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득 작가는 “전각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으로 남지만 다른 예술분야에 응용하면 공간 구성력에서 현저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전각은 작은 공간에서 치밀한 공간다툼을 연구하기 때문에 큰 공간은 저절로 공간장악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진:권동철>

전각(篆刻)은 한 치의 공간에 우주를 담고 있다고들 한다. 그만큼 공간과 선, 에너지가 함축되어 있다. 우연의 효과도 많은데 이런 것에도 작가의 의지가 표현된다. 서예는 오랜 붓의 숙련이 필요하지만, 전각은 무엇보다도 공간을 보는 안목이 중요한 것이다.

“전각을 통하여 공간을 형성하고 서예를 통해 선의 골격을 표현하는 것이 제작품의 근간입니다. 다른 어떤 예술분야 보다도 집중력이 필요하며 순간의 기운과 찰나의 선택이 마치 전쟁에서 장군의 전술적 판단력에 따라 전세를 좌지우지하듯 작가의 의지와 안목에 따라 전각의 공간과 선의 흐름이 결정되는 것이지요.”

 

이른바 ‘자연스럽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전각작업에서 힘의 배분과 작업 묘미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공자가 말한 ‘從心所欲 不踰矩(종심소욕 불유구)-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자연스럽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전각 경우, 처음 봤을 땐 좋으나 오래두고 봤을 땐 실증이난다거나 격이 떨어진다던가 하는 것을 곧바로 판단할 수 있는 경험이 있어야합니다. 그 경험이란 고전을 얼마나 오랫동안 연마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가 윤종득(ARTIST YOON JONG DEUK,산하 윤종득,山下 尹鍾得,YOON JONG DEUK)은 전각을 처음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대학에 들어가면서 처음전각을 접했어요. 모각을 시작했는데 1학년 가을쯤 오후 무렵 학교벤치에 앉아 전각을 새기기 시작해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 모르고 다 끝난 후 주위를 살펴보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거의 5시간은 새긴 것 같아요.

방금까지만 해도 전각의 작은 점까지도 보이던 것이 다시 보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더군요. 마치 개구리가 차가운 물에서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의 고통을 못 느끼고 죽는 것처럼. 마침 지나가던 친구의 도움으로 집에 겨우 갈수 있었는데 그 후 1주일을 집밖으로 나오질 못했습니다. 실명되는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