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펄어비스는 아낌없는 사내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육아비 지원, 인근 거주비 지원, 난임 부부 시술 비용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3분기 기준 1000여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회사는 연간 최소 수십억원을 임직원의 복지 고정비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펄어비스에 입사하면 아이를 둘만 키워도 연봉이 1000만원 오른다”는 부러움 섞인 농담도 나온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11월 26일 안양에 위치한 펄어비스 사옥을 방문해 회사 복지시설을 둘러보고 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장지선 펄어비스 경영지원실 부실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장지선 부실장은 펄어비스 복지의 두 가지 방향성으로 ‘업무 외의 모든 것을 지원’해주는 것과 ‘임직원의 가족까지 생각하는 것’을 꼽았다.

언뜻 전장에 참전하는 병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병사는 전투에 집중하고, 국가는 그 외에 모든 걸 지원하는 것처럼 말이다. 펄어비스 임직원은 회사에 ‘검은사막’ 지식재산권(IP) 게임의 잇따른 흥행이라는 짜릿한 승리를 가져다줬다. 펄어비스는 임직원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해주고 있을까?

펄어비스 경영지원실 장지선 부실장

육아와 거주 부담, 팍 줄인다

펄어비스 복지의 핵심은 임직원의 가족까지 지원하는 것이다. 이중 가장 직원에게 효용이 높은 복지 제도는 단연 육아비와 거주비 지원이다.

우선, 임직원이 키우는 아이 한 명당 월 50만원을 지원한다. 이 제도는 맞벌이 가정 등을 위해 가정에서 가사 도우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회사가 직접 가사 도우미를 채용해줄 수는 없으니 직원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준다. 키우는 아이의 수 제한도 없다.

딸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기혼 직원 김범중 과장은 "육아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부담도 상당한데 지원금 덕분에 양육비 부담으로 소모될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 일에 몰두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회사 인근 거주자 지원도 직원들 사이에서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직장 생활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펄어비스는 회사 인근에 사는 직원에게 매월 50만원을 지원한다. 장 부실장은 “아무래도 출근 시간이 1시간을 넘다보면 직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인근 주거 시 만족감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20대 조성동 사원은 “거주비 지원 덕분에 걸어서 15분 거리에서 출퇴근하고 있다”면서 “기존에 왕복 4시간이 걸렸던 걸 생각하면 굉장히 만족스럽다. 지원 금액이 적지 않아 복층 구조의 오피스텔을 계약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모든 지원 제도는 중복 수령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내 커플이라면 양쪽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연의 시작부터… 아이의 탄생까지 응원

최근엔 임직원의 결혼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펄어비스는 지난 9월 일부 미혼 임직원의 결혼정보업체 가입비를 지원해줬다. 결혼정보업체 가입비는 통상 수백만원에 달한다. 희망자로부터 사연을 받아 가장 절실함이 느껴지는 직원을 위주로 뽑았으며, 현재 해당 직원들은 인연을 찾아가는 단계라는 후문이다.

해당 지원은 공식적인 제도는 아니고 일시적 이벤트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펄어비스는 이 같은 취지의 복지 제도를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장 부실장은 “가족이 이미 있는 분 외에 미혼 직원을 위한 복지도 마련하기 위해 이벤트를 기획했다”면서 “임직원의 연애부터 결혼, 출산, 육아까지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의 세심함은 의료비 지원에서 드러난다. 펄어비스는 난임 부부로 고민하는 임직원에게 난임 시술 비용을 1회에 100만원 한도로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 지원한다. 장 부실장은 “난임으로 고민하는 직원이 많았다. 간단한 시술의 경우 큰 부담이 없지만 1회에 100만원이 넘는 고액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심지어 이런 시술을 5~6회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난임 부부 시술 비용 지원은 이 같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가 규정하는 가족의 범위는 부부에 국한하지 않는다. 펄어비스는 임직원 당사자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물론이고 배우자의 부모님과 조부모님까지 챙긴다. 상해보험, 암보험 등 각종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결혼·장례 등 경조사도 지원한다.

경제적 지원 외에도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분기별로 진행하는 임직원 행사 ‘펄밀리데이’가 그 예다. 앞서 쿠킹클래스, 영화관람 등 행사에 임직원과 그들의 가족 수백명이 참가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사옥을 둘러보니 사내 카페를 비롯해 휴게실, 샤워실, 전문 마사지사가 서비스해주는 마사지샵, 하루 3끼가 지원되는 식당,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오락실, 언제든 과일을 꺼내먹을 수 있는 과일 냉장고 등 임직원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복지도 많이 보였다. 

특히, 이 같은 사내 복지 시설은 펄어비스의 임원진도 애용하는 듯 했다. 이날 혼자서 사내 카페를 찾은 정경인 대표가 음료를 주문하며 카페 직원과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소소하지만 수평적인 사내 문화도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장 부실장은 “회사 임원들도 회사 복지에 대해 신경과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면서 “지금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복지도 많고 현재 진행중인 것도 좀더 업데이트해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