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아이에프 차곡차곡 귀리 제품. 출처= 본아이에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본죽, 본도시락 등 한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대표 김철호)가 스타트업의 전유물로 일컬어지는 ‘크라우드 펀딩’을 마케팅 측면으로 실험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이 2500억원을 넘는 등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본아이에프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개설한 배경에 시장 이목이 쏠린다.

본아이에프는 이달 21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곡물 간식 제품 ‘차곡차곡 귀리’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기 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불특정 다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주로 중소기업들이 와디즈 플랫폼을 활용해 자금을 모은 뒤 신제품을 제조·출시하고 있다. 와디즈는 2012년 설립된 정보기술(IT) 플랫폼 업체다.

본아이에프의 이번 펀딩은 당초 목표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오전 11시 기준 ‘차곡차곡 귀리’ 관련 펀딩에 모인 자금은 336만1300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목표액 100만원보다 3.3배 이상 많은 자금이 펀딩 개시 일주일 만에 모였다.

와디즈 방침 상 펀딩이 성공하면 투자자 모집 종료일 다음날부터 결제가 이뤄진다. 사업자는 이후 제품 생산 기간을 거쳐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한다. 사업자는 조달 자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지만 통상 제품을 제작·유통하는데 활용한다.

본아이에프가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본아이에프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긴 했지만, 외부 자금을 수혈해야할 만큼 현금 유동성이 나빠진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본아이에프의 연결 기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채 비율은 205.5%로 산출됐다. 2016~2017년 두 해에 각각 90.1%, 86.3%를 기록한데 비해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해 투자 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권에서 차입했기 때문이다.

본아이에프는 작년 4월 창사 이래 첫 생산시설 본라이프푸드랩을 전북 익산시에 준공하는 등 사업을 전개해왔다. 비용 상승의 영향으로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12년째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본아이에프, 자금 조달보다 마케팅 측면 접근

 

본아이에프의 크라우드 펀딩 전략은 고객 특성 측면에서 제한적이긴 하지만 공식 출시를 앞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 조달 기능 뿐 아니라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서비스를 홍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주 고객인 젊은 층들을 공략하기에 유용하다. 사업자들도 주로 신기술을 접목하거나 트렌디한 상품들을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 소재로 활용한다. 종합식품기업 ㈜대상의 계열사 대상 라이프사이언스가 올해 2월 와디즈에서 식사대용식(CMR) 형태의 ‘마이밀핏’을 선보인 것이 한 사례다.

본아이에프가 이번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활용한 점은 상품 특성을 미뤄볼 때 다소 한정적인 피드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본아이에프는 ‘차곡차곡 시리즈’로 젊은 층 뿐 아니라 전 연령대를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본아이에프가 표본 소비자로부터 신제품 피드백을 확보하려는 소기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크라우드 펀딩은 제품을 공식 출시하기 전 시범적으로 홍보·판매하는 과정에서 수요를 예측하기에 유용한 수단”이라며 “본아이에프의 ‘차곡차곡 시리즈’ 제품은 간편식이라는 특성 상 젊은 고객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시장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본아이에프는 와디즈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펀딩 게시물을 통해 내년 1분기에도 ‘차곡차곡 시리즈’의 후속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유아·중장년 위주의 제품으로 시장 입지를 다져온 가운데 이번 제품으로 20~40대 고객을 적극 유인함으로써 전 연령대를 공략할 방침이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을 젊은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더라도 부모님 등 어르신께 선물하려는 목적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며 “본아이에프는 더 많은 고객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반응을 얻기 위해 앞으로도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