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률 감소로 전세계 각국이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출처= Indusladie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중심의 저출산 문제가 다시 악화되는 가운데 신흥국인 중국도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글로벌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美 신생아 출산 30년만에 최저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는 27일(현지시간), 임신 여성이 줄면서 미국 내 출생 및 낙태율이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DC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신생아 수는 379만 1712명으로 3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신고된 출생아 수보다 2% 적다. 낙태 건 수 또한 지난해 62만 3471건이 접수돼 전년보다 2% 줄었다.

미국의 출생아 수가 감소한 것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이전 세대들보다 아이를 덜 갖기 때문이다. 미국의 출산율은 2005년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며 경제적, 문화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출생아 수가 인구보충출생률(replacement level, 총인구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출생률)의 범위 내로 유지된다면 전반적인 인구 수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출생률이 그보다 낮으면 그 나라는 노동력을 대체할 수 없고 충분한 세수를 유지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보다 높으면 자원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의 2018년 출산율은 여성 1000명당 1729.5명(1.7295)으로 인구보충출생률에 해당하는 2100명(2.1)에 못 미친다. 미국의 출산율은 이미 1971년부터 인구보충출생률을 밑돌았다.

10대 임신율은 계속 감소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17.4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 보다7% 낮고 1991년에 비해서는 72%나 낮아진 것이다. 20세에서 34세 사이의 여성들의 출산 수도 줄어들었고, 반면 35세 이상의 여성의 출산율이 약간 증가했다.

▲ 2018년 미국의 신생아 수는 379만 1712명으로 3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처= NCHS

日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

일본도 올해 출생자 수가 급감해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인구 동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태어난 출생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한 67만 38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출생아 수가 5% 이상 감소한 것은 최근에는 1989년 한 번 뿐이었다"며 "올해는 30년 만에 대폭적인 감소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2018년 일본에서 태어난 일본인은 91만 8000명이었다. 현재의 감소 추세로 추산하면 2019년 출생아는 87만~88만 명 정도가 예상된다. 10년 전보다 20만명 정도 적은 수이며, 지난 1899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최소치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에서 출생아 수가 줄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출산 적령기에 해당하는 여성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71~74년생인 이른바 단카이 주니어(2차 베이비붐 세대)는 이미 올해 45세 이상이 된 상태다. 또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것도 감소 요인이다. 한 명의 여성이 생애 출산하는 아이 수를 나타내는 합계특수출생률은 지난해 1.42를 기록하며 3년 연속 하락했다.

고령화 저출산 문제는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인구 과잉으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던 중국은 출생률이 계속 하락하자 2105년부터 두 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자녀 출산이 이제는 더 이상 정부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자녀 갖기를 꺼려하는 젊은 세대들은 정부의 두 자녀 정책에도 불구하고 다자녀를 선호하지 않았다. 중국의 출생률은 두 자녀 정책을 도입한 이듬해인 2016년 반짝 반등했을 뿐 이후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출생아가 1523만명으로 50여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생률에 관한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나라다. 한국은 2018년에 합계 출생률이 0.98명을 기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저출산율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합계 출생률은 0.91명으로 0.9명대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인구 동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태어난 출생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한 67만 38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출처= Nippon.com
▲ 중국의 출생률은 두 자녀 정책을 도입한 이듬해인 2016년 반짝 반등한 이후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출생아가 1523만명으로 50여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출처= 중국 국가통계국

각국의 이민자 정책

전 세계적으로 출생률이 감소하는 이유는 간단한다. 바로 도시화 때문이다. 농경사회였던 과거에는 자녀들이 곧 노동력이었지만 도시화 이후 자식들은 더 이상 농장에서 일 할 필요가 없어졌다. 게다가 부모들은 도시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높은 교육비 등 양육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 오히려 자식이 경제적 부채로 느껴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들이 택한 대책은 이민자 유입이었다. 유럽과 북미권은 일찌감치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대륙이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이미 20년 전부터 인구가 감소했을 것이라 지적했다. 또 국제이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의 유일한 인구 증가 동력은 이민 뿐이라고 보고했다. 다만 최근 유럽이나 미국에서 극우세력이 집권하면서 반이민정책이 다시 대두되고 있지만 반이민정책이 경제 인구의 감소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6년 미국 국립과학 공학의학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합법적인 이민자들은 고도의 숙련노동 부족을 메우고 기업가적 추진력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두고 이민자와 원주민 간의 갈등도 거의 없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결국 미국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서 경제를 더 성장시키고 이민자뿐만 아니라 원주민의 삶도 나아졌다는 것이다. 합법적인 이민자들이 정착해서 돈을 번다면 그들은 성실한 납세자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캐나다는 미국보다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였다. 캐나다 인구의 20%는 캐나다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민자들이다. 이민자 덕분에 캐나다의 인구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고령화 진행 속도도 더딘 편이다. 캐나다 이민자의 평균 연령이 일반 캐나다인의 평균 연령보다 7살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외 이민자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캐나다 토론토시는 2019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6위에 올랐다.

그러나 서구권 국가에 비해 일본이나 한국 같은 아시아권 국가는 이민자에 대해 그리 개방적이지 않다. 현재 한국의 이민 정책은 이민자가 정상적으로 정착하기에 폐쇄적인 시스템이다. 경제적·정치적·사회적 분야에서 다 배제된 상태라는 의미다. 대부분의 외국인 이민자는 단순 인력과 결혼한 이민자로, 이들이 낳은 자녀들, 즉 다문화 2세의 경우 취학률이 저조해 잠재적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사회통합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보다 외국인 기피가 심했던 일본도 인구 절벽을 앞두고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 못지 않게 민족의식이 강한 일본에도 최근까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민 정책이 없었다. 대부분의 외국인 노동력은 일손이 부족한 단순노동력을 단기적으로 충당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고령화가 지속하고,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자 더 이상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은 노동력 감소로 인해 지방도시나 산업, 기업이 소멸하지 않도록 지난 4월 1일부터 신출입국 관리법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단순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반 기술을 가진 외국인 근로자에게 이민에 준하는 수준의 취업 비자를 내주기 시작했다. 또 2019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이민개방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