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프 맥도웰 에어뉴질랜드 최고경영자(CEO) 직무 대행이 2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 진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에어뉴질랜드가 22년만에 ‘인천~뉴질랜드 오클랜드’ 직항편 운항을 시작하면서 국내 항공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국내 항공사들이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외항사들이 한국 노선이 본격화 되면서 국내외 항공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에어뉴질랜드, 인천~오클랜즈 주3회 직항 운항 시작

제프 맥도웰 에어뉴질랜드 최고경영자(CEO) 직무대행은 2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뉴질랜드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많은 잠재력이 있다”며 “현재에도 이미 8만명의 한국 여행객들이 뉴질랜드를 찾고 있는데, 성장할 여지가 더 있다고 생각한다”고 신규 취항에 나선 배경을 전했다.

에어뉴질랜드는 1940년 첫 취항을 시작한 항공사로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아시아 태평양, 북미, 유럽, 남미 등 18개국 50여개 도시에 직항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스타얼라이언스 항공 동맹체 회원사다.

에어뉴질랜드는 1997년 12월 외완위기를 기점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연간 10만명에서 2만명으로 줄어들자 직항 노선 운항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에어뉴질랜드는 1주에 4회씩 오클랜드∼브리즈번∼서울 노선을 운항했다.

이후 22년만인 지난 23일부터 인천~오클랜드 주 3회 직항 운항을 시작했다. 성수기인 12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는 주 5회 운항할 계획이다. 운항 시간은 오클랜드까지 출국편은 약 11시간, 귀국편은 12시간 소요된다. 항공기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를 투입한다. 현재 해당 노선을 직항으로 운항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FSC 두 곳이다.

에어뉴질랜드는 모든 승객이 에어뉴질랜드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뉴질랜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키위(뉴질랜드 사람’ 스타일 서비스, 기내식, 와인 등을 내세워 다른 항공사와 차별화를 둔다는 구상이다.

에어뉴질랜드가 다시 국내 항공시장에 뛰어든 이유로는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화물운송  세 가지 이유가 꼽힌다.

제프 맥도웰 에어뉴질랜드 최고경영자 직무대행은 “뉴질랜드는 여행지로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갖추고 있다”면서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멋진 경관으로 잘 알려진 퀸즈타운, 화산할동을 통해 형성된 지형과 마우이족 문화를 볼 수 있는 로토루아, 멋진 해안과 해양스포츠,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노스랜드, 그리고 오클랜드 등 현대적 도시들에 이르기까지 매력적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뉴질랜드만의 문화이기도 한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 이는 에어뉴질랜드를 탑승하는 순간부터 바로 느낄 수 있는 차별점이며, 뉴질랜드 20개 도시, 그리고 호주, 태평양 섬들과도 편리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뉴질랜드 인들에게 한국 역시 여행지로서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 “서울은 역사와 문화의 도시이며 현대적 면모까지 갖췄다. 이번에 뉴질랜드 여행사 대표들과 함께 서울에 왔는데, 처음 방문한 분들도, 뉴질랜드 인들이 한국을 잘 즐길 것 같다고들 하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천국제공항은 화물항공 처리 측면에서 굉장히 유명한 허브공항이다”며 “이를 통한 교역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제프 맥도월 에어뉴질랜드 최고경영자 직무대행, 데임 테레즈 월시 에어뉴질랜드 회장, 잰 헌트 뉴질랜드 관광청 이사가 한국~뉴질랜드 오클랜드 신규 취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는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외항사 진출로 경쟁심화…”4분기는 물론 당분간 업황 부진 전망”

최근 외항사들의 한국 공략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에어뉴질랜드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하는 대형항공사(FSC)들은 물론이고, 보이콧 재팬 등으로 중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리려던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올 들어 국내 신규 노선을 신설한 외항사는 한둘이 아니다. 베트남의 뱀부항공은 지난 10월 17일 첫 운항을 시작한 인천~다낭 직항 노선에 이어 11월 인천~나트랑 노선에도 잇따라 신규 취항하며 한국~베트남 하늘길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뱀부항공은 두 노선 모두 주 7회 운항하며 위탁 수하물 20kg과 함께 기내식을 제공하는 등 하이브리드 항공사의 운임 경쟁력 및 서비스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23일 첫 운항을 시작한 에어뉴질랜드의 인천~오클랜드 노선은 국적사 중 대한항공만 운항하던 노선이다. 에어뉴질랜드의 이번 취항으로 해당 노선에 경쟁사가 생긴 셈이다.

호주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젯스타도 12월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다. 젯스타는 다음 달 8일부터 주 3회(수·금·일요일) 일정으로 인천~골드코스트(호주) 노선 정기 운항을 시작한다. 해당노선은 국적사와 외항사를 통틀어 한국에서 출발하는 최초의 직항 노선이다.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는 내년 3월부터 부산~헬싱키 직항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경남권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여객 수요를 공략한다. 델타항공도 내년 3월 인천~마닐라 직항편에 취항 예정이다.

외항사들의 활발한 한국 진출은 국내 여행객들의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국적기만 고집하기보다 경유를 하더라도 저렴한 항공권을 택하는 등 가성비를 따지는 한국인들이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외항사들의 적극적인 공세에 국적 항공사들도 호주, 뉴질랜드 노선에 대한 공급을 확대하는 등 맞대응을 펼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기존에 투입했던 기종보다 좌석수가 더 많은 초대형기 A380을 시드니 노선에 변경 투입했다. 대한항공은 브리즈번과 오클랜드 노선을 각각 주 7회로 증편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FSC(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주력 노선에 외항사들이 뛰어들면서 양사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적부진에 국내외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4분기는 물론이고 당분간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