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 감소, 대체 우유의 성장, 공급 과잉, 무역 전쟁 등 미국 낙농업계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우유가 사양 산업이 되고 있다. 2010년에만 해도 미국의 우유 판매량은 550억 파운드(250억 kg)에 달했다. 2018년에 미국의 우유판매량은 13% 떨어진 477억 파운드(216억 kg)에 그쳤다.

이런 변화는 마침내 지난 주 미국 최대 유가공업체인 딘 푸드(Dean Foods)를 강타했다. 딘 푸드의 에릭 베링요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파산 신청 사실을 공개하면서 "소비자들의 우유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새로운 경쟁 제품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이익단체인 식물기반식품협회(Plant Based Foods Association)와 식물기반식품 기업을 지지하는 비영리단체 굿푸드연구소(Good Food Institute)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식물기반 우유 판매는 14% 증가했다.

굿푸드연구소에 따르면 특히 귀리 우유(oat milk) 매출은 2018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1년 동안 222% 증가했다. 귀리 음료 붐이 일어난 건 확실한 것 같다. 고급 커피전문점들까지 가세하며 아몬드 우유 라테, 구리 우유 라테, 코코넛 우유 라떼 등 다양한 식물성 우유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우유 소비가 줄어든 원인은 그게 다일까? 식품기반 음료는 아직 그 규모가 작아서 우유 판매량이 그렇게 크게 감소한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다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영양가가 높은 저칼로리 음료를 찾으면서 유제품 우유 대신 스포츠 음료, 차, 커피 또는 생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침식사로서 시리얼에 대한 선호가 떨어진 것도 우유 판매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유제품인 버터와 치즈의 일인당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이는 식물기반 우유가 낙농 제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소비자들의 입맛의 진화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우유 판매가 하락하자 딘 푸드 같은 회사들은 더 이상 새로운 고객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낙농업 농부들은 국제 우유 시장과 국내 시장 모두에서 공급 과잉으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딘 푸드는 신제품으로 자신을 혁신하는 데 실패했다. 우유 산업이 직면한 변화를 목도한 사람들에게는 딘 푸드의 파산 신청이 놀라운 일도 아니었지만, 딘 푸드의 몰락은 이 산업의 미래에 더 어려운 시기가 온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네소타 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 응용경제학과 마린 보지크 교수는 딘 푸드의 파산은 단지 상징적인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경고했다.

"그것은 일종의 경보 신호입니다. 미국의 낙농업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고 있습니다.”

딘 푸드의 몰락

1925년 설립된 딘 푸드는 지난 2001년에 수이자 푸드(Suiza Foods)에 의해 인수 합병되면서 새로운 딘 푸드로 탄생했고 매출 100억 달러(11조 7500억원) 규모의 대기업이 되었다. 당시 미국의 메이저 유제품 가공 및 유통회사인 수이자 푸드는 무려 40여 건의 연속적인 인수 합병을 통해 눈부신 성장 가도를 걷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기사에서 수이자를 "분열된 낙농산업의 선도적 합병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의 브라이언 굴드 농경제학과 교수는 "그런 비약적 성장을 이전엔 본 적이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수이자의 성장은 유기적이지 않았다. 그저 외부자가 이 산업에 들어온 것일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새 합병회사 딘 푸드는 이후 우유 대체품 실크 우유(Silk Milk)를 만드는 화이트웨이브(WhiteWave) 등 다양한 브랜드를 사들이며 계속 또 다른 인수에 나섰다.

그러다 2012년부터 방향을 바꿨다. 2012년에 딘 푸드는 유제품 포트폴리오를 두 배로 늘리고 화이트웨이브와 모든 식물성기반 우유를 실크 브랜드로 묶어 분사시켰다. 그것은 본래의 우유 사업 성장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 딘 푸드의 제품 라인은 우유 외에 발효 사워(sour cream),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 아이스크림 등 대부분 유제품에 기반을 두고 있다. 경쟁자들이 무유당(lactose-free) 우유나 단백질이 풍부한 우유들을 개발했지만, 딘 푸드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 우유 대체품, 특히 귀리 우유는 지난 1년 동안 판매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출처= Youtube

유가공 회사의 통합과 더불어 식품점과 소매점에서도 통합 붐이 일어났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2016년 식품업종의 인수합병(M&A)은 500여 건으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딘 푸드에게 이것은 자사 제품의 고객 수가 줄어들고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2018년에는 주 고객 중 하나인 월마트가 인디애나주 포트웨인(Fort Wayne)에 자체 우유 가공 공장을 열면서 딘 푸드에 치명타를 날렸다. 월마트의 이런 결정으로 딘 푸드는 2018년 하반기에 5500만 갤런의 우유 판매처를 잃었고 이에 따라 계약이 해지된 낙농업자들 마저 위기에 빠졌다.

우유 가격 하락과 무역 전쟁

지난해 미국의 낙농업자들은 연 136억 달러의 순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7년보다 11억 달러 감소한 것이다. 우유 판매 감소는 한편으로는 세계 우유산업의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연합은 2015년부터 우유 쿼타제를 중단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중국의 우유 수요도 약화되기 시작했고 러시아는 우유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우유 공급의 과잉으로 이어졌고, 전 세계적으로 우유 가격을 하락시키면서 탄탄한 수출 시장을 가지고 있던 미국에 압박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멕시코와 중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낙농업계는 또 다른 타격을 입었다.

전미유가공협회(NMPF)는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관세 전쟁이 미국 낙농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고 밝혔다.

과잉공급과 뉴노멀

우유 판매는 떨어지고 일부 낙농업자들이 산업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직관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졌다. 유제품 생산이 증가한 것이다. 농무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우유 생산량은 15% 증가했다.

생산의 증가는 유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 증가에 의해 부분적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국내 우유 공급량은 여전히 수요를 앞지르고 있다.

"우유 가격의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 명료합니다. 바로 생산 과잉입니다. 생산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그들은 수지를 맞추고 돈을 벌기 위해 계속 생산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낙농업자들에게 고통이다. 그들은 보지크 교수에게 자신들의 괴로움을 설명했다.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요. 우리에 대한 압박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