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클라우드 게임 대전이 열리고 있다. 고가의 하드웨어 장비를 구입해 게임을 즐기는 시대에서 클라우드와 연결되면 즉시 다양한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대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클라우드 게임은 레이턴시(연결지연) 등의 이유로 게이머들의 혹평을 받았으나, 이제는 5G로 대표되는 초연결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엔비디아 등 실리콘밸리의 쟁쟁한 ICT 거인들이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격돌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구독 비즈니스 전개를 통해 다양한 전략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누가 이용자의 시간을 두고 넷플릭스와 경쟁할 것인가?’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 구글 크롬캐스트 2세대로 클라우드 게임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스태디아, 애플 아케이드, 지포스나우
구글 코리아는 2016년 3월 2일 서울 강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세대 크롬캐스트를 공개한 바 있다. 다양한 크롬캐스트 존재감이 공개된 가운데 당시 구글 아시아태평양 크롬캐스트 파트너십 총괄이던 미키 김 상무가 흥미로운 시연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현장에서 구글 클라우드로 게임을 연동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크롬캐스트가 파이널판타지 게임을 매끄럽게 가동하는 시연. 레이턴시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클라우드 기반의 게임이 크롬캐스트를 통해 매끄럽게 가동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 코리아가 당시 보여줬던 ICT와 게임의 재해석은, 스태디아의 등장으로 완벽해졌다.

구글은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회의(GDC)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를 발표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까지 직접 나서 스태디아의 강점을 설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다.

정식 출시는 지난 19일 있었다. 한국 및 아시아 지역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미국, 영국, 벨기에, 핀란드,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까지 총 14개국에서 출시됐다. 최초 타이틀은 총 22종이며 툼레이더 프랜차이즈 3종과 데스티니2 등이 스태디아 프로(Stadia Pro)로 묶여 제공된다. 고급 하드웨어에서 가동되는 타이틀이 대부분이고 구글은 월 9.99달러의 구독료를 제시했다. 스태디아 베이스는 무료다.

구글 스태디아는 등장과 동시에 엄청난 관심을 받았으나, 초반 분위기는 엇갈린다. 고사양의 게임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에서 매끄럽게 가동할 수 있다는 호평도 많았지만, 지나치게 적은 숫자의 타이틀과 콘솔 게임 특유의 ‘손 맛’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비스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많은 게이머가 몰리면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가 흔들리는 장면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구글의 고속도로 공사가 끝날 때 까지 현재 차선에 머물러 있으라”는 반응을 내놨다.

한편 애플은 지난 9월 애플 TV 뉴스 플러스 등 다양한 구독 비즈니스 플랫폼과 함께 애플 아케이드도 정식 출시했다. 월 4.99달러만 있으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무겁고 용량이 큰 게임보다 소소한 맛을 살릴 수 있는 ‘라이트 게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 아케이드의 가장 큰 특징은 iOS 생태계와의 시너지로 볼 수 있다. 특유의 폐쇄적인 생태계를 가진 iOS를 바탕으로 애플 아케이드의 기본적인 구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폐쇄적 환경’을 인정하면 개발사 입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애플 아케이드는 앱스토어에 신규등록한 앱과 다른 회사의 게임 플랫폼에 공급하지 않는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 개발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며, 중소 개발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중소 개발사가 독점으로 게임을 공급할 경우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유료게임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LG유플러스와 지포스나우가 만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지포스나우, 아마존, MS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도 예열을 통해 영역 확장을 노리고 있다. 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이미 최대 600여 종의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국내에서 LG유플러스와 만난 장면이 눈길을 끈다. LG유플러스는 9월부터 전국 100곳의 직영점과 메가박스(코엑스, 상암, 하남스타필드)에서 5G 클라우드 게임 체험존을 구축하고 고객체험 확대에도 나선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 손민선 5G신규서비스담당은 “세계 최초의 5G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지포스나우를 고객에게 선보이게 되어 영광”이라며 “게임의 첫 화면을 보시는 순간,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을 실감하시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엑스클라우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세계 각 지역에서 베타 테스트에 돌입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연합했다.

이번 협력은 지난 3월 SK텔레콤 박정호 사장과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MS CEO가 만난 후 업무협약을 맺으며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의 5G 리더십 및 네트워크 경쟁력과 MS의 클라우드 인프라 및 기술 역량을 결합, 5G 기반 클라우드 게임 공동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유영상 MNO사업부장은 “클라우드∙게임 분야의 글로벌 강자인 MS와 전 세계 이통사 중 최초로 5G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한 SK텔레콤의 협력은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차세대 모바일 게임 경험을 제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필 스펜서 MS 게임 총괄 부사장은 “MS가 추진 중인 게임 스트리밍은 약 40년에 걸친 게임 사업 경험과 애저(Azure), MS 연구소(Microsoft Research), 그 외 MS 내 여러 비즈니스 그룹의 투자·자원을 결합한 것으로, 전 세계 게이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며 “SK텔레콤과의 파트너십은 한국 게이머 및 게임 개발사들과 함께 한국의 게임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클라우드 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0년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출시할 전망이며, 구인 사이트에 게임 서비스 담당 전문인력 채용공고를 낸 상태다. 게임 생중계 플랫폼인 트위치를 확보한 상태에서 자체 게임 개발사인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와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 SKT와 MS가 클라우드 게임에서 협력하고 있다. 출처=SKT

“그들은 왜 달려가는가”
실리콘밸리 ICT 거인들이 클라우드 게임으로 돌격을 시작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게임시장의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가의 게임기를 구매할 필요없이 인터넷 연결만 되면 당장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는 5G의 이동통신 인프라 발전과 클라우드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가능했다. 클라우드 게임이 미래의 운영체제로까지 불리는 클라우드의 기술발전과 보폭을 맞추는 장면도 긴 호흡으로 보면 긍정적이다.

시장성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18년 세계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는 1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25년에는 무려 8배가 늘어난 80억달러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클라우드 게임의 기술적인 진화가 이어지는 한편, 구독 비즈니스의 본격적인 ‘만개’도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클라우드 게임은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구독 비즈니스를 가동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의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구글은 유튜브와 스태디아를 연결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며, 애플은 이미 자사의 콘텐츠 기업 로드맵에 애플 TV 플러스 및 애플 아케이드 등 다양한 콘텐츠 방법론을 탑재시키고 있다. 결국 구독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클라우드 및 이동통신 기술의 등장이 역으로 구독 비즈니스의 촉진을 추구하는 현상이 벌어지며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방식이 연출되고 있다. 이는 핵심 생태계를 가진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장악력을 공고히 할 전망이다.

클라우드 게임이 대중화되면,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의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게임과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며 전선 자체가 크게 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실적발표를 하며 자사의 경쟁상대를 디즈니 플러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아닌 ‘게임사’라고 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게임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이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모든 콘텐츠 플랫폼과 싸우겠다는 의지다. 당연히 그 범위에 클라우드 게임도 포함된다. 결국 클라우드 게임이 각자의 생태계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경쟁하며 ‘옥석 가리기’에 나서는 한편 OTT와 같은 이종 콘텐츠 서비스와의 혈투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용자의 시간을 두고 벌이는 ‘한 판 승부’며, 클라우드 게임은 이 전투에서 임하며 만인의 사랑을 받는 게임의 특성상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다만 클라우드 게임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고가의 게임기를 구매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으나, 연결 지속성이 간혹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리스크다. 나아가 콘솔 게임 중심으로 이어진 현 게임시장의 익숙한 패턴을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