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오리온이 미네랄워터 ‘제주용암수’를 필두로 생수 시장에 본격 뛰어든다. 오리온은 프리미엄 미네랄생수로 제과기업을 넘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재도약한다는 선언을 26일 공식화했다. 오리온은 오로지 제품만으로 승부를 보고 ‘에비앙’과 ‘피지워터’ 등 해외 프리미엄 제품과 견줄 수 있는 프리미엄 생수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 오리온 제주 용암수를 모델들이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제주용암수는 오리온이 4년 동안 공들여서 야심차게 내놓은 미네랄워터 브랜드로, 40만년 동안 제주도 현무암에서 자연 여과된 ‘용암수’를 원수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국내 시판 중인 일반 생수 대비 칼슘은 13배, 칼륨 7배, 마그네슘은 2배가 많고,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몸의 산성화를 겪고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pH 8.1~8.9로 약알칼리화했다.

오리온이 생수 시장에 뛰어든 건 올해 시장의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한몫했다. 오리온의 주력사업인 제과 사업을 유지하기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생수를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셈이다. 실제로 오리온은 지난해 7월 간편대용식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를 론칭하고, 관련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바쁜 현대인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간편하게 건강한 한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출시한 제품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소매점 기준)는 지난해 8259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늘었다. 1인 가구 비중이 도드라지는데,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조사’를 보면 생수 구입이 ‘매우 증가했다’는 답변은 1인 가구(5.6%)에서 가장 높았다.

▲ 제주 용암수 프로모션 포스터. 출처=오리온

현재 국내 생수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국내 생수시장 1위는 ‘제주삼다수’로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생산은 제주도개발공사가 유통과 판매는 광동제약이 각각 맡고 있다. 2위는 13%의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이며, 3위는 8%대 농심의 ‘백산수’다. 그 뒤를 해태 강원 ‘평창수’(4.5%, 375억원), 코카콜라(1.6%, 135억원), 하이트진로 석수 등이 있고, 이외에도 아워홈과 정식품, 신세계푸드, 동원F&B, 풀무원 등이 점유율은 낮아도 생산량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신덕균 오리온 음료마케팅 팀장은 “삼다수와 아이시스, 백산수 등 빅3가 국내 생수 시장의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제주용암수는 시장 진입과 동시에 빅3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 수원별 원수 미네랄 함량 비교. 출처=오리온

그렇다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생수시장에서 제주용암수가 가지는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제주용암수가 생수 빅3에 들어가기 위해선 백산수와 평창수를 합친 수요를 따라잡아야 한다. 가격만 고려해보면 오히려 프리미엄 미네랄 생수 콘셉트가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제주용암수 가격은 530ml 편의점 기준 1000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500ml 용량의 삼다수보다 50원 비싼 가격이다. 아이시스 8.0보다는 150원 더 높다. 다만 ml당 가격은 0.93원으로 삼다수(0.92원)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오리온 측의 설명이다.

신덕균 팀장은 “제주용암수는 국내 브랜드는 물론 대표 수입 미네랄 생수 ‘에비앙’과 비교해서도 제품 품질의 격이 다르다고 자부하고 있다”면서 “다만 국내 소비자들의 가격적인 감성을 고려해 기존 제품보다 5% 상향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 오리온의 제주 용암수 제품.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제품성만을 놓고 비교해보면 확실히 프리미엄 생수에 힘을 줬다. 시장점유율 1위 삼다수는 암반수를 사용하는 반면, 오리온은 더 깊은 용암수를 사용한다. 같은 제주수라도 수원지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미네랄 함량도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고 외국 생수 브랜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난다. 물에 맛이 있다는 것은 결국 미네랄 차이이기 때문이다. 

광고를 하지 않고 파격적인 프로모션도 마케팅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은 12월 1일부터 오리온 제주용암수 가정배송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서 정기배송을 신청하는 소비자들에게 530mL 60병 체험팩을 증정한다. 이와 함께 친구 3명에게 가정배송 앱을 추천하고 정기배송 주문 시 4회차, 8회차, 12회차 등 배송 4회차마다 무료 증정 혜택도 제공한다. 할인율로는 25% 달한다고. 2L 제품은 12월 중 프로모션을 개시할 예정이다.

▲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말을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그러나 국내에서 기반을 갖춘 뒤 해외시장을 조준하다해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상당수는 수원지가 비슷한데도 유통비용 등을 이유로 가격이 2~3배까지 차이 나기 때문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장에서 굳이 비싼 생수를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오리온이 강조하는 프리미엄 생수 시장 규모도 국내에선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피지워터’와 ‘에비앙’ 등의 수원지인 프랑스 수입액은 지난해 853만달러(약 100억원)로, 전체 시장의 1.2%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 시장에 어쩔 수 없이 진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시장의 음료 트렌드는 사이즈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추세다. 500ml 생수가 대다수이고 그보다 적은 미니 사이즈가 나오는 판에 제주용암수는 이보다 30ml 더 큰 530ml로 만들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500ml 기준은 세계적인 스탠다드는 아니고, 중국에서만 해도 530ml 전후대가 많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고려해 크기를 키웠다”면서 “국내에서는 좋은 품질을 물을 얼마 차이 나지 않는 가격이라면 더 많이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주도가 당초 국내용이 아닌 수출용으로 오리온 물 사업권을 허가했지만 오리온이 이를 어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제주도의 물 사업 승인을 받을 때부터 국내와 해외 시장 모두를 타깃으로 했고, 해외 판매 승인만 받았다는 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면서 “근거 없이 나도는 관련내용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채널별 생수류 매출 비중 변화. 출처=오리온

오리온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중국을 필두로 베트남, 러시아로 판로를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틈새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2010년 중국에 진출해 지난해 기준 230억원 매출을 낸 농심 ‘백산수’와 맞붙게 되는 셈이다. 오리온은 이미 지난 10월 제품 출시 전부터 아름다운 디자인, 미네랄워터로서의 강점 등 제품력을 인정받아 중국 2대 커피 체인인 ‘루이싱 커피’에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루이싱 커피는 중국 내에서 스타벅스 다음으로 많은 커피 체인점이다.

허인철 부회장은 “프랑스 에비앙은 생수 사업으로 2조원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도 우리 물을 사겠다는 곳이 있다면 지구 어디라도 가서 판매할 것”이라면서 “광고도 최대한 아껴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판매 가격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수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생수 제품의 덤 행사 등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로열티는 점점 더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오리온이 시장 진입 초반부터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제주용암수의 가격 프로모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