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회사에 대해 말하며 “힘들다” “어렵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고 있다. 동기들끼리 퇴근길 호프집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술잔에 비춘 씁쓸한 회색의 삶을 반추하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자조하는 것은 이제 식상한 미장셴이다.

“회사 다닐 맛 난다”는 말을 꺼내면 화성에서 온 별종취급을 받는 시대, 그래도 삶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를 마냥 밀어내고 싫어하면 왠지 내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해피컴퍼니는 시트콤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뭔가 없을까? 올해 해피컴퍼니의 주제를 ‘회사가 나에게 해주는 것’으로 잡은 이유다.

노력하고 헌신하며 회사와 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대여. 나아가 꿈과 야망을 가지고 쉴새없이 달리고 있는 그대여. 그대들 하나하나가 인생이고 삶이며 역사다. 출근길 바쁘게 달리며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고, 퇴근길 늦은시간 지하철 플랫폼에 앉아 삶의 고단함을 흘려보내는 그대들에게 회사는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2019년 해피컴퍼니는, 그런 그대들에 대한 최고의 헌사다.

 

"넌 회사를 왜 다니니"

큰 덩치에 비해 행동도 굼뜨고, 긴장하면 생각이 멈춰버리는 성격을 가진 탓에 어딜가도 애물단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아니면 회사 비품관리에 문제가 생겨서인지는 몰라도 입사한 지 이주일이 지나도 직장인이라면 모두들 가지고 있다는 '내 자리' 하나 없던 시절의 일이다. 오전 7시 13분.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해 먹먹한 중압감이 짖누르는 사무실 한 구석 회의실 테이블에서 주섬주섬, 아니 몰래몰래 사과 한 알 베어먹다가 마침 들어오던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넌 뭘 하려고 회사를 다니는 거야?"

선배는 혀를 끌끌차며 전날의 숙취를 풀어내려는듯 정수기의 물을 벌컥벌컥 마셔대며 말했다. 크게 기분나쁜 목소리와 표정은 아니었기에 '평소처럼' 화들짝 놀라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때부터 꽤 오랫동안 생각했던 기억은 난다. '나는 왜 회사를 다니는가'

회사를 왜 다니니?
나카지마 다카시가 쓴 ‘회사생활의 단단한 기본기’라는 책이 있다. 회사생활의 일반적인 업무부터 인간관계, 나아가 성공적인 회사생활의 팁을 집대성한 이 책은 일본에서 유능한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저자의 다양한 노하우가 녹아들어 있다. 물론 일본인의 관점에서 쓴 책이라 문화적 차이로 인해 다소 불편한 구석이 있지만, 꽤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다.

가장 인상깊게 본 내용은 '평가'에 대한 대목이다. 저자는 "회사원이 되는 순간 늘 직속상사에게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능력은 물론 성실성, 습관, 교우관계, 성격 등 모든 요소가 평가대상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고 말한다. 즉, 항상 평가받으며 살아야 하니 조신하게, 긴장하고 살라는 말이렸다. 그런데 최근 임홍택 씨가 쓴 ‘90년대생이 온다’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90년대생이 신입사원이 되는 지금, 이제 회사원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야 하며 젊은꼰대, 나아가 늙은꼰대가 되지 말라고 한다. '항상 평가받으며 조신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과 뉘앙스가 180도 다르다.

무엇이 더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아마 둘 다 맞는 말일 것이다. 세상은 ‘회사생활의 단단한 기본기’에 갇혀 있는데, 조금씩 ‘90년대생이 온다’에 적셔지고 있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결국 이러한 지엽적인 고민과, 고뇌와, 갈팡질팡은 '회사'라는 커다란 키워드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항상 긴장하면 살기도 어렵고, 항상 놀면서 살기에는 당장 내일이 불안하다. 또, 이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머리가 복잡하지만, "회사를 왜 다니니"라는 질문의 답은 어렴풋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회사생활의 단단한 기본기’와 ‘90년대생이 온다’를 책상에 세워두고 뒤로 몇 발자욱 물러나 그 사이를 한번 응시해보자. 맞다. 우리는 회사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생계를 영위할 수 있는 월급을 받으며, 여기에 가슴에 품은 야망이나 소박한 꿈 모두 끌어안은 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책과 책 사이의 간격은 그렇게 회사와 회사원의 계약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해준다. 회사를 어떻게 다니든,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회사와 회사원은 '기브 앤 테이크'일 뿐이니까. 그래서 회사를 다니는 거다.

 

'테이크'에 ‘해피를 더하다
항상 평가를 받든, 90년대생이 몰려오든 회사원은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를 회사로부터 받으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신발끈을 매고 현관문을 나서 정열적으로 달리고 있다.

여기서 생각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상상을 해보자. 내가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기브), 회사는 그 대가를 지불한다(테이크). 이 지점에서 내가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회사가 '테이크'에 맛스러운 토핑을 얹어준다면? 아니면 열심히 일하는 나에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향기로운 커피를 안겨준다면?

‘이코노믹리뷰’의 2019 해피컴퍼니는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원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회사는 생계를 위한 월급봉투를 꽂아주는 계약관계의 수평선에서, 회사가 나에게 얹어주는 토핑과 향기로운 커피에 집중한다. 회사가 나에게 해주는 것. 나의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해주는 것. 내가 더 열심히 뛸 수 있게, 내가 더 일에 몰입할 수 있게, 내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2019 해피컴퍼니는 회사의 자비나 시혜가 아닌, 회사와 회사원의 동행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장치'들을 후속 시리즈를 통해 보여줄 예정이다.

첫 시작은 H(Home)다. 회사가 나의 가족에게 무엇을 해주는가. 함께 살아가는 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어떤 행복을 줄 수 있는가.

다음은 A(Activity)다. 잔잔한 회사생활을 짜릿하게 바꿔주는 신나는 경험. 그 다음은 P(Plan)가 준비되어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회사가 나의 인생계획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살펴본다. 이어 등장하는 P(Pride)는 회사생활을 하는 나의 자신감,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Y(YAM/Youth)가 준비되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 아닌가. 또 9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젊은 회사원에 대한 회사의 관심과 지원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코노믹리뷰’의 해피컴퍼니 기획은 오랫동안 연재되며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받았고, 그와 비례해 무거운 책임감까지 느끼고 있다. 그런 이유로 단순히 "우리 회사가 좋아요"라는 천편일률적인 억지웃음은 해피컴퍼니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진짜만 말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