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득 작가의 당호(堂號)는 이득재(聞得齋)이다. 스승이신 근원 김양동 선생께서 지어주셨다. “학창시절 일주일에 서예법첩 두 권 전임하고 전각모각 열개씩 숙제를 해오라고 했는데 거의 하루에 스무 시간 가까이 일주일 내내 작업한 것 같아요. 10년을 그렇게 했는데 그것이 지금작업의 밑거름이 되었다”라고 했다. <사진:권동철>

윤종득 화백 서재는 30년 이상 모아온 서화·전각관련 전문서적이 빼곡했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고전적 자료들이 많은데 작가는 이들 책에서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다. 화실 곳곳엔 여러 종류의 붓들이 잘 정리 되어 있었다.

▲ 호랑이, 54×99㎝, 2016

“손은 마음에 따라 움직이고 붓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하나의 수단이지요. 처음 붓을 산 것이 스무 살 때였는데 당시 5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였죠. 붓을 아끼다보니 쓰고 난 뒤 샴푸로 여러 번 빨아서 먹물이 거의 나오지 않을 때까지 헹구고 빨리 말리려 붓털을 사방으로 벌려서 걸어두었는데 몇 번 그러고 나니 붓털이 거의 다 빠져버리더군요.”

노자(老子)에 심애필대비(甚愛必大費)라 했던가. 너무 지나치게 사랑하고 아끼면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른다. 전각도 서예도 또한 그림도 마찬가지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보면 소심해져서 선이 기세가 없고 단조로워져 화면이나 공간이 허(虛)해지기 십상이다.

▲ 해바라기, 92×54㎝, 2016

화가 윤종득(ARTIST YOON JONG DEUK,산하 윤종득,山下 尹鍾得,YOON JONG DEUK)은 “숙련이 덜된 상태에서 기분이나 기세만 갖고 운필하면 선은 거칠기만 하고 공간은 산만하고 어지러워져서 운치가 없게 됩니다. 석류가 저절로 익어서 툭 터지듯이 그렇게 되려면 수많은 세월을 붓과 씨름하며 숙련되어져서 손과 붓이 일체가 되어야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붓이란 또 하나의 손인 것이고 마음이기도 합니다.

칼을 어떻게 쓰고 돌은 어떤 것이 좋은가는 차후 문제입니다. 전각의 핵심은 고전을 많이 익혀서 현대의 조형사상을 자기화하는데 그 의의를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바라기, 60×88㎝,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