 퀴즈 이벤트가 네이버에 대한 업무방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퀴즈 이벤트가 실검 조작 행위를 막으려는 네이버 정책에 악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퀴즈 이벤트는 네이버 같은 플랫폼 업체의 정책과 대치할 뿐만 아니라 실검을 주로 이용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불평을 사고 있다. 퀴즈 이벤트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고객과 홍보할동을 벌이는 사업자가 상호 교류하는 특성을 지닌다. 반면 퀴즈 이벤트에 무관심한 입장에선 실검을 조작하거나 여론을 호도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한 누리꾼은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실시간 이슈나 검색어를 통해 동향을 간단하게 살피고 있는데 마케팅 키워드가 실검 1위에 계속 떠있으면 피로감을 느낀다”며 “실검을 통해 타인의 관심사를 찾는 누리꾼들에게는 실검 마케팅이 강제적이고 부적절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퀴즈 이벤트는 어뷰징 논란을 야기해 실검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성인 501명을 설문한 결과 ‘광고·정치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의 비중이 47.4%(237명)로 가장 높았다.

또 퀴즈 이벤트는 정보 전달 효과가 큰 만큼 비용 부담도 커 일부 사업자들에게 진입장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온라인 매체 <비즈한국>이 토스, OK캐쉬백, 캐시슬라이드 등 3사의 퀴즈 광고 제안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광고 1회당 비용은 3500만~6000만원에 달했다.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시간대나 고객 보상비용 등에 따라 비용 편차가 발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제품을 자주 출시하는 외식업체가 주로 퀴즈 이벤트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외식업체는 기존 유력 브랜드 뿐만 아니라 여러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홍보, 배달 주문 수요 충족 등을 위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출혈적인 비용이 소모되는 퀴즈 이벤트는 자금력을 갖춘 대형 업체만 접근성을 갖췄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퀴즈 이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에 결국 두 손 들기도 했다. 회사 측은 지난 10월 28일 행운 퀴즈가 실검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퀴즈 이벤트를 바라보는 두 가지 입장이 팽팽히 대치됨에 따라 관련 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퀴즈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재미를 느끼고 소득도 얻고 있다. 또 사업자들도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퀴즈 이벤트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퀴즈 이벤트를 축소·차단하는 것은 소비·생산 주체의 선택권을 침해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퀴즈 이벤트는 여론 조작, 소비자 불편 등 사회적인 영향을 주는 부정적인 부분이 더욱 빠르게 확산 중이다. 때문에 소비자, 사업자, 사회적 시선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동원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퀴즈 마케팅은 선택권과 부작용 등 가치 판단 요소를 두고 경제 주체들 사이에서 상반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경제 주체들이 여러 입장을 절충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등 사안에 적극 개입할지 시장 자율에 맡길지 등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