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득 화백은 수묵산수를 그리기위해 설악산과 지리산에서 야숙(夜宿)하면서 스케치 한 적이 있었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웅장한 산세를 마주 앞에 두고 작은 화면에 옮겨 담으려하니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고 두렵기까지 하였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다 몇 날 며칠을 앉아서 쳐다보기만을 반복하다가 문득 어두워졌을 무렵, 산의 형상이 그대로 눈에 들어오는데 가슴속이 터지는 듯 황홀감이 느껴졌었죠. 그때 느낀 것이 사물의 외관이나 형상도 그 내면의 에너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형태에 얽매이지 않아야 또 형태를 무시하지도 말아야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음을 산(山)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자연에 대한 이해는 그 뼈대와 기운이 요약되어서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핵심이라 여깁니다. 이 세상 모든 조형과 원리를 나의작업에 밑거름으로 삼아 재탄생시키고 조합해서 하나의 새로운 조형세계를 형성하는 것이 내 회화의 본질”이라고 전했다.
한편 먹(黑)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을 태우고 남은 찌꺼기이고 더 이상의 변질이 없는 순수한 상태이다. 때문에 절대불변(絶對不變)의 색이기도 하다. 수묵작업에 대한 철학이라고 할까. 화가 윤종득(ARTIST YOON JONG DEUK,산하 윤종득,山下 尹鍾得,YOON JONG DEUK)의 자연과 수묵화의 만남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먹색은 현(玄)색이기 때문에 색(色)이라고 표현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빛에 의한 색이 아니라 깊이에 의한 감정인 거죠. 물의 깊이에 따라 그 진하고 투명한 느낌이 검게 보이는 것은 중첩에 의한 것인데 수묵(水墨)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첩에 의한 깊이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