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체 해외투자 셀다운 경고등.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은진 기자] 증권사들이 최근 몇년간 자체 단기자금으로 해외 부동산을 매입해 일정 마진을 붙여 국내 공제회,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에 재매각(셀다운)하는 방식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시장은 올 하반기 들어 증권사의 참여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 부동산 인수 물량이 급증하면서 매수자 우위로 돌변했다. 이 때문에 기관들이 우량물건만 골라서 매수하면서 팔리지 않는 재매각 물량을 어쩔수 없이 떠앉은 증권사들만 비상이 걸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교보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8개 증권사들은 올해 해외 부동산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이들 증권사는 부동산 대체투자 확대를 위해 대체투자실, 글로벌사업본부 등의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투자된 금액도 2년새 3배이상으로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현황에 따르면 이들 8개 증권사는 2017년 말 3조7000억원 규모였던 항공·선박, 인프라(SOC), 부동산 등 해외대체투자 규모가 올해 6월 말 에는 13조9000억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해외부동산투자의 경우 순자산 기준 펀드 잔액이 50조4796억원으로 지난해 말(39조6293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늘었다. 지난 2015년(11조7825억원)과 비교하면 5년새 5배나 급성장한 셈이다.

해외투자 확대 기조에 따라 투자금액이 증가했다. 하지만 해당분야의 이해도는 낮은 편이다. 덕분에 미매각 리스크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미매각 리스트의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 파리 오피스빌딩' 투자 건들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해외 부동산투자로 프랑스 파리 오피스들을 가장 많이 매입했다. 그 결과 10월 말 기준 6000억원가량이 미매각 상태로 남아 있다.

실제 하나금융투자는 라데팡스 지역의 CBX타워 2800억원가량의 지분 중 약 30%에 해당하는 800억원어치가량이 미매각 물량이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도 라데팡스에 있는 투어에크호빌딩을 매입했지만 아직까지 70~80%나 재매각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비교적 안전한 해외투자를 진행 중이라 삼성증권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증권은 파리 서북쪽 외곽에 있는 크리스털파크빌딩 지분 3700억원어치를 매입했지만 이 중 1000억원가량이 미매각 상태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는 지나치게 과열된 상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는 2015년말 22.2조원서 19년 9월말 91.6조원 4년 만에 4배 늘었다. 이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부동산 대체투자는 국내 점유율이 9월말 기준 35%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다. 그 외 싱가포르(29%), 홍콩(14%), 일본(10%), 중국(7%)이 뒤를 이었다.

이 구조는 중국이 정부의 자본유출 통제로 17년 말 급감하면서 형성됐다. 반면 국내는 저금리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해외 대체투자가 커졌다.

투자상황과 달리 국내 증권사들에게 대체투자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하다.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은 실사 과정에서 판단미숙·금융투자 점검과정을 거치지 않아 실수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부동산투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보유할 경우 시세변동, 세금 등 각종 리스크가 쌓일 수 밖에 없다"면서 "이는 증권사 실적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