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2000만 관객을 돌파한 CGV 인도네시아. 출처= CJ CGV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사업 확장도 순조롭고, 단기 실적과 전망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회사의 누적 부채가 많다는 점 때문에 그간 올린 성과들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박한 평가를 받는 기업이 있다. 멀티플렉스 CJ CGV(이하 CGV)다. 그런 CGV가 최근 해외 통합법인 설립을 통한 사업 지분 일부의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하면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처럼 경영의 불안요소를 점점 줄이는 시도로 CGV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도 서서히 달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채비율이 1년 만에 두 배로?

부채비율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의미한다. 기업의 재무구조에서 타인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경영 지표다. 당연히 그 수치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으며, 통상 기업 경영에서는 부채비율 200% 이하를 정상적 부채비율로 간주한다. 

CGV의 재무구조가 불안하다는 투자자들의 평가는 높은 부채비율에서 비롯됐다. 부채가 많다고 해서 단기간에 기업이 도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줄어들지 않거나 혹은 계속해서 늘어나면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기가 점점 어렵게 되고 결국에는 문을 닫게 된다.

▲ 출처= 네이버 금융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4년(12월 기준) 220.80%였던 CGV의 부채비율은 2018년(12월 기준) 306.01%까지 늘어났다. 올해 9월 기준으로 CGV의 부채비율은 713%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부채비율이 두 배 가량 늘어나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이처럼 CGV의 부채비율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리스 회계기준은 기업이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시설이나 건물들을 자산이자 부채로 계산한다. CGV의 극장들은 대부분 특정 건물의 공간을 10년에서 15년 이상 장기 임대한 건물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롭게 적용된 회계기준은 CGV의 부채비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해외사업 확장을 도모하는 CGV의 경영 방침도 한 몫을 했다. CGV는 2006년부터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함으로 추가 수요를 창출하는 데 주력해 왔다. 2006년 첫 글로벌 확장으로 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2010년), 베트남(2011년), 인도네시아(2013년), 미얀마(2014년), 터키(2016년)의 극장 시장에 진출했고 특별 상영관 ‘4DX with ScreenX’와 ‘4DX’로는 프랑스와 러시아에 진출하기도 했다. 일련의 사업 확장에는 많은 초기 투자비용이 수반됐고 CGV의 해외 사업 반경이 점점 넓어지면서 부채비율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 출처= 메리츠종금증권

터닝포인트 

CGV는 자사의 높은 부채비율로 인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해외 법인의 지분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자사의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을 하나로 통합한 법인 ‘CGI 홀딩스’를 설립했고 지난 18일 이 법인의 지분 약 28.57%의 매각을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CGV는 올해 안으로 3336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CGI 홀딩스의 전체 기업 가치는 약 1조1700억원으로 평가됐다. 26일 종가 기준 CGV의 주가 3만7600원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이 8000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3개 법인이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된 것에는 CGV의 성장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CGV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 중 1843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해 부채 비율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올해 말 CGV의 부채비율이 713%에서 44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쁘지 않은 전망   

CGV에 대한 투자자들의 박한 평가는 서서히 관점이 바뀔 전망이다. 무엇보다 투자에 있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재무구조의 불안감 해소로 해외 사업장에 대한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울러 CGV의 해외 사업장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터키 시장이 점점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21일 개봉 후 약 일주일 만에 444만 관객을 동원한 <겨울왕국2>의 선전과 12월 <백두산>, <천문> 등 기대작들의 개봉으로 연말 극장 성수기 국내 박스오피스 관객 동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 역시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의 입지에서 국내 박스오피스 실적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 역시 CGV에게는 긍정적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정지수 연구원은 “2020년 중국,베트남,터키등 주요 해외사이트 운영 노하우 축적에 따른 실적정상화와 더불어 국내 주요 사이트에 설치된 키오스크 운영을 통한 효율화 경영으로 중장기 관점에서 CGV의 실적과 투자자들의 평가에도 기대감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딩투자증권 서형석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이번 재무구조 개선으로 CGV는 아시아 지역의 ‘절대 강자’로 성장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전망”이라면서 “이와 함께 CGV를 둘러싼 대내외적 요인이 외형적 성장과 내실경영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CGV 관계자는 “재무구조의 개선 적자의 폭을 점점 줄이고 있는 터키 사업의 분위기 반전 등 불안요소의 해소는 내년의 실적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CGV는 더 적극적인 해외사업 확장과 내실을 다지는 경영으로 추가 성장의 기회를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