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항공업계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올해 ‘보이콧 재팬’ 등 수요 감소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항공업황이 내년부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이로 인한 물동량 증가, 일본 노선 수요 회복 등이 주요 터닝 포인트로 꼽힌다. 특히 시장은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에 주목하고 있다.

4Q 항공업계, 전 분기보다 상황 더 나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 4분기 국내 8개 항공사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절적 비수기로 운임 하락이 예상되고 ‘보이콧 재팬’ 운동으로 인한 일본 노선 수요 감소, 공급과잉, 유가 및 환율 상승, 홍콩 정세 불안 등 각종 악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분기에도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내 7개 항공사는 실적이 모두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유일하게 흑자를 낸 대한항공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 

국내 1~3위 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초라한 실적을 냈다. 3사의 3분기 영업이익 총 합은 543억원 수준으로 이는 2009년 3분기 652억원보다 109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높은 항공수요 성장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며 매출성장과 수익성 개선세를 보여 온 최근 영업실적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비교적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보이콧 재팬’ 영향으로 뼈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국제선 일본 노선 비중은 대형항공사가 20%, LCC 42.7%다. 7월 전년 대비 일본 여객 성장률은 3%에 불과했고, 8월 △22%로 큰 폭으로 감소한 뒤 9월 △30.4%, 10월 △43.3%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한 연말까지 피해추산액은 최소 54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시장에서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항공사들의 4분기 실적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되레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여객 수요·환율 상승 흐름과 더불어 4분기가 3분기 대비 수요가 둔화하는 비수기라는 점이 작용했다. 또한 7월 시작된 일본 여행 불매운동 영향이 9~10월 갈수록 심화된 탓에 실적 개선 기대감을 갖긴 어려워 보인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는 매각 이슈로 예상치가 나오지 않은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를 제외하고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이 180억~2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의 경우 연말 성수기 효과와 반도체 경기 회복세로 인해 화물 수송량이 늘면서 800~900억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0년 2분기부터 업황 개선 기대…  글로별 경기 회복·일본 노선 정상화 

항공업계에서는 2020년 2분기부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완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 회복, 이로 인한 선진국 투자 확대와 글로벌 물동량의 증가, 일본 노선 정상화와 여행·레저 관련 지출 증가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주요 국제기구는 앞 다퉈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과 교역 수준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3.0%에서 내년 3.4%로, 세계무역기구(WTO)는 세계교역 증가율이 올해 1.2%에서 내년 2.7%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 분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항공업계 신뢰도 지수(Airline Business Confidence Index) 출처=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글로벌 경기 회복은 다양한 연쇄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생산 원제품의 최종 소비처인 선진국에서 투자를 늘릴 경우 글로벌 물동량 증가가 예상된다. 

국제 항공 화물 수송량은 글로벌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올 연말까지 지난해 대비 5.8%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 기저효과와 함께 선진국 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내년도 국제 항공 화물 수송량은 올해보다 2.1% 늘어난 309만톤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공 화물에서 가장 중요한 IT 부품 등의 미국에서 수주잔고가 재차 증가하는 모습을 띄는 점이 고무적이다. 여기에 아시아태평양 항공화물 적재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60% 아래로 내려오면서 공급이 조절, 항공화물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살아날 경우 여행과 레져 활동에 대한 수요 성장 또한 어렵지 않게 예상해볼 수 있다.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아웃바운드 여행 지출은 연 평균 6%이상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환율 및 유가 안정화 등도 항공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심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는 향후 업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업계 신뢰도 지수’에 따르면 1분기 전보다 향후 업황을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증가했다. 올 7월과 10월을 비교할 경우 수익성 개선을 예상하는 응답률은 35%에서 49%로 늘었고, 투입원가 감소 예상도 19%에서 22%로 늘었다. 여객수가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 또한 50%에서 53%로 늘어났다. 

