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예를 30년 넘게 수련한 윤종득 작가는 “먹으로 난(蘭)을 치는 것은 회화의 뼈대를 형성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난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이 되지만 모든 동양회화의 뿌리”라고 말했다. <사진:권동철>

윤종득 화백은 수묵산수를 그리기위해 설악산과 지리산에서 야숙(夜宿)하면서 스케치 한 적이 있었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웅장한 산세를 마주 앞에 두고 작은 화면에 옮겨 담으려하니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고 두렵기까지 하였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다 몇 날 며칠을 앉아서 쳐다보기만을 반복하다가 문득 어두워졌을 무렵, 산의 형상이 그대로 눈에 들어오는데 가슴속이 터지는 듯 황홀감이 느껴졌었죠. 그때 느낀 것이 사물의 외관이나 형상도 그 내면의 에너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야생죽엽도(野生竹葉圖), 48×178㎝(each)

형태에 얽매이지 않아야 또 형태를 무시하지도 말아야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음을 산(山)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결국 자연에 대한 이해는 그 뼈대와 기운이 요약되어서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핵심이라 여깁니다. 이 세상 모든 조형과 원리를 나의작업에 밑거름으로 삼아 재탄생시키고 조합해서 하나의 새로운 조형세계를 형성하는 것이 내 회화의 본질”이라고 전했다.

▲ 135×57㎝

한편 먹(黑)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을 태우고 남은 찌꺼기이고 더 이상의 변질이 없는 순수한 상태이다. 때문에 절대불변(絶對不變)의 색이기도 하다. 수묵작업에 대한 철학이라고 할까. 화가 윤종득(ARTIST YOON JONG DEUK,산하 윤종득,山下 尹鍾得,YOON JONG DEUK)의 자연과 수묵화의 만남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 40×40㎝

“먹색은 현(玄)색이기 때문에 색(色)이라고 표현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빛에 의한 색이 아니라 깊이에 의한 감정인 거죠. 물의 깊이에 따라 그 진하고 투명한 느낌이 검게 보이는 것은 중첩에 의한 것인데 수묵(水墨)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첩에 의한 깊이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