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사 잠재 매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매수자우위시장 속 보험사 매각도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매물로 나온 KDB생명과 더케이손해보험에 이어 최근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설까지 나오면서 매수자들의 선택폭도 확대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외치며 보험사 인수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치면서도, 알짜 매물을 고르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간을 보는 모양새다.

◇ 푸르덴셜생명, 알짜 매물로 등장?

29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푸르덴셜생명의 매각 작업을 위해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정했다. 푸르덴셜생명 측은 매각설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푸르덴셜생명은 매각이 확실시 되면 알짜매물로 등극할 전망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수익성과 자본건전성이 업계 최고수준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푸르덴셜생명의 올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050억원, 총자산이익률(ROA)은 1.07%로 각각 업계 5위, 2위 수준이다. 이는 같은 기간 자산 규모가 20조1939억원으로 업계 11위인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수익이라는 평가다. 지급여력(RBC)비율은 505.13%로 업계 1위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그간 잠재적 알짜매물로는 동양생명이 거론돼왔다. 동양생명의 올 3분기 누적순이익은 1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RBC비율은 234.1%로 전년 동기보다 19.9% 올랐다. 같은 계열사인 ABL생명 역시 동양생명과 패키지 매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모회사인 안방보험은 안방그룹 회장이 경제범죄 연루 혐의로 기소되면서 지난해 2월부터 중국 금융당국의 위탁경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안방보험 해외 자산 매각을 서두르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 가능성도 올라가고 있다.

◇ 매물로 나온 KDB생명 ‘긴장’

잇단 매각설에 잠재매물이 늘어나면서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인기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KDB생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KDB생명의 매각작업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KDB산업은행이 KDB생명을 내 놓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인데, 그간 저조한 기업 가치로 인해 매각에 번번이 실패했다.

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해 설립한 더케이손해보험도 매각 작업이 한창이다. 교직원공제회는 더케이손보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 중이며, 최근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보 인수를 위한 실사 작업에 나섰다. 더케이손보는 지난해 영업손실 125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으며,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악화하고 있어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 "기다릴수록 이득"

보험사 유력 인수사로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거론된다. 특히 자본력이 뒷받침되고 보험사 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한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후보로 꼽힌다. KB금융지주는 자회사로 KB생명을 두고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아, 그간 생보사 인수 의지를 내비쳐 왔다. 이에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 매수청구권) 이슈에 휩싸인 교보생명이 매물로 나올시 KB금융지주가 인수사로 나설 것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생명보험사 자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 역시 종합금융그룹의 자리를 견고히 하기 위해 비은행 부문 인수를 추진해 왔다. 지난 4월에는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등을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짜 보험사 매물이 줄줄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면서 금융지주사들도 섣불리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경우 저조한 자본건전성에 인수 후에도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속된 업황 악화 기조에 우량 보험사 매물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은행 수익권 창출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가능성을 열고 여러 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가격적인 부분은 물론 향후 합쳐졌을 때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날지 등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시장 상황을 반영해 여러 종목을 염두해 두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이 워낙 알짜회사이다 보니 매물로 나올시 금융지주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매각설이 사실무근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듯 가능성이 점쳐지기에 이런 말도 나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물로 나온 KDB생명도 진전이 없는 상태고, 동양‧ABL‧교보생명 등도 잠재적 매물로 지속적으로 거론만 되고 있을 뿐이다. 매물들이 많아지면 인수사 입장에서 가격적 메리트도 올라갈 것이다. 안 좋은 업황 속 향후 매물들이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매수자들도 섣불리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