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EP과 IMF가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안성배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 윤덕룡 KIEP 선임연구위원, R.Sean CRAIG IMF 아시아태평양국 선임이코노미스트. 출처=KIEP

[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아시아 경제가 미중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무역감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가운데 수출위주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 중 하나로 지목됐다.

다만, 한국 정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한국경제의 전반적인 하방압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현재의 완화적 금융기조가 급선회 할 경우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로 경고했다. 국내 경기의 핵심이 되는 반도체 산업의 반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만 향후 전체 무역량 감소에는 유의미한 영향은 줄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6일 국제통화기금(IMF)과 제9차 KIEP-IMF 공동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내년 세계경제 전망과 아시아 금융시장 안정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KIEP는 내년 세계경제가 3.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아시아경제가 5.1%, 한국의 경우는 올해(2.0%)보다 소폭 상승한 2.2% 상승을 전망했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목한 3 가지 위험요인. 출처=KIEP

3가지 위험요인, ‘무역분쟁 · 완화적인 통화정책 · 지정학적 리스크’

이날 두 기관 모두 무역분쟁 등 ‘정책 불확실성’을 2020년 세계경제의 주요 하방요인으로 지적했다.

안성배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2020년 세계경제 둔화세가 다소 개선되면서 2019년(2.9%)보다 높은 3.2%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2.0%)과 유로지역(1.1%), 일본(0.4%), 중국(6.0%), 아세안 5개국(4.9%) 등 주요국의 경우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둔화된 성장세를 보일거라 예상했다.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편, 인도(6.2%) 등 여타 다른 신흥국들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기부양효과에 힘입어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불확실성 확산에 대한 우려로 인한 미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유가는 수요약세로 인한 하향 안정세를 전망했다. 보통 경제성장률 하락 상황엔 원유 수요가 줄어 드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 원유 공급 자체는 미국 등 비OPEC국가의 공급량이 증가세를 보이는 등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다만, “투자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 셰일 오일 공급을 무한정 늘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면서 “유가의 하방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각 국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의 경우 대내외 갈등으로 지속가능성이나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수정폭. 아시아 국가에서 하향 조정이 두드러진다. ▲ 출처=IMF

IMF “한국 포함 대다수 아시아, 통화·재정정책 여력 충분”…회복세 꺾지 않는 것이 중요

안 연구원의 발표에 이어 션 크레이그(Sean Craig) IMF 아시아·태평양국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지역의 2020년 경제성장률은 2019년(5.0%)보다 소폭 증가한 5.1%로 전망했다. 한국은 2019년 2.0%, 2020년 2.2%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크레이그 선임이코노미스트 역시 아시아에서 무역분쟁 관련 정책 불확실성 등을 주요 하방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다만 크레이그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정책당국은 완화적 통화정책과 확장적 재정정책을 활용해 이러한 경기둔화 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크레이그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글로벌 무역 둔화를 들었다. 무역갈등으로 인해 관세가 인상되면서 세계 교역량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반적으로 산업생산량이 하락하고 있는데다 성장률 하향조정치도 한국, 인도, 태국, 싱가폴 등 아시아 주요국들에서 가장 큰 폭으로 나타났다. 크레이그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완화적인 거시정책이 아시아경제의 전반적인 성장률 둔화 압력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완화적인 금융정책이 반대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했다.

크레이그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약세, 무역갈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들을 완화적인 통화정책들이 상쇄해왔다”면서  “정책의 방향이 급선회하면 시장의 기대와 중앙은행들의 신호가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지역의 경우 금리인하의 부작용으로 가장 우려되는 인플레이션이 잘 조정되고 있다”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여력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기조를 유지해서 회복세를 꺽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재정정책의 경우는 정부의 부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각 국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아시아 지역이 무역갈등의 부정적인 여파를 상쇄할만큼의 여력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험에는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기여 비중. 올 상반기까지 정부정책의 기여도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출처=IMF

IT 업황 반등은 ‘긍정적’...전체 경기에 영향 줄 정도는 아냐

한국 경제에 큰 축을 담당하는 IT산업의 반등이 전체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큰 영향력은 없다고 전망했다.

크레이그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업종의 주가 지수는 반등 추세지만 기대감은 이미 시장에 선반영 됐다”면서 “IT업황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하나의 업종에 불과해 지속적인 무역량 감소를 상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