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전문가들께서 위기 발생 시에는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떠올려 그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라는 조언을 하시는데요. 저희가 볼 때에는 그게 좀 교과서적인 것 같아서요. 그렇게 의사결정 하는 기업이 있을까요? 저희 회장님께 그렇게 말씀 드리기가 사실 어렵습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이 위기관리를 위해 의사결정 할 때 기존에 자랑하던 자사의 기업 철학과 원칙을 기억하라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되고 중요한 위기관리 전략 중 하나입니다. 왜 전략이라 하냐하면 실제 이를 실행한 상당 케이스들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 받는 검증된 위기관리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업도 다양한 유형으로 나뉩니다. 일단 기존에 뚜렷한 자사의 철학과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 기업도 있을 수 있습니다. 위기가 발생했다고 해서 뚜렷하지 않은 기업 철학이나 원칙을 만들어 낼수도 없는 유형입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당시 상황 논리를 기반으로 자사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 해보려 시도합니다. 위기관리 실행 방식을 보면 상당 부분이 안정적이지 않고, 이해관계자의 생각과도 다른면이 많은 약간 어리둥절하게 되는 대응을 하는 기업의 유형입니다.

두 번째는 평소 내세우는 철학과 원칙은 있는데, 그것이 평시나 위기 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는 경우입니다. 입사시험이나 임직원 교육 때에는 특정 철학과 원칙이 담긴 키워드를 공유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임직원 모두 그것은 우리가 우리를 홍보하는 콘셉트이고, 사업은 사업이니 그걸 연관시키는 것은 좀 무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기업의 경우에도 위기관리 방식을 보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경우가 보입니다. 유사한 위기 상황에서도 몇 년 전에는 고객 입장에서 흔쾌히 위기를 관리했지만, 올해에는 그냥 스리슬쩍 상황을 모면하려는 시도를 하는 다른 실행을 보입니다. 그때 그때 다른 것이죠. 철학과 원칙은 회사 회의실이나 강당 액자에만 쓰여 있다는 생각을 일부가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주나 본사의 강력한 의지로 수십 년간 자사 철학과 원칙이 공고히 공유되어 오는 기업도 있습니다. 대부분 큰 의사결정은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됩니다. 물론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더더욱 그런 철학과 원칙을 임직원이 상기합니다. 고객, 안전, 위생, 신뢰, 품질, 혁신, 사랑, 행복. 등과 같은 판단기준이 위기 상황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적용됩니다.

이런 경우 위기관리는 실패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상당히 아이러니 한 것이죠. 위기를 맞은 기업이 수십 년간 자신이 주창했던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문제를 푸는데 있어 이에 대해 비판이나 반대하는 이해관계자는 있을 수 없습니다.

경영, 회계적으로 보아도 마지막 유형과 같은 기업이 사후 예후도 좋습니다. 그런 경우 사후에 이미지 관리나 명성 제고에 엄청난 예산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장기화 되는 갈등을 풀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로펌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지키지 못한 자사 철학과 원칙을 새로 바꾸면서 대규모 TV광고를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주어진 상황을 모면만해서는 사후 비용과 부담은 줄일 수 없습니다. 수십 년 쌓아온 자사의 명성 자산도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됩니다. 또 다시 그 배의 노력과 예산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회사의 상황은 악화됩니다. 허물어진 이미지 때문에 좋은 인력이나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직원이나 거래처도 회사를 창피해 하게 됩니다. 기업의 철학과 원칙을 지켜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