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내년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대거 몰릴 전망이다. 최근 SK바이오팜, SCM생명과학, 천랩 등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내년 1분기 상장을 목표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중 천랩은 지난 8일 한국거래소부터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코스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 신약 2종을 보유한 SK바이오팜도 무난히 코스피 입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상장을 추진하는 제약바이오 업체가 최소 11곳에 달한다. 의료기기 및 진단 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좀 더 늘어난다. 카이노스메드, 에이비온, 와이디생명과학 등 이미 기술성평가까지 통과하며 순조롭게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업체도 대다수다. 제약·바이오 유망주들이 연달아 기업공개(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시 몸값만 최대 10조

▲ SK바이오팜 조정우 사장이 지난 26일 열린 가자간담회에서 엑스코프리의 美 FDA 승인에 대한 의의와 향후 글로벌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출처=SK바이오팜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최근 미국 FDA로부터 신약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상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2일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가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혁신 신약으로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허가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획득한 최초의 사례다. 아울러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에 이어 엑스코프리까지 FDA 승인 혁신 신약을 2개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제약사가 됐다.

수노시는 지난 7월부터 미국 파트너사인 재즈 파마슈티컬을 통해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엑스코프리는 내년 2분기 중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판매 및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한 SK바이오팜은 지난달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에 돌입했다. 내년 1분기 상장이 목표다. 증권업계는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이 최소 5조원에서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2017년 5월 넷마블 상장 이후 최대 규모다. 대어 SK바이오팜의 상장으로 제약바이오 IPO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기업이 웃을 순 없다

▲ 2020 IPO 예정 기업. 출처=대신증권, 이코노믹리뷰 가공

모처럼 바이오주 상장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상장을 준비하는 모든 기업들이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 연말부터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투자금이 분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투자자와 자본이 한정된 상황에서 SK바이오팜처럼 확실한 사업 모델을 갖춘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금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래 성장 가치를 담보로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와 신라젠의 임상 3상 실패 등 잇단 악재로 신약 개발 리스크가 불거진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이후 녹십자웰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장 기업들이 희망공모가밴드 하단에 못 미친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투자자들도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학습 효과가 생겼고 보다 확실한 성장 모멘텀을 갖춘 기업에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벌써부터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며 눈치작전이 펼치고 있다. 최근 코넥스 기업인 노브메타파마는 코스닥 이전 상장을 보류했다. 애초 이 회사는 연내 코스닥 상장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치열한 경쟁을 의식해 상장 일정을 다소 늦춘 것으로 보인다. 투심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투자금마저 분산된다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임상 3상을 수행했던 일부 상장사가 기대와는 달리 부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신약개발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낮아졌다"면서 "내년 제약바이오 IPO 시장은 SK바이오팜 상장에 힘입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