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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韓 모빌리티와 경로의존성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버리는가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 25일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한 후 이재웅 쏘카 대표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홍근 의원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타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VCNC를 자회사로 둔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졸속으로 택시업계와 대기업 편만 드는 일방적인 법을 만들지 말라"고 주장하며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주장했고, 박 의원은 당일 오후 기자회견까지 열어 "어떻게든 12월만 넘기면 20대 국회를 법안 통과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계산된 행동으로 공청회 제안도 뜬금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문제의 관전 포인트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왜 모빌리티가 택시와의 협업이 됐을까?
사회심리학에 등장하는 개념인 경로의존성(經路依存性, Path dependency)은,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도 여전히 원래의 경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신기술의 발목을 잡는 낡은 습관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되는 것이 쿼티 키보드입니다. 쿼티 키보드는 전통적인 타자기의 배열로 이뤄져 컴퓨터 키보드 시대까지 굳이 끌고올 필요가 없었고, 심지어 미국표준협회는 드보락 키보드라는 효율적인 키보드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여전히 쿼티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 한 번 쿼티 키보드에 의존한 상태에서 더 좋은 드보락 키보드가 나왔으나 '그냥' 익숙하니까 계속 쓰고 있습니다.

조만간 국내 모빌리티 업계도 이러한 '경로의존성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 시작부터 하나의 경로만 설정해 무조건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훗날 다양성을 가진 글로벌 모빌리티가 신선한 대안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요?

현재 국내 모빌리티 업계는 지난 4월 사회적 기구 합의안 발표, 7월 국토부 플랫폼 택시 로드맵 선언, 11월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 발의로 이어지며 택시와 연합하는 모빌리티 플랫폼만 등장하게 생겼습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아예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필요합니다. 구산업 종사자들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업'의 본질에 인터넷 기술을 도입시켜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을 끌어내는 실험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스마트제조 2025,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대표적입니다. 모두 구사업과 신사업의 만남을 추구합니다.

문제는 로드맵이 '겨우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나 KST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만나 업의 본질을 인터넷 기술로 향상시켜 비전을 노리는 로드맵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중요하지만, 이 외에 새로운 선택지가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외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후자에는 쏘카 VCNC가 해당됩니다. 왜 '택시와 무조건 협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우리 스스로 강요당해야 할까요? 시장의 건전한 성장에는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제학의 진리인데 말입니다.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먼저 타다가 불법이라는 비판. 그러나 오픈넷의 주장처럼 "법조문에 합법으로 규정된 행위를 입법취지와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불법이라 부를 수 없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타다가 택시업계의 이익을 뺏어가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런 주장은 타다가 불법이라는 전제일 때 생명력을 가지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당위성이 사라지고, 당위성이 사라지는 상태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면 자유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봐야 합니다. 여기서 '너무 잔인한 처사'라는 재반박이 나온다면, 택시와 ICT 업계는 지금도 충실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그 방향성도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그 과정에서 택시기사와 택시회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부의 쏠림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각에서는 타다가 혁신이 아니고, 불법 소지가 있는 상태에서 반칙만 불사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우선 혁신이 아니라는 주장은 충분히 용인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의 정의 자체가 모호한데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플랫폼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것도 혁신의 한 줄기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해야 혁신은 아니거든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AWS 공공부문서밋에서 톰 소더스톰 미 항공우주국 제트 추진 연구소 IT 총괄이 한 말이 떠오릅니다. 그는 클라우드의 혁신을 두고 엄청난 기술력이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가끔 '어떻게 방대한 우주에서 많은 별들을 찾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서 "클라우드를 통해 기술을 즉각적이고 빠르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기술적 진보가 클라우드 혁신의 중심이 아니라 오히려 도구일 뿐이며, 핵심은 많은 데이터에서 빠르게 인사이트를 잡아내는 행위에 있다는 뜻입니다. 혁신은 높은 하늘위에 고고하게 떠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도구를 어떻게 조합해 최선의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모빌리티의 진짜 본질인 '이동의 모든 것'을 추구하는 순간, 혁신은 이미 시작된 겁니다. 이건 타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플랫폼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불법 소지가 있는 상태에서 반칙만 한다는 주장에는 일단 법적인 조항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또한 박홍근 의원실 개정안을 통해서야 타다가 불법이 된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초 불법이라면, 굳이 개정안을 만들어 또 다시 불법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요. 아이러니하지만 타다 금지법, 차차 금지법을 담은 개정안의 등장 자체가 '지금은 불법이 아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반칙도 성립될 수 없습니다.

   
▲ 타다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출처=타다

하나일 필요는 없다
다시 국내 모빌리티 업계로 돌아와, 로드맵이 '겨우 하나'인 점에 집중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세계의 기술과 영향력 확산은 국경이 사라지고, 네이버가 삼별초가 되어 세계를 무대로 정신없는 전투를 벌이는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를 맞아 겨우 하나의 로드맵만 추구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차라리 택시와 협업하지 않는 모델도 기회를 주며 시장의 다양성을 살리는 것이 좋습니다.

시장의 다양성은 시장 자체의 체력을 키우기도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횃불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 11인승 중심의 승합차 모델이 국내 모빌리티의 상징이 된 이유를 복기합시다. 언제부터였죠? 타다가 11인승 승합차 모델을 가동하면서입니다. 타다라는 별종이 있었기에 국내 모빌리티의 방향성과 확장성이 더 세밀해지고 넓어진겁니다. 여기서 타다와 같은 별종을 억누르지 말고 기회를 주면 제2의, 제3의 색다른 실험이 계속 나올겁니다. 물론 택시와 협업하는 모빌리티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러한 시도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실험의 주체가 꼭 카카오 모빌리티나 VCNC일 이유는 없습니다. 이들도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당연히 퇴출되어야 합니다. 다만 지금 우리는 택시와 무조건 협력하는 모델만 갖고 모빌리티 혁명을 이루려 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성 측면에서 확률이 떨어지는 게임입니다. 시간이 흘러 경로의존성의 공포가 시작되면 그때는 누가 책임질까요?

물론 경로의존성 공포가 시작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러나 로드맵이 하나면 경로의존성의 공포가 시작될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비싸게 택시를 앱으로 부르는 것도 모빌리티 혁명이고, 여기서 택시를 빼도 혁명입니다. 우리는 지금 확률을 높여야 합니다.

*IT여담은 취재 도중 알게되는 소소한 내용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곳입니다. 당장의 기사성보다 주변부, 나름의 의미가 있는 지점에서 독자와 함께 고민합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1.30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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