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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2035년, 소고기의 95%가 사라진다”

<클린 미트> 폴 사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흐름출판 펴냄.

식물성 고기는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다. 청정 고기(클린 미트, Clean Meat)는 동물의 세포로 만든다. 동물의 세포를 분리해 인큐베이터에서 영양분을 투여하면서 배양한다. 이것을 세포 농업(cellular agriculture)이라고 말한다. 요즘은 동물 세포 없이 분자 단위에서 진짜 우유, 달걀, 가죽, 젤라틴을 생산하기도 한다.

저자는 청정 고기의 대량생산 단계가 눈앞이라고 밝힌다. 오는 2035년 소고기의 95%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청정 고기는 인류가 직면한 기후 변화, 환경 파괴 등 여러 중대한 문제들의 해법일 수 있다. 청정 고기의 생산 과정에 오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 온실가스나 오폐수 배출도 거의 없다. 거대한 초원이나 농장, 축산용수도 필요없다.

저자는 사육과 도살이 사라진 미래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쓴 이 책의 서문도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다음은 서문의 요약.

‘오늘날 지구상에 있는 대형 동물은 대부분 공장식 축사에 살고 있다. 지구에 사는 척추동물의 상당수가 호모사피엔스라는 한 동물에게 지배받고 있다. 수십억 마리의 동물이 공장식 축사에서 기계 취급을 받는다. 가축이 받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동물의 공장식 사육은 역사상 손꼽히는 범죄행위다.

과학 연구와 기술 발전은 가축의 삶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중세 마을에서는 닭이 집 주변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퇴비에서 씨앗과 벌레를 쪼아 먹고 헛간에 둥지를 틀었다. 만약 욕심 많은 농민이 닭 1000마리를 좁아터진 닭장에 가두어버린다면 치명적인 조류독감이 발생해 마을 사람 중에 사망자가 생기고 닭들이 몰살당할 것이다.

현대 과학이 조류와 바이러스, 항생제의 비밀을 벗겨내면서 인간은 동물을 극한 환경에 몰아넣기 시작했다. 백신, 치료제, 호르몬제, 구충제, 중앙 공조 시스템, 자동 급여기 등 수많은 최신 문물을 활용하여 닭이나 다른 동물을 수만 마리씩 좁은 우리에 몰아넣고는 전례 없는 고통을 안겨주며 고기와 달걀을 생산해내고 있다.

21세기 과학과 기술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게 더 큰 영향력을 끼칠 힘을 부여할 것이다. 인간은 소나 돼지 또는 닭의 고통을 외면한 채 더 빨리 자라고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하는 가축을 설계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공학을 활용하여 청정고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청정고기는 동물세포로 생산한 진짜 고기로서, 동물 전체를 키우거나 도축할 필요가 없다.

이 길을 선택한다면 생명공학은 가축의 파괴자가 아닌 구원자로 거듭나게 된다. 청정고기의 가격이 내려가면 윤리적으로나 경제·환경적 측면에서 기존 고기는 청정고기로 대체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방법이라면 인간은 수십억 마리에 달하는 가축의 사육과 도축을 빠른 시일 내에 멈출 수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산업동물을 사육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인류 역사의 어두운 단면인 노예제도처럼 끔찍하다고 느끼게 될지 모른다.’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9.11.30  10: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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