대외 경영요인의 개선이 점쳐지는 가운데 국내 경영요인 또한 호전될 전망이다. 내년 국내 국제선 여객 수요는 기저효과에 올해대비 5% 늘어나 2019년 수준(9589만명)까지 회복될 전망이다. 국적사의 단거리노선 확대와 중국의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 금지 해제 영향으로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 

▲내년도 국제선 노선별 여객 실적 점유율 예상. 출처=한국교통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노선별로 중국이 12.16%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가 전망된다. 이어 베트남 노선 8.91%, 태국 노선 6.99%, 필리핀 노선 6.64%, 미국 노선 5.21% 등으로 추정된다.  

특히 한일 정치외교적인 이슈로 가장 큰 침체기를 맞은 일본노선이 회복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노선은 현재 과거 수준의 일본여행 붐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슈가 장기화될수록 희석되는 경향이 있어 소폭 회복 전망된다. 연구원은 올해 일본 노선 여객이 1920만명 수준으로 전년대비 9.87%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1700만명으로 올해 대비 1.13%포인트 증가한 8.7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내년 도쿄 올림픽 등으로 한일관계가 화해무드로 접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점도 호재다. 게다가 공급심화와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한 항공사들의 보수적인 기단 확대 계획도 수급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항공사들은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면서 앞다퉈 항공기를 도입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항공 여객실적은 국제선을 기준으로 2017년 대비 11.7% 오른 반면, LCC 공급석 증가율은 23.5%에 달했다. 여객 증가율 2배를 상회하는 공급석 증가율은 탑승률 하락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올해 경영환경 악화로 내년도 신규 항공기 도입 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도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항공화물강자’ 대한항공·‘선방한’ 티웨이항공, 내년도 실적 기대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의 내년도 성장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주와 유럽 노선 비중이 51%에 달해 아시아나항공(37%)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는 ‘보이콧 재팬’ 등의 충격에 완충제 역할을 맡았다. 실제 대한항공은 이번 3분기 실적에서도 LCC들과 달리 여객사업의 공급과 수요가 모두 증가했다. 공급은 1.6%, 수요는 3.2% 증가했으며, 일본(-19%)과 중국(-4%) 을 제외하고 매출이 늘어났다.

대한항공은 화물 매출 비중이 각각 20%내외로 높은 편인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내년도 경기 회복으로 인한 글로벌 물동량 증가로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 이에 맞춰 대한항공은 최근 미국, 캐나다, 중국 등으로 향하는 화물편을 확대하는 등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최고운 연구원은 “2020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2018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라며 “올해 분기당 1000억원에 가까운 감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부문은 완만하게 턴어라운드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 박광래 연구원도 지난 22일 열린 ‘제10회 항공산업 전망세미나’에서 “내년도 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의 주가가 제일 좋을 것이라 본다. 항공 화물 물동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커서다”고 말했다. 이어 “IT와 전자부품 등 미국에서도 전자 관련된 수주가 좋아지고 있어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 내년도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출처=대한항공

티웨이항공은 일본노선 매출비중이 가장 높아 수요가 회복될 경우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2018년 기준 티웨이항공은 일본노선 매출 비중이 30.8%로 제주항공(26.5%), 진에어(24.0%) 대비 높았다.

티웨이항공은 한일 관계 경색으로 여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3분기 영업손실 102억원으로 다른 LCC보다 손실 방어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티웨이항공은 일본노선의 비중이 가장 높아 가장 큰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 같은 예상을 깨고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최근 보잉 737 맥스 및 NG기종 이슈로부터 자유로운데다 빠른 노선전환을 시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영증권 엄경아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의 2020년 매출액은 1조963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722억원 흑자전환해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급불균형 해소에 따른 Yield(단위 당 운임) 상승이 수익성 개선의 주된 이유에 해당 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 하준영 연구원 또한 “2020년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일본여객 수요가 회복된다면 티웨이항공의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한 약 2477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