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자기 관리에 대한 미국인의 집착은 엄청나서, 불면증에서 피부 가려움증 같이 의사의 진단이나 처방약 없이 자가 치료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

낮은 수익성에 시달리는 글로벌 생활용품 회사 프로터앤갬블(P&G)이 이런 트렌드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 생활용품 회사 P&G는 치아미백 브랜드 크레스트 화이트스트립스(Crest Whitestrips) 같은 건강관련 제품들이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 전략으로 보고 있다. 출처= P&G

팸퍼스 기저귀와 질레트 면도기를 만드는 이 회사는, 제약 사업에 진출한지 10년이 지난 오늘날 비타민, 건강보조식품, 처방전이 요구되지 않는 수면 보조제, 자연적 폐경 치료제 등과 같은 제품들로 점차 커져가는 건강 관리 산업(웰니스 및 자가 치료)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폐경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고안된 무호르몬제 로션 및 관련 보조제품 라인인 킨드라Kindra) 사업부의 선홍주 대표는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자신의 손으로 관리하는 데 점점 더 많은 호기심이 갖기 시작했다”며 “이것은 분명히 과거와는 다른 변화"라고 말했다.

지난 주 온라인에서 첫 선을 보인 킨드라 브랜드는 P&G 내의 벤처 자회사와 벤처캐피털 M13의 첫 합작품이다. 킨드라는 종합생활용품 대기업인 P&G가 올해 독일의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 (Merck)에서 인수한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확장을 포함해, 건강 관리 부문을 확장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선 대표는 "젊은이들조차 머리나 얼굴 관리에 도움이 되는 알약을 공공장소에서 먹는 것을 보는 일이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의료 서비스가 더 비싸지고 무화학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비타민, 건강보조식품, 자연 치료법에서 자신의 건강 솔루션을 찾는 데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대체의학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홀푸드(Whole Foods) 같은 식품점에서부터 약국(drug store) 체인점들까지 이런 제품들을 취급하면서 메인스트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소매 유통업체들까지 소위 웰니스 제품(wellness products)을 판매하고 있고, 스타트업에서 기존 대기업들도 속속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글로벌 웰니스 인스티튜트(Global Wellness Institute)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2017년 한 해 동안 개인 관리, 미용, 노화 방지, 건강한 식습관, 영양 및 체중 감소 등 다양한 웰니스 관련 범주에 약 1조 8000억 달러를 지출했다.

P&G의 경쟁사들도 이 분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종합세제회사 크로락스(Clorox)는 지난 해 건강보조식품회사 뉴트라넥스트(Nutranext)를 인수했다. 도브(Dove) 비누로 유명한 유니레버(Unilever)도 올해 비타민과 단백질 바 같은 제품을 만드는 올리 뉴트리션(OLLY Nutrition) 인수에 합의했다.

최근 지난 10년 동안의 슬럼프에서 겨우 벗어난 P&G는 건강관리 제품을, 성장을 지속하고 회사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뷰티 브랜드를 포함해 건강 관련 제품을 더 추가할 계획이다.

P&G는 비타민과 건강보조식품을 추가기 위해 올 봄에 독일의 머크로부터 소비자 건강사업(consumer-health)을 인수하면서 42억 달러(5조원)나 썼다.

P&G는 머크의 소비자 건강사업부를 인수하기 전에 파이자(Pfizer)와 먼저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파이자는 P&G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두통약 애드빌(Advil)과 입술 크림 챕스틱(ChapStick)을 판매하는 파이자의 소비자 건강사업부를 또 다른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GlaxoSmithKline)과의 합작회사로 넘겨버렸다.

P&G의 존 묄러 재무책임자(CFO)는 P&G가 현재 40개의 국가에서 팔리고 있는 임신 여성들을 위한 건강보조식품 페미비언(Femibion), 대구 간유 세븐 시스(Seven Seas), 코막힘 완화제 내시빈(Nasivin) 등과 같은 머크 브랜드를 미국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P&G가 제휴하고 있는 벤처기업 M13은 P&G가 인수하거나 개발한 제품의 판매를 책임지며, 판매와 수익이 특정 목표에 도달하면 P&G가 미리 설정된 프리미엄으로 다시 사들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