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찬바람이 날리던 제약·바이오 업계에 상장 붐이 일고 있다. SK바이오팜, SCM생명과학 등 제약·바이오 유망주들이 연달아 기업공개(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녹십자웰빙과 티움바이오, 제테마, 노터스 등 10여 곳이 상장했다. 20개가 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규 상장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게다가 녹십자웰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희망공모가밴드 하단에 못 미친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사태를 비롯해 신라젠의 임상 3상 실패 등 올해 잇단 악재로 제약바이오 IPO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대어들이 연달아 IPO를 추진하고 신약 성과를 내면서 투자심리도 다소 회복되고 있다. 특히 혁신 신약 2종을 보유한 SK바이오팜이 본격적으로 IPO 절차를 밟으면서 투자 열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 상장 주요일정. 출처=금융위원회

막바지 상장 러시

SK바이오팜의 IPO 추진에 힘입어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연말까지 상장 러시가 한창이다. 브릿지바이오, 메드팩토, 리메드 등이 최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코스닥 입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RDO' 대표주자인 브릿지바이오는 3차례 도전 끝에 코스닥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이 회사는 지난달 상장 예비심사에서 최종 승인을 받았다.

2015년 설립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연구가 아닌 개발 영역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인 NRDO를 표방한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텍이다.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지 않는 대신,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으면서도 신약으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높은 초기 후보물질을 도입, 개발해 기술이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자체 개발해온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을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에 약 1조5천억원 규모의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상 단일 화합물 기준 최대 규모다.

이 회사는 매년 1건 이상의 신규 후보물질 도입하고,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해 탄탄한 사업 성장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회사의 주요 개발 파이프라인은 ▲BBT-401(궤양성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 BBT-176(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등이다. 미국에서 임상 2상 진행 중인 BBT-401은 대장 내 선택적 약물 분포를 통한 안전성 및 효과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1년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총 70만 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공모 밴드는 7만~8만원, 공모예정금액은 490억~560억원이다. 내달 9~10일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하고, 12~13일 공모주 청약을 받아 연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

코스닥 상장사 테라젠이텍스 관계사 메드팩토도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장을 통해 주력 항암 신약인 '백토서팁'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공모자금의 절반가량을 백토서팁 임상에 투입한다.

백토서팁은 면역항암제 치료효과를 저해하는 주요 기전인 형질전환증식인자 TGF-β 신호를 선별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다. 폐암과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MSD '키트루다',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와 병용투여 임상시험 1b·2a상을 진행 중이다. 메드팩토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3만4000~4만3000원이다. 신주 151만1000주를 발행해 514억~65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전자약 제조 기업 리메드는 지난 25일과 26일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하며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공모 청약을 통해 총 116만2350주의 청약이 접수됐으며, 청약 증거금은 약 7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3년 설립된 리메드는 국내 최초 전자약 전문 기업이다. 난치성 뇌 질환 치료 분야를 시작으로 현재는 만성 통증 치료 분야, 에스테틱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리메드는 오는 28일 증거금 납입·환불을 거쳐 다음달 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이번 공모자금은 ▲치매·뇌졸중 관련 임상시험 ▲생산라인 시설 투자 ▲조인트벤처(JV) 설립 비용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근용 리메드 대표는 "리메드를 믿고 많은 관심을 주신 주주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꾸준한 연구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전자약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