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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외면 받는 ‘위생등급제’제도 홍보 미흡·실효성 불투명…매몰비용 지원 등 동기 부여해야
▲ 위생등급제 표지판.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외식업체 위생상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기관이 추진 중인 ‘위생등급제’가 실효성 부분에서 의문이다. 이는 파리바게뜨, 맥도날드 등 주요 외식업체들은 참여하지만, 소규모 사업자들이 제도에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22일까지 위생등급을 부여받은 사업장은 전국 3625개로 집계됐다. 2017년 기준 등록된 식품접객업 업체 85만1893개 가운데 위생등급을 받은 사업장은 0.4% 수준에 불과하다.

위생등급제는 음식점 위생 상태를 평가한 뒤 우수한 업소에 매우우수, 우수, 좋음 등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눠 지정해 주는 제도다. 식약처가 전체 음식점의 위생수준을 향상시키고 식중독을 예방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시행해오고 있다.

식약처는 엄격한 평가를 통과해 위생등급을 부여받은 사업장에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1~3개의 별(★)을 통해 사업장이 부여받은 위생등급을 드러낼 수 있는 위생등급 표지판을 전달하고 위생 검사도 향후 2년 간 면제해준다. 식약처는 또 경영주가 사업장 운영에 필요한 시설·설비를 개·보수할 경우 필요한 자금을 저리(低利)에 대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허지만 이런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은 제도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제도에 전면 참여할 의사를 밝힌 업체들의 행보도 올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불거진 외식업계 위생 이슈에 대응하려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카페, 버거 매장 등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사례가 꾸준히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소비자 “위생등급제 모른다”…제도 실효성도 입증 안 돼

위생등급제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로 자율성이 지목되고 있다. 이는 각 사업자가 위생등급제 도입 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담이 발생하고, 의무적인 참여사항이 아니 때문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2017년 12월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사 38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위생등급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필요성을 못 느껴서’(27.9%)가 가장 높은 응답 비중을 기록했다. ‘평가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26.0%), ‘신청 절차가 많고 복잡해서’·‘바빠서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18.3%)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사업자들이 매장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활발히 참여할 것이라는 당초 식약처의 예상과 빗나갔다.

또 외식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위생등급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실효성 저하의 이유로 들었다. 대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성인남녀 315명의 설문 응답지를 분석한 결과 위생등급제를 알고 있는 인원의 비중은 30.5%(96명)에 불과했다. 제도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219명) 가운데에서도 음식점을 고르는 데 있어 위생등급 획득 여부를 고려하는 경우는 28.1%(62명)에 그쳤다.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위생등급제가 매장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도 참여에 대한 사업자 동기를 떨어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식약처나 등급 평가를 맡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제도 도입 후 업체 매출액 추이나 인증제의 실효성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 본아이에프, 맘스터치 등 현재 위생등급을 획득한 매장을 보유한 업체들 역시 등급 획득 여부와 매장 매출 양측 간 연관성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당국에서 점포 위생 수준을 입증해주는 점은 해당 사업장 구성원들에게 일말의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스타벅스는 정부기관의 엄격한 평가를 통과함으로써 직원들 사이에 고무된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는 11월 22일 현재 289개 매장에서 위생등급을 획득한 상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등급을 획득한 점은 일부 해당 매장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제공하는 고객 서비스가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출처= 뉴시스

업계 “평가 과정 상 매몰비용 지원할 필요 있다”

식약처는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위생등급제의 의미를 각인시키고 제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각종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모범음식점 제도 등 내용 상 중복되는 기존 제도와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위생등급제가 비효율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관련 예산을 둘러싼 문제가 제기되며 위생등급제가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식중독 예방 및 관리 예산 67억5900만원 가운데 미집행액 일부인 3억2600만원은 위생등급 평가 신청 건이 적게 나타남에 따라 집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CM송 제작, 영상광고 등 다양한 홍보 전략을 전개해 제도를 널리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월 고시를 통해 평가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제도 참여에 대한 사업자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는 위생등급제를 통해 사업장 위생을 담보해줌으로써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만한 업소를 발굴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최대한 많은 음식점이 위생등급을 부여받는 것이 제도 성과를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음식점주 대다수가 생계를 위해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사업에 즉각 영향을 받지 않는 위생등급제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생등급제는 업체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를 담은 만큼, 사업자들에게 평가 과정 상 나타날 수 있는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등 제도 활성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위생등급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제도를 잘 아는 게 관건”이라며 “제도에 대한 사업자·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보완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훈 기자  |  cdhz@econovill.com  |  승인 2019.11.28  16:4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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