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데이터. 출처=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신용정보법 개정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산업, 경제계가 우려의 소리를 내고 있다. 대내외적인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인 이슈가 경제 성장을 발목 잡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데이터 3법은 당초 여야 3당 지도부가 조속한 처리 약속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돼 불만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표류하는 데이터 3법...대한민국 미래 산업 '먹구름'

▲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출처=갈무리

글로벌 네트워크 발달로 인해 시대가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구글부터 아마존, 애플, 소프트뱅크, 텐센트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은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앞다투어 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자 산업의 쌀이 반도체라면 4차 산업의 쌀은 바로 데이터로 일컬어지고 있다.

사용자들이 쌓아온 데이터는 금융, 헬스케어, 마케팅, 인공지능, 페이먼트, 게임,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 군에서 활용될 수 있다. 미래 산업에 활발히 투자가 이뤄지는 유럽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개정지급결제산업지침(PSD2)를 통해 은행권 데이터 개방 시스템을 갖췄다. 또 일본은 2015년부터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익명화된 데이터 접근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초 재계·산업계에서는 이런 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데이터 3법 통과를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여야 3당 지도부의 조속한 통과 약속을 굳게 믿었다. 데이터 3법은 개인과 기업이 통계작성·과학적 목적 등을 이유로 수집해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다양한 산업 물론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산업까지 아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산업에서는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 26일 국내 스타트업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데이터 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들은 연내 데이터 3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빅데이터 경쟁에서 앞서있는 선진국들과 격차가 더욱 벌어져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경기 불황 늪에 빠져 기업들이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법안 소위 문턱을 넘은 법은 3개 중 1개인 개인정보보호법뿐이다. 또 데이터 3법은 따로 분리했을 경우 상당히 국한된 성과를 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쟁에 휘말린 국회에 볼모로 잡혔다. 사실상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국회가 박탈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20대 국회의원들이 줄기차게 강조한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진심까지 의심되고 있다.

또한 법안 소위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도 오는 29일 열리는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특히 데이터 3법은 임기 종료를 앞둔 20대 국회에서 불발 시 자동 폐기돼, 21대 총선을 거쳐 내년 중후반이 돼야 다시 논의될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트렌드, 플랫폼이 변화하는 시대에 데이터 산업에 대한 '골든타임'을 넘기겠다는 뜻이다. 데이터 3법 불발은 결국 대한민국 미래 산업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산업의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했다"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6일 긴급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대한상공회의소

데이터 3법에 대한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재계에서도 질타가 흘렀다. 막상 재계의 규제 혁파 전도사로 알려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부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의 데이터 3법 계류에 대한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이는 여야 3당 지도부가 국민과 약속한 내용을 지키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박용만 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은 벌써 이미 일찍 규제를 풀어서 저만큼 앞에 뒤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 산업의 아주 기본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라며 "글로벌 ICT 기업들이 빅데이터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데, 우리는 글로벌 기업은 커녕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도 못한 상태로 (데이터 3법 통과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박용만 회장은 여야 3당 지도부가 약속한 부분도 언급했다. 그는 "각 당 대표가 합의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고, 대한상의는 기업들을 대변해서 믿고 기다렸다"라며 "하지만 이게 처리가 안되면 기업들은 어디에 맞춰 사업 계획을 짜며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데이터 3법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 나온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1월 데이터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3법은 국민 대부분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신뢰할 수 없으며, 기업의 약 98% 이상이 필요하고 나타났다. 그런데 일부 반대로 인해 법안 계류는 한쪽으로 경도돼 있다는 것이다.

박용만 회장은 "이미 입법부 의원들을 대표하는 정당 대표들이 약속했을 때까지 충분한 의견수렴을 했을 것이고, 충분한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끌었다고 본다"라며 "합의 결과를 국민들에 약속했고, 그 약속을 재계·산업계에서는 믿고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행 안되고 본회의에 못 가고 있어 안타깝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