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무수히 많은 논란이 있어도 GD는 역시 GD다. 가수 ‘GD(지드래곤)’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공동으로 제작한 운동화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연예인들의 연예인 신발'로 불리면서 이미 중고가격은 수백만원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신발 하나만 잘 구매해도 재테크가 되는 시대다.

한때 고가의 명품백을 되팔아 재테크하는 것을 ‘샤테크(샤넬+재테크)’라 불렀다면 이제는 운동화에 투자하는 ‘스니커테크’가 대세다. 스니커테크는 한정판 운동화를 가리키는 스니커와 재테크의 테크가 합쳐진 신조어로 한정판 운동화를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를 신고 있는 지드래곤. 출처=나이키

요즘 가장 핫한 스니커테크는 지난달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후 첫 활동인 GD와의 신발 콜라보 제품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협업한 신발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Para-Noise)’는 구매하고 싶다고 해서 다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구매할 수 있는 응모권에 당첨되어야만 구매가 가능하다.

실제로 나이키 스니커즈(SNKRS) 홍대에서 진행된 추첨 행사에는 출시 당일 아침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고, 당일 8888장의 응모권이 모두 소진됐다. 다음날 온라인 중고판매 사이트에는 곧바로 수백만 원대 가격표가 달린 판매 게시물이 올라왔다. 3가지 버전으로 출시된 에어포스는 흰 색 밑창에 검은 가죽, 신발 옆면의 나이키 로고가 특징으로 신다 보면 갑피가 벗겨지며 내부의 무늬가 드러나도록 디자인됐다.

▲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GD신발. 출처=갈무리

특히 신발 측면에 ‘스우시’라 불리는 나이키 로고가 빨간색으로 색칠된 ‘코리안 익스클루시브’로 총 818족만 출시하는 한정판이었다. 지드래곤의 생일인 8월 18일에서 착안한 발매 수로 친구·가족을 위해 만든 노란색 스우시의 ‘프렌즈&패밀리 익스클루시브’는 88족만 출시됐다. 818족만 한정 발매된 빨간색 나이키 로고의 운동화는 평균 중고 거래가격 300만~5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지드래곤의 지인들에게만 나눠 준 88족의 노란색 나이키 로고의 운동화는 2000만원이 넘는 고가에 매입한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하얀색 로고의 운동화는 지난 23일 전 세계에서 10만족이 출고됐는데, 판매측은 응모자들을 대상으로 100명에게 지드래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운동화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 중에서도 지드래곤의 사인이 들어간 해당 신발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1000만~1300만원에 거래되고, 그보다 더 많은 웃돈을 얹고 구매하고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물량이 없어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사인이 들어가지 않은 신발도 70만~100만원대의 중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원래 공식 출고 가격이 21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약 3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중고 가격이 아닌 새상품의 경우에는 약 5배에 가까운 130~1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를 신고 있는 지드래곤. 출처=나이키

이깟 신발이 뭐가 대수라고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운동화의 위상은 달라지고 있다. 그냥 편하게 신는 신발이 아닌 패션의 마지막 완성으로 마무리되는 아이템이다. 최근 해외의 명품 브랜드들도 운동화 사업에 뛰어들면서 소비자 구매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럭셔리 브랜드 제품 첫 구매로 가방보다는 운동화를 구매하는 일이 증가한 것이다. 100만원대 이하의 가격이지만 해당 명품 브랜드 제품을 소유하면서 활용성이 높은 신발이 밀레니얼 세대를 잘 저격했다.    

그중에서도 한정판으로 출시된다하면 사람의 심리는 더욱 갖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현장 선착순 판매로 발매될 때는 어김없이 발매 전날 밤부터 매장 옆에 노숙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보통 가장 처음 도착한 1번이 자체적으로 관리자 역할을 대신 한다. 1번이 대기자 리스트를 만들고 2~3시간 단위로 시간을 끊어 한 번씩 출석 체크를 한다. 만약 이때 현장에 오지 못하면 리스트에서 제외된다.

▲ 이번 신제품 구매권에 응모했지만 실패한 경우 다음과 같은 메세지가 뜬다. 출처=현장 당시 캡쳐

꼭 마치 선착순 아이돌 공개방송이나 팬사인회 등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의 열정만큼 운동화 덕후들의 팬심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아이돌 관련 용어를 모르면 덕질 하는데 어려운 것처럼 신발 세계에서도 통하는 단어들이 있다. 한정판은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예 ‘리셀(resell) 시장’을 노리는 사람도 많다. 출시된 한정판이나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구입해 비싼 값에 되파는 개인의 중고 판매에 한정해 리셀이라고 말한다. 

또한 신발 매니아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로 ‘래플’(raffle)이나 ‘드로우’(draw)는 말 그대로 추첨이나 공홈(공식홈페이지)에서 응모하고 추첨을 통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과정을 말한다. 한정된 수량의 제품을 공정성 논란 없이 배분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가족이나 지인의 개인 정보를 활용해 복수 응모하는 경우도 많다.

▲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과 나이키 콜라보의 에어포스 1 로우 파라노이즈. 출처=나이키

‘드코’는 드레스 코드의 줄임말로 특정 색상이나 콘셉트를 가진 옷의 형식을 말한다. 종종 매장 앞에 줄을 서 신상품을 구매하거나 응모권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드레스 코드를 요구하기도 한다. ‘백도어’는 말 그대로 뒷문으로 불공정한 방식으로 물건을 얻은 행위를 말한다. 정식 발매 전 매장 직원을 통해 미리 물건을 받거나 아예 공장에서 물건을 빼오는 경우 에 해당한다.

운동화 매니아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이번 GD신발로 인해 일반인들도 신발 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확실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말 신발을 사고 싶어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일반인들도 응모권에 많이 참여했다”면서 “아무래도 GD가 주변 친한 연예인들한테만 선물하고 유명 연예인들도 이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많이 올라오자 자연스레 소유욕이 옮겨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