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국내 ICT 업계에서 합종연횡은 물론, 하나의 진영을 이뤘던 이들이 갈라져 새로운 도전을 타진하는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치열한 비즈니스의 세계. 이번에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장면을 살펴보자. 3부작이다.

▲ 리니지2M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내 길을 가겠어"
최근 국내 게임업계의 거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의 인연이 업계의 화제다.

세 사람이 하반기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시장 각축전을 시작한 가운데, 야근에 여념이 없는 택진이 형 김택진 대표가 이끄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의 27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세번째 영지 기란에 대한 정보를 지난 12일 공개하며 게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다. 참고로 기란은 아덴 월드 내 최대 상업 도시이자 항구 도시라고 한다. 물회가 그렇게 맛있다고.

퍼플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엔씨소프트의 PC와 모바일 게임의 크로스 플랫폼이자 커뮤니티 강화 채널인 퍼플은 리니지2M을 PC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확장형 플랫폼으로 정의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을 모바일 최초로 4K(3840x2160) 해상도 기반으로 개발했으며, 그 게임의 영역을 대화면으로 옮겨준다는 설명이다.

리니지M이 여전한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 리니지2M까지 출시 초읽기에 들어간 지금, 시장은 달빛을 조각하느라 여념이 없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에 집중하고 있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달빛조각사는 유명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사전 예약에만 230만명이 몰리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22일 깜짝 업데이트까지 단행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여기에 넥슨의 자회사인 넷게임즈는 V4로 시장에 강렬한 충격파를 전했다. 지난 7일 출시된 가운데 승승장구하던 달빛조각사의 앞 날을 막아섰다는 평가다. 그 중심에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세 대표의 인연이다. 모두 엔씨소프트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엔씨소프트 개발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그 유명한 현질의 나라, 아니 바람의 나라는 물론 리니지 개발에서 큰 역할을 수행했다.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도 역시 2007년까지 엔씨소프트에서 활동했다.

물론 게임업계의 특성상 인재의 잦은 이동과 활동반경은 일상 다반사며, 세 사람이 예전에는 동지였으나 지금은 원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엔씨소프트라는 큰 뿌리를 가진 이들이 현재 하반기 MMORPG 시장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서 일합을 겨루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는 말이 나온다.

▲ LG유플러스와 카카오 모빌리티가 만나고 있다. 출처=카카오

"사랑은 변하는 거야"
LG유플러스는 사랑꾼이다. 난데없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등판할 정도로 큰 비난에 직면했으나 중국 화웨이와 기어이 사랑에 빠져 5G 통신장비를 도입했고, 유료방송 측면에서는 모두의 불만을 인지하면서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경험이 있다. 그런 LG유플러스가 인공지능 영역에서는 네이버 클로바와 만나더니, 내비게이션 시장에서는 카카오와 전격적으로 만났다. 영원히 '하나'로 함께하자던 원내비 동맹의 KT를 버리고.

LG유플러스와 카카오는 12일 내비게이션 영역에서 전격적으로 만났다. 지난 9월 양사가 체결한 ‘5G 기반 미래 스마트 교통 분야 서비스’ 협력 MOU 이후 내놓은 1호 서비스다.

LG유플러스와 LG유플러스 알뜰폰(MVNO)을 쓰는 LTE 및 5G 고객들은 앞으로 U+카카오내비 이용 시 제로레이팅을 적용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통신사의 품으로 들어온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강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번 제휴를 통해 LG유플러스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용자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카카오내비의 가장 큰 특징은 카카오T 플랫폼을 이용하는 일반 이용자, 택시기사, 대리기사를 통해 구축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1분 단위의 빠르고 정확한 길안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보다 정확한 예상 소요 시간을 알려주고, 미래 운행 정보 기능을 탑재해 최대 1년까지 미래 특정 시점의 교통 정보도 제공한다.

LG유플러스 모바일서비스2담당 문현일담당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어 기쁘다”며, “향후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협력 사업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LG유플러스는 KT와 함께 원내비를 출시하며 SK텔레콤의 T맵에 맞서는 공동전선을 구축한 바 있다. 실제로 2017년 7월 두 회사는 KT내비와 LG 유플러스의 U+내비를 통합해 ‘원내비(ONE NAVI)’를 출시한다고 밝히며 야심찬 첫 발을 내딛었다.

두 회사는  내비 통합으로 각자 보유하고 있는 목적지 데이터, 누적 교통정보 등 주요 데이터들을 통합하는 한편 새로운 기능도 보여준다는 각오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에 LG유플러스가 카카오의 품으로 달려가며 원내비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사랑은 변하는 법이다. 당분간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의 판도는 카카오내비와 T맵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두 회사의 협력이 진행된 이상 사실상 '하나'의 업체가 평정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 원내비 동맹이 결성되고 있다. 출처=각 사

"나에게 이럴줄이야"
이재웅 쏘카 대표는 국내 ICT 업계의 거인이자, 다음의 창업자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쏘카는 물론 자회사 VCNC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의미심장한 대목은 다음이 카카오와 만나 다음카카오를 거쳐 카카오로 변신하고, 그 자회사로 등장한 카카오 모빌리티의 행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최초 카풀 논쟁 당시 모빌리티 업계를 대표해 택시업계와 맞섰으나, 4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바탕으로 전격적인 연합에 나섰다. 여기까지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 사례다.

다만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만나 현행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공동으로 추구하며 쏘카 VCNC와 거리가 멀어지는 분위기가 연출되어 눈길을 끈다. 이는 현행 플랫폼 택시 전략을 두고 다양한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웅 대표 입장에서는, 택시업계의 손을 잡고 현행 플랫폼 택시 로드맵만 추구하는 '친정' 카카오의 행보가 아쉬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