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턴(Byton)은 내년 출시되는 신차 엠바이트(M-Byte)에 역대 최대인 48인치 스크린을 장착할 계획이다.     출처= BYT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자동차 회사들은 당신의 차에 장착된 미디어 디스플레이 화면의 크기가 중요하다고 확신하는 것 같다.

자동차 회사들이 최신 모델에 더 큰 스크린, 더 많은 스크린을 도입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 간부들은, 내비게이션 도구, 음악 옵션 등을 보여주는 시스템이 더욱 정교해지고, 소비자들, 특히 젊은 층들은 자신들의 디지털 라이프를 차에 더 많이 싣고 싶어하기 때문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디스플레이 화면의 크기와 기능성이 증가한 것이 산만한 운전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방해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주 로스앤젤레스 오토 쇼에서 포드 자동차는 내년 말에 판매될 때 신형 전기차 무스탕 마하-E(Mustang Mach-E) SUV에 15.5인치 터치 스크린을 탑재했다. 선보였다. 이 정도 큰 사이즈의 스크린은 테슬라가 모델S 세단에 탑재한 17인치 패널에 이어 자동차 업계에서는 두 번째로 큰 크기다.

포드의 커넥티드카 기술 책임 엔지니어 게리 재블론스키는 "고객들이 노트북이나 휴대폰에서 익히 잘 알고 있는 경험, 그 풍부한 경험이 자동차로 이동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아트 크라이슬러,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 사업부, BMW 같은 다른 회사들도 최근 대각선 길이가 12인치가 넘는 대형 디스플레이 스크린이 장착된 차량을 선보였다. 이는 가장 인기있는 아이패드(iPad) 모델인 10.2인치 보다 더 큰 것이다.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최신 트럭 모델 램(Ram)에는 12인치 터치 스크린이 탑재되어 있고, 일본의 스바루(Subaru)도 최근 출시한 웨건 아웃백(Outback)과 세단 임프레자(Impreza)에 11.6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데이터 및 분석 회사 HIS 마킷(IHS Markit)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 등록된 자동차 중에서 7인치 이상 크기의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장착한 차량의 수는 지난 5년 동안 630만대에서 1090만대로 거의 75%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스크린의 평균 크기는 6.4인치에서 7.3인치로 커졌다.

다임러 AG의 메르세데스-벤츠 사업부에서 디지털 차량 기술 부문을 담당하고 조지 매싱은 "우리가 업계에서 보는 추세는 클수록 좋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메르세데스의 최신 멀티미디어 시스템 MBUX에는 최대 12.3인치의 대형 터치 스크린과 대시보드의 절반 크기에 달하는 비슷한 크기의 게이지 화면이 결합되어 있다. 운전자는 터치 스크린에 있는 항목을 누르거나 밀어 내거나 또는 시스템의 음성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기능을 사용해 원하는 기능을 불러온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턴은 (Byton)은 내년 출시되는 신차 엠바이트(M-Byte)에 48인치 스크린을 장착할 계획이다. 화면이 계기판 전체 범위를 덮는 지금까지 본 최대 크기의 스크린을 장착한 이 차는 2021년에 미국에 들여올 예정이다.

바이턴의 디지털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 제프 청은, 자체 조사에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 스크린이 센터 콘솔 한 쪽에 위치해 있는 경우보다 운전자가 도로로부터 시선을 덜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청 부사장은 "운전자들은 화면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으면 산만 운전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화면의 크기가 아니라 콘텐츠가 얼마나 충실한가와 그 콘텐츠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 지난주 선보인 포드의 야심작 무스탕 마하-E에도 15.5인치 스크린이 장착되어 있다.    출처= 포드자동차

자동차 탑재 기술을 연구하는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의 데이비드 스트레이어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운전자들은 이미 자동차 안으로 들어온 신기술에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대형 디스플레이는 인지 부하(cognitive load)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화면이 커질수록, 더 많은 기능과 특징이 장착되겠지요”

미국자동차협회(AAA)의 교통안전 담당 책임자 제이크 넬슨은 “터치 스크린이 그동안 운전자들에게 친숙했던 버튼과 스위치를 대체하고 있고, 여러 가지 다른 메뉴를 눌러가며 기능을 탐색해야 하는 운전자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넓은 터치 스크린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대형 스크린에 감명받지 않는다. SUV 차량 구입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인 지노 세페라는 "나는 내 차를 접대 장소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형 스크린보다는 차량 안전 시스템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방 규제당국은 자동차 내 표시장치와 그 기능에 대해 거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차내 디스플레이 장치가 많아지면서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2013년에 자동차 내 디스플레이의 산만함을 줄이기 위한 자율 지침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자동차 주행 중에는 운전자가 텍스트를 입력하지 못하도록 하고 불필요한 이미지를 표시하지 않도록 하는 권고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침에는 화면 크기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 테슬라는 세단 모델 S에 17인치 스크린 패널을 선보였다.    출처= Youtube

NHTSA는 제조사들이 이 지침을 어떻게 준수하는지 시험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이를 개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s)의 자동차 시험 담당 제이크 피셔 국장은 "문제는 이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이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회사 설계자들은 당연히 안전 문제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한다. 그들은 화면이 더 커지면 텍스트와 아이콘도 더 커져서 운전자가 정보를 더 쉽게 처리하거나 작업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포드의 재블론스키 기술책임자는 “운전자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지 도움이 되는지는 화면의 크기가 아니라 콘텐츠가 얼마나 직관적인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큰 화면이 어떤 운전자에게는 잘 맞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분명히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