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LG그룹이 28일 정기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후 진행될 삼성, SK, 현대차 인사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미중 무역전쟁 및 한일 경제전쟁 등 대내외적 악재가 연속적으로 벌어진 만큼 인사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4대 그룹의 내년 행보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왼쪽)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출처=LG

스타트 끊은 LG
LG의 28일 인사 키워드는 승부사, 젊은피, 성과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이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구광모 회장의 친정체제가 강해지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의 핵심 인재들을 불러들여 지주사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LG의 이번 인사로 특히 관심을 끄는 지점은 구광모 회장의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이다. 지주회사인 (주)LG를 중심로 한 콘트롤타워 강화 기조가 분명히 보이고 있다. 2008년부터 (주)LG의 인사팀장을 맡아온 이명관 부사장 대신 김흥식 LG CNS 최고인사책임자(CHO·전무)가 부사장 승진과 함께 인사를 총괄하는 자리로 이동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구 회장의 용단이 주효했으며, 곧 구 회장의 친정체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인재들을 꾸준히 지주사로 불러들인 장면도 눈길을 끈다. 안준홍 LG이노텍 경영기획담당 상무, 이동헌 LG CNS 최고재무책임자, 백진무 판토스 상무의 지주사 이동이 대표적이다.

승부사를 전면에 내세운 인사도 눈길을 끈다. MC 및 HE 사업본부장을 맡은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전면에 나선 LG전자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권 사장은 조직의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끌어낼 인물이자, 승부사로 잘 알려져 있다.

1987년 금성사 시절의 LG전자에 입사한 그는 7년간 전략과 기획 역량을 착실히 다진 후 제니스의 디지털 TV 원천기술을 비롯해 PC와 IT 관련 기술 등을 섭렵하며 기술 전문성을 높인 바 있다. 2001년 모니터사업부로 옮겨 시장과 제품에 대한 기획역량을 키웠고, 2005년부터 유럽 디스플레이 사업의 전진기지였던 웨일즈생산법인장을 2년간 역임하며 제조 역량을 쌓았다. 그가 업계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알려진 비결이다.

IT∙디스플레이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007년 부장 직급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설 부서인 모니터사업부의 수장을 맡아 LCD 시장 제패를 이끌기도 했으며 2014년 (주) LG 시너지팀장을 역임한 후 2015년부터 HE사업본부로 와 OLED TV 신화를 창출했다. 이후 적자의 수렁에 빠진 MC사업본부장에 올라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권 사장의 승부사 기질은 어려울 때 두각을 보인다. 실제로 HE사업본부장에 취임한 2015년 본부가 영업적자를 내자 체질개선을 위해 선택과 집중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커브드TV를 정리하는 등 용단을 내리기도 했다. 또 MC사업본부장에 오른 후 역시 스마트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업계에서 권 사장은 삼성과의 TV전쟁에 있어서도 일종의 선봉장 역할을 할 정도로 '전투력'도 강하다. 그가 지휘를 잡은 LG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최근 공격적인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구광모 회장과 권 사장의 '케미'가 잘 맞는다는 말도 나온다. 둘 다 '공격형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이 LG전자 사령탑에 오르며 '조성진 시대'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고졸 신화, 세탁기 박사 조 부회장이 남긴 족적은 크고 깊다는 평가다. 그는 1976년 LG전자에 입사해 무려 43년 2개월 근무한 LG전자 역사의 산증인이자, 현재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을 호령하는 LG전자의 영혼을 만들어낸 조물주다. 실제로 조 부회장이 입사할 당시만 해도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된 시절이었지만 그는 세탁기가 반드시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2012년까지 36년간 세탁기에 매진하며 확신을 현실로 이끌었다. 이 외에도 그는 프리미엄 TV 전략을 수립하는 등 혁신 경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조 부회장은 종종 과격한 경영방식으로 논란에 휘말리는 일도 있었다. 특히 2014년 IFA 당시 경쟁사와 소모적인 논쟁에 빠지며 검찰에 소환되는 일까지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뚝심의 경영자, 불굴의 경영인이라는 점은 대내외적인 공통된 평가다.

한편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도 승부사 중 하나다. 조기인사를 통해 LG디스플레이 전반을 조율하고 있는 그는 취임과 동시에 조직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젊은피가 전면에 등장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LG는 지난해 134명에 이어 올해도 신규 임원 106명을 새롭게 선임했으며 45세 이하는 2년 연속 21명이다. 여기서 최연소는 34세인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 부문장 심미진 상무며 오휘마케팅부문장에 오른 임이란 상무는 38세, LG전자 시그니처 스위트 태스크리더 김수연 수석전문위원은 39세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의 인사도 눈길을 끈다. 하현회 부회장 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황현식 PS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황현식 신임 사장은 1999년 LG텔레콤에 입사한 후 (주)LG를 거쳐 2014년 다시 LG유플러스에 합류하여 모바일 사업을 총괄했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한 FC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부사장은 차별적인 5G 신규 서비스 출시를 통해 LG유플러스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 기여하여 이번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유플러스의 인사는 기존 체제와 신체제의 만남을 끌어내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삼성과 SK, 현대차의 인사는?
업계에서는 삼성의 인사에도 주목하고 있다. 내달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관심은 삼성전자 3K 체제(김기남 부회장-김현석 사장-고동진 사장)의 변화 여부다.

재계에서는 예단할 수 없지만, 일단 3K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사를 통해 이제 1년이 지났을 뿐이며, 당분간 대내외적 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변화는 '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후문이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내년 초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인사에 있어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사이동 폭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작을 전망이다.

젊은피 등판 가능성은 열려있는 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DS(디바이스솔루션)부분 시스템LSI사업부도 1981년생인 구자천 상무를 영입해 업계를 놀라게 만든 바 있다.

SK는 내달 5일, 혹은 6일 인사가 예정되어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및 장동현 SK(주) 사장 등이 유임되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핵심 사장단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지만 당분간 현행 그대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SK는 지난 7월 임원 직급을 폐지하고 직책 중심의 개편에 돌입한 바 있다. 내달 인사에서는 새로 선임되는 임원 및 사장단의 면면만 확인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인사도 큰 틀에서 변화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 연중 수시 인사로 전환한 상태에서 연말이라고 딱히 인사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만 50대 임원 일부를 대체할 일부 젊은피 임원이 등판할 가능성, 나아가 실적이 부진한 인사를 교체하는 수준의 인사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는 쇄신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