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천 제4-1-2 재개발 구역 입구.  구암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치솟아 평당 1억원을 찍는 아파트도 나왔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표로 신규 아파트 물량이 잠길 것이라는 우려에 희소가치는 나날이 높아졌다. 이런 와중 서울 내 주요지역(강남4구, 마·용·성, 여의도)이 아닌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던 지역의 재개발 시장은 알음알음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관악구에는 재개발 사업지 5곳, 재건축 4곳, 뉴타운 3구역이 있다. 제일 진행 상황이 빠른 건 재개발 사업인데 '봉천 제12-2구역(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1차)'과 '봉천 제12-1구역(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는 이미 준공이 됐거나 입주를 시작했다. 나머지 봉천제4-1-2구역은 이주단계, 봉천제4-1-3구역은 사업시행인가 전으로 정비계획변경 협의 중이다.

▲ 출처 = 관악구청

관악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봉천 제13구역은 2020년 3월까지 조합설립인가가 나지 않으면 '일몰제'에 해당돼 정비구역을 해제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지등록소유자 30% 동의를 얻으면 2년 정도 연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에 따르면, 현재 13구역은 정비구역 2년 연장을 위한 동의를 받는 것이다. 

정비구역 일몰제란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일정기간 내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늦어질 경우 시·도지사의 직권으로 정비 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규정을 말한다. 

봉천 제14구역은 조합설립인가를 위해 동의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관악구청 주택과 관계자는 "봉천 제14구역은 일몰제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는 추진위가 먼저 생겨나고 정비구역이 지정이 된 경우다"며 "2012년 1월 31일 기점으로 그 전에 추진위가 승인되고 이후에 정비구역이 지정이 되면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으로 정비구역 일몰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봉천 제4-1-2 재개발 구역, "강남이나 여타 지역에서 투자 문의가 온다"  

기자가 찾아간 봉천 4-1-2구역은 현재 60% 이주가 끝난 상황이었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편의점도 재개발 사업 진행으로 이주를 위해 가게 내 반 이상 재고를 비워놓았다.

▲ 이주가 60% 정도 진행된 봉천 4-1-2구역.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근처 S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이주 단계인 것은 맞다"며 "조합에서는 다음달 말까지 이주를 완료할 계획으로 안다"고 전했다. 봉천 4-1-2구역 분양에 대해서는 "대부분 조합원 물량이고 일반 분양 물량이 100가구 약간 넘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조합원 매물은 없다. 

웃돈 형성은 서울 주요 지역 재개발 사업지와 달리 더디다. 그래도 억 단위다. S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0월 84㎡기준으로 2억5000만원이다"며 "조합원 시세는 4억5000만~5억원 이내에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외지에서 투자하는 고객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고객은 꾸준한 것으로 보였다. 이날 기자가 찾아갔을 때도 중년 여성 둘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분양 계획에 대해 물었다. 현재 명확히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S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020년 6월에 분양 예정인데, 종교시설이나 복지시설이 내년 3월이나 4월에 철거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C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4-1-2구역은 이주가 60% 진행된 상황이고, 30%는 이미 나갔고 30% 이주 예정이다"며 "나머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의 호재에 대해 물었다.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를 벗어났다는 것도 있고, 신림 경전철 개통 호재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찾는 사람들은 꾸준하다. 그에 따르면 4-1-2구역은 이틀 전 거래하면서 웃돈이 3억원이 붙었다. 그는 "이 분이 계약금이 들어갔는데 회수할지 말지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관악구 시장 역시 매도자 우위 시장을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는 새 아파트 수요가 호재라고 말한다.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개발 단지 예정으로 대기수요가 있다"며 "현재 '관악벽산블루밍'과 '관악 두산위브가' 같이 올라가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관악벽산블루밍' 아파트는 84㎡ 매매가가 6억5000만~8억원 선에 형성됐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학군 수요다.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초·중학교가 좋아서 학군 수요가 꽤 된다"며 "벽산 아파트가 2005년에 준공되고 낡았는데 들어오는 이유는 새 아파트 대기 수요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악드림아파트는 84㎡ 매매가로 6억4000만~7억1000만원에 거래된다. 그는 "얼마 전 벽산아파트 20평 대 매물이 6억원에 나왔다"며 "거래가 될 것 같다"고 매수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봉천 제4-1-2구역은 2024년 입주, 봉천 제4-1-3구역은 2027년 입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봉천 4-1-3 재개발 구역.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봉천 제4-1-3 구역, "매물이 없다"   

관악구청에 따르면, 봉천 제4-1-3구역은 일조권 문제로 교육청과 협의가 되지 않았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봉천 제4-1-3구역은 사업시행인가까지 가진 못한 상황이다"며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교육청 심의가 되질 않아 정비계획 변경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봉천 제4-1-2구역과 제4-1-3구역 사이로는 구암초등학교가 있다. 구암초등학교 앞으로 GS 자이(가칭, 봉천 제4-1-3 구역)가 들어서면 그림자가 질 수 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그림자가 지니까 초등학교의 일조권이 못미치는 단계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위치를 바꾸고 공원 위치를 바꾸는 정비계획을 다시 세우려고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다른 걱정도 있다. 봉천 제4-1-2 구역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재개발이 된다고 하지만 초등학교를 둘러싸고 공사를 하는 건데, 공사장 먼지 날리면 학교 환경 때문에 진행이 수월하게 될거 같진 않다"고 조심스레 아쉬움을 비쳤다.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매물은 하나도 나와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추석 지나고 10월 중순까지 거래가 다 된 상황이다. 봉천 제4-1-3구역에 대해 그는 "피(웃돈)라고 하기 뭐한 조합원 추산 금액인데 2억~2억5000만원 붙었다"며 "5억 선에 거래된 바 있다"고 답했다. 

