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해태제과의 '엄마는 도슨트전'에서 아이들이 ‘과자집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아이들의 추억만들기에 제과업체들이 뛰어들었다. 아기자기한 과자공장을 운영하는가 하면 과자에 예술적 감수성을 접목시킨 사례도 있다. 제 아무리 달콤한 과자집이라도 30줄에 접어든 기자에게서 동심을 끌어낼 수 있을까? 확인할 겸 해서 직접 찾아가봤다.

ⓒ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과자는 일반적으로 ‘아이들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를 최소화하는 것은 제과업체의 숙명이다. 현재까지 노력은 가상한 편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유해성분에 관해서는 자발적으로 여타 선진국보다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면서 “2007년부터 빙과 전제품에 천연색소를 사용하고 있고 트랜스지방 제로화, 인공조미료 사용 금지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라운해태제과의 경우에는 ‘안전보장원’을 따로 둬 안전한 먹을거리를 담보한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과자의 성분 여하는 기본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취식 방식에 차별화를 둔 DIY 제품 반응이 좋다”고 트렌드를 밝히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치 말아야 할 원칙을 지키고, 동시에 변하는 트렌드에 발맞춰온 제과업체들이 이번에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러 나온 셈이다. 일방적으로 과자를 사고 파는 것을 뛰어넘어 고객과 소통하고자 한다는 얘기다. 아이들의 감성과 교육을 타깃으로 한 제과업체들의 ‘착한 마케팅'을 조망해본다.

롯데제과 - ‘찰리의 초콜릿 공장’ 한국형으로 재현
체험교육의 열풍이 제과업계에도 불었다. 그 중 하나가 찰리의 초콜릿 공장을 모티브로 한 롯데제과의 ‘스위트 팩토리(Sweet Factory)’. 입구에 들어서자 각종 과자 모형들이 반긴다. 입구 저편에서는 아이들의 감탄사가 새어나온다.

과자만들기 공정을 시뮬레이션으로 체험하는 소리다. 직접 구운 것은 아니지만 따끈따끈한 쿠키가 손에 쥐어지자 무언가 생산해냈다는 자부심에 환호를 지른다. 사탕을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게 표현했다. 안내원이 사탕의 공정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포장을 하면 사탕이 된답니다”라고 하니 아이들의 눈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이 밖에 껌, 아이스크림, 초콜릿 카테고리 또한 동선에 따라 구비해 놨다. 초콜릿의 경우, 주원료인 카카오를 직접 갈아볼 수 있게 해 놨다. 충치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준다. 실제 치과 의자를 갖다 놓고 뮤탄스균은 무엇인지 예방책은 없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그 후에는 OX 퀴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도록 했다. 5세 이상의 어린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관람료는 무료다.

스위트 팩토리는 롯데제과의 ‘2018년 비전’에 따른 결과물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제과부문 아시아 톱텐(Top10)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공헌’프로그램으로 체험장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소외계층을 주 대상으로 삼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모든 어린이에게 공정한 참여 기회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사회공헌의 방향성을 지키면서 콘텐츠를 다양화할 방침”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크라운해태 - 엄마가 해설하는 예술이 된 과자
제과업체 입장에서 볼때 아이들은 잠재적이면서도 실질적인 고객이다. 어린 고객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즐길거리는 없을까 하는 집요한 고민끝에 크라운해태제과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엄마는 도슨트展’이다.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아이들 감성에 한발짝 다가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제과업체 가운데 ‘공모전시팀’을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업체가 크라운해태제과라는 점도 눈길이 간다.

‘도슨트(Docent)’는 ‘안내인’이란 뜻이다. 엄마들이 직접 안내인이 되어 아이들에게 전시물에 관해 설명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지름길을 만든 셈이다. 물론 전문안내인도 따로 있지만 엄마를 안내인으로 설정한 콘셉트가 신선하기만 하다.

전시장에는 12명의 작가들이 작업한 51개 작품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골판지로 만든 집, 숟가락으로 만든 꽃잎, 오징어나 명태로 만든 구조물 등 하나같이 톡톡튀는 개성과 특색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얼핏 고급재료를 쓴 작품 같지만 들여다보면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어서 더욱 감탄하게 된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체험과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키네틱아트’의 원리를 배우는 ‘키키만들기’와 과자를 이용해 자화상을 그려보는 ‘피카소 과자 콜라주 만들기’를 비롯해 ‘과자집 만들기’와 ‘웨하스 공방’ 등 네 가지 체험 중 고르면 된다. 체험 교실에서 빠져나오면 예술을 이해하고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예술 놀이터에서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다.

크라운해태제과에서는 이번뿐 아니라 지속적으로 감성과 예술의 키워드를 접목시켜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엄마는 도슨트展'에 이어 개최되는 전시회는 크라운베이커리의 ‘아트베어(Art Bear)공모전’이다.

인터뷰 | 차정연 크라운해태 어린이전시체험 총괄담당
“감성 공유로 기업이미지 높였다”

엄마는 도슨트展, 취지는?
AQ(Artistic Quotient- 예술지수)를 높여 주는 진정한 체험전이다. 관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작가가 되어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능동적 참여’의 의미가 강하다. 그 결과, 한번 왔다 가는 경우도 있지만 재방문 고객이 특히 많다. 그 중 한 아이의 경우에는 피카소의 ‘큐비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엄마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도 했다. 또한 엄마들의 후기에 따르면 아이들이 마트에 갔을 때 자사 제품을 집으며 “내가 집을 만들 때 썼던 과자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능동적 참여를 이끈 마케팅의 결과다.

체험장에 브랜드 노출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의도적인 것인지 궁금하다.
체험에 사용되는 과자는 당연히 크라운해태제과 제품이다. 하지만 방문객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강조하면 눈살을 찌푸리게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 학부모 고객에게도 과자만 파는 기업이 아니라 감성을 공유하는 기업이미지를 주려했다.

문화콘텐츠에 특히 관심이 많다. 제과 마케팅과 어떻게 접목시키고 있나?
크라운해태 전직원들은 감성지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펴왔다. 이같은 것을 고객들에게도 베풀자는 데서 착안했다. 그 일환으로 ‘아트블럭’을 운영 중이다. 아트블럭은 문화콘텐츠를 통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사이트다. 자사 제품의 겉면을 활용하면 이용 가능하다. 예컨대, 제품 겉면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블럭을 쌓고, 누적된 블럭으로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에게 보다 많은 문화콘텐츠를 제공하고 알리기 위해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박지현 기자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