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일본차 중심에서 현대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는 혜택을 갖게 된다. 현대차의 투자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 -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

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신흥 성장시장인 인도네시아 공략에 나선다. 오는 2021년까지 연 25만대 생산 규모 완성차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시작으로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26일 현대차는 울산공장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협약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브카시 시(市) ‘델타마스 공단’ 내에 완성차 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 투자비는 제품 개발 및 공장 운영비를 포함한 약 15억5000만 달러(약 1조 8243억원)이며 2030년 완전 가동이 목표다.

공장 부지는 약 77만6000㎡(약 23만4700평)에 이르며, 올해 12월 착공해, 2021년말 15만대 규모로 가동될 예정이다. 최종 준공 후 생산 능력은 25만대 수준이다.

생산 차종은 아세안 전략 모델로 신규 개발하는 소형 SUV(B-SUV)와 소형 MPV(B-MPV) 등이 검토되고 있다.

▲ 현대자동차와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바흐릴 라하달리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사진=현대자동차

◆ 인도네시아·아세안 시장 개척…미래 성장 동력 확보 추진 

현대차의 이번 투자 결정은 아세안 신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들은 각 나라별로 5~80%에 달하는 완성차 관세 장벽과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비관세 장벽을 내놓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각국의 규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 거점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세안 자유무역협약(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를 넘길 경우 역내 완성차 수출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이점이 크다.

이에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기업들과 연계, 부품 자급률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 수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호주, 중동 등으로의 수출을 검토하고, 완성차와는 별도로 연 5만9000대 규모의 CKD(반제품 조립, Complete Knock Down)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 인구 2억7000만명…115만대 규모 시장

현대차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최대 자동차시장 중 하나다. 지난해 약 115만대의 차량을 판매했고, ▲연 5% 수준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 ▲2억7000만명에 달하는 인구(세계 4위) ▲평균 연령 29세 등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국 자동차 시장의 잠재력도 크다. 지난 2017년 약 316만대 수준을 판매했지만 오는 2026년애는 449만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 전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한 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 전략모델 신규 개발 및 현지 생산·판매 체계 구축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 투자를 기반으로 아세안 지역에서 조기에 안정적인 제품 개발, 생산, 판매 체제 구축을 위해 혁신적인 차별화를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품 개발을 위해 별도 조직을 구성하는 등 긴밀한 협업 체계 구축에 나선다. 또한 현지에 최적화된 제품 출시를 위해 국내 부품사와 현지 부품사 간의 기술 제휴를 추진하는 등 현지 부품사의 기술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생산과 판매 체계는 소비자의 주문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 생산 방식’을 새롭게 적용한다. 이 방식은 소비자들이 제품 사양을 선택할 수 있고, 생산자는 재고 관리 비용 등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변화되는 마케팅 환경에 맞춰 온-오프라인이 연계된 판매 방식의 변화도 모색한다.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고, 이에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100개의 딜러망을 확보하는 등 고객 접근성, 지역별 수요 확보에도 나선다.

▲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사진=이코노믹리뷰 DB

◆ 아태권역본부 역할 확대…CKD·소셜벤처 진출 늘려

인도네시아 투자에 맞춰 현대차의 아세안 전략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 2018년 12월 신설된 아세안, 태평양 지역 본부의 역할도 강화된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인도네시아 공장과 현대차 베트남 생산 합작법인(HTMV)과의 시너지 효과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베트남 탄콩(Thanh Cong)그룹과 함께 연 6만대 수준의 CKD(반제품 조립) 공장을 운영 중에 있다. 2020년 하반기 10만대까지 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보다 다양하고 많은 모델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아세안 지역 내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바탕으로 시장 내 입지 강화도 도모하고 있다.

동남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인 ‘그랩(Grab)’에 투자, 실증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지역의 그랩에 코나 일렉트릭 200대를 공급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에서도 그랩과의 전기차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인도네시아 미래 인재 육성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소셜벤처(Social Venture) 육성 및 우수 유학생 초청, 정비기술 학교 설립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게 된다.

◆ 문재인 정부 신남방 정책, 인니 투자에 긍정적 작용

이번 투자 결정은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신남방 정책이 큰 도움이 됏다. 양국 간의 신뢰 관계 구축 및 교류 확대 분위기도 현대차의 투자 결정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 6월 일본 G20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또한 10월에는 양국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음을 공동 선언하기도 했다.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따라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에 합의한 결과 철강 제품(자동차 강판 포함), 자동차부품(변속기, 선루프) 등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자동차 및 연관 산업의 수출 확대에 따른 국내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아세안 현지에서의 우호적인 경영 환경 조성 등도 기대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