▲ 관악드림타운 아파트.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근처 관악그림타운 아파트(2001년 입주)는 매매가 다 이뤄져 매물이 나와 있지 않는 상황이다.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6월달부터 4개월 간 1억원이 올랐다"며 "매매가는 33평(84㎡)이 최고 7억원에도 부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세는 33평(84㎡)이 4억~4억3000만원 내에 거래되고 있다. 전셋값은 매매가에 비해 비교적 오르진 않았다. 

이렇게 재개발 지역 근처 구축 아파트가 오르는 이유는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 크게 오른점과, 강남지역에 재건축 규제가 강해지고 나서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런 이유로  봉천 4-1-2, 4-1-3 재개발 구역은 비싸다"고 "다른 데도 덩달아 비싸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완공되고 2021년 개통 예정인 신림 경전철(서울대 앞~여의도)은 올해 4월 착공식을 거치고 이미 호재로 작용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신림 경전철에 대해 "현재 큰 호재라고 보기 애매한 상황이다"고 말한다. 그보다 분상제와 내년에 새롭게 바뀌는 부동산 시장 상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내년에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이 풀릴 예정이라 사람들이 미리 집을 사는 형세다"고 말했다. 

▲ (오른쪽)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공급 감소 우려로 신규 아파트에 대한 희소가치 높아지는 시장

웃돈이 계속 붙고 있다는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1·2차'를 찾았다. 현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1차'는 봉천 제12-2구역으로 1531세대다. 분양 당시 1차 청약률이 6.02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내년 상반기 입주 예정인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는 봉천 제12-1구역으로 지하 3층~지상 18층, 10개동 전용 39~116㎡, 총 519가구로 이뤄져 이중 전용 116㎡ 13가구가 일반 분양이었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일반분양이 30가구 미만이면 청약 1.2순위 조건 없이 시공사 임의 분양이 가능하다. 

공개매각은 가점이 낮거나 청약 통장이 없어도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마찬가지로 보류지 역시 공개 입찰 경쟁방식으로 매각된다.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2차'는 13개의 보류지를 지난달 매각을 진행했다.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44평(116㎡) 매각을 했는데 최하가 10억 몇 천만원, 2~3층이 11억8400만원, 고층이 12억~12억8000만원 선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서울대입구역에 위치한 H 공인중개업소 대표 역시 "물건이 없어서 못판다"고 말했다.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1차'가 84㎡이 11억원에 거래가 됐고, 12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H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5평 매매가가 9억~10억원에 호가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1·2차' 거래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기자가 찾아갔던 30분 내외 시간에도 세 통의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H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거래는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내 전체가 매도자 우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매수자가 산다고 하면 매도자가 보류를 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1차'는 최초 분양가가 30평대로 6억3000만원이었다. 현재 거래되는 가격은 12억원이다. 최초 분양가에 두 배로 오른 셈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평가된 서울 관악구에 10억원 아파트가 나오는 데에 대해 시장에서는 "신규 아파트 수요"가 큰 호재라고 말한다.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양가상한제 얘기도 나오고 앞으로 재건축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서울에는 새 아파트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지금 분양 된 건 3~4년 후에야 거래가 돼 신축 아파트가 된다"고 설명했다. 근처 아파트는 10년 이상된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구축 아파트 거래는 '풍림아이원'이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1·2차'의 상승세를 입어 동반상승 형세를 보이고 있다. H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e편한세상이 너무 비싸서 그 옆에 구축 아파트 단지를 사는 경우다"고 말했다. 현재 '풍림아이원' 아파트 30평대 매매가는 8억~8억5000만원에 형성됐다.  

투자 수요는 강남쪽에서 오는 상황이다. 강남에 위치한 부동산에서도 연락이 오고, 강남에 사는 투자자가 "집 하나 더 하려고 한다"며 이곳에서 물건을 찾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분양가상한제 이후로 매물 잠김이 심해질 거라는 우려다.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개발·재건축 단지 잡는다지만, 서울에 있는 사람은 서울에서 살지 수도권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며 "분상제 때문에 앞으로 3~4년간은 공급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내년 총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부동산에 대해 어떤 공약을 낼 지 그런 상황도 생각하는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 

▲ 봉천 제4-1-2, 봉천 제4-1-3 재개발 구역 인근 시세 상승하고 있는 벽산 아파트.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로 '묶여 있는' 지역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할 때 '저평가 지역'으로 이동하는 수요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이 지역 아파트 상승세에 대해 "신규 아파트가 부족할 거라는 수요자들의 인식도 강해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력이 더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최근에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신림 현대아파트'에서 중개업소 사장님 말씀하시는거 들어보니 '위치가 워낙 좋아서 오른다'고 한다"며 "입지에 비해서 저평가돼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로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풍선효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