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득 화백 서재는 30년 이상 모아온 서화·전각관련 전문서적이 빼곡했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고전적 자료들이 많은데 작가는 이들 책에서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화실 곳곳엔 여러 종류의 붓들이 잘 정리 되어 있었다.
“손은 마음에 따라 움직이고 붓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하나의 수단이지요. 처음 붓을 산 것이 스무 살 때였는데 당시 5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죠. 붓을 아끼다보니 쓰고 난 뒤 샴푸로 여러 번 빨아서 먹물이 거의 나오지 않을 때까지 헹구고 빨리 말리려 붓털을 사방으로 벌려서 걸어두었는데 몇 번 그러고 나니 붓털이 거의 다 빠져버리더군요.”
노자(老子)에 심애필대비(甚愛必大費)라 했던가. 너무 지나치게 사랑하고 아끼면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른다. 전각도 서예도 또한 그림도 마찬가지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보면 소심해져서 선이 기세가 없고 단조로워져 화면이나 공간이 허(虛)해지기 십상이다.
화가 윤종득(ARTIST YOON JONG DEUK,산하 윤종득,山下 尹鍾得,YOON JONG DEUK)은 “숙련이 덜된 상태에서 기분이나 기세만 갖고 운필하면 선은 거칠기만 하고 공간은 산만하고 어지러워져서 운치가 없게 됩니다. 석류가 저절로 익어서 툭 터지듯이 그렇게 되려면 수많은 세월을 붓과 씨름하며 숙련되어져서 손과 붓이 일체가 되어야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붓이란 또 하나의 손인 것이고 마음이기도 합니다.
칼을 어떻게 쓰고 돌은 어떤 것이 좋은가는 차후 문제입니다. 전각의 핵심은 고전을 많이 익혀서 현대의 조형사상을 자기화하는데 그 의의를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