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올해만 다섯차례 자본확충을 통해 2조원 가까운 '실탄' 확보에 성공했다. 조건부자본증권을 통한 발행 재원으로 비은행 인수합병(M&A) 추진에 속도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올 하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2~3년 이내에 비이자, 비은행, 해외수익 비중을 각각 40% 수준까지 끌어올리자는 의미로 ‘40-40-40’을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비이자수익은 금융당국의 DLF규제 강화와 올해 8월 대규모 DLF손실 여파 등으로 수익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만큼 우리금융그룹이 향후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이사회는 이달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 26일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이어 두 달만에 또다시 자본확충을 진행한 것이다. 이달 후순위채 발행까지 합하면 올 한해 자본확충 규모는 총 1조9000억원에 달한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는 금융권이 자본증대를 목적으로 자본건전성을 높이고 해당 재원으로 목적성 자금(자산운용)에 활용할 수 도 있다. 후순위채의 경우 만기가 5년 미만으로 낮아지면 매년 20%씩 자본인정 규모가 축소되지만 신종자본증권은 자본항목으로 온전히 인정된다.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BIS(국제결제은행기준) 비율을 높이고, 해당재원으로 계열사 비은행부문 규모를 확대하는데에 집중했다. 올해 1월 지주사로 출범한 우리금융그룹은 6월 3000억원의 후순위채를 2.28%에 발행했고, 연이어 7월에 5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3.49%에 발행했다.

두차례의 자본확충을 마친 후 우리금융그룹은 7월24일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에 대한 대주주 변경승인을 마쳤다. 이어 우리은행 산하에 있는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우리종금)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고 7월26일에는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해 부동산신탁업을 시작했다.

국제자산신탁은 올해 4월 동양자산운용·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 성공에 이은 두 번째 비은행 M&A였다. 우리금융은 당시 “종합금융그룹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비은행 확충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자산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23조6000억원의 수탁고를 기록했고,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이 낮아 우리금융그룹이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우리금융그룹

국제자산신탁 인수를 마치고 우리금융그룹은 9월5일 4000억원의 후순위채를 각각 2.13%, 2.20%에 발행했고 같은 달 26일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3.32%에 발행했다. 우리금융은 한달 동안 총 9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진행하면서 자본적정성(BIS비율)이 상승했다. 또한 올초부터 9개월간 M&A와 혁신금융지원을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창업·벤처·중소기업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혁신금융 투자지원은 올 초부터 9월말까지 총 1840억원을 지원해 연내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우리금융은 9월까지 1조7000억원의 자본확충으로 자기자본금액이 올해 1분기 대비 1조6550억원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M&A를 통해 자회사를 인수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7조3880억원 늘어나 전체 자본적정성(BIS)비율이 큰폭으로 오르지는 못했다. 올 3분기 기준 우리금융그룹의 BIS비율은 올1분기 11.06%에서 3분기 11.46%로 0.4%포인트 상승했다. 보완자본(후순위채)을 제외한 기준인 기본자본비율은 3분기 기준 9.43%로 1분기 9.30% 대비 0.23%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우리금융그룹은 우리금융은 올해 6월 D-SIB(시스템적 중요 은행지주)로 지정되면서 연말까지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을 각각 9.5%, 11.5% 이상으로 맞추고 보통주자본비율도 8% 이상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3분기까지 총자본비율이 11.46% 수준으로 기준에 미달했다. 이에 따라 이달 추가로 2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그룹 이번 후순위채 발행과 관련해 “BIS자기자본비율 제고차원”이라면서 “모집된 자금을 지주사 자체 운영자금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후순위채 발행으로 BIS총자본비율이 3분기 대비 0.9%포인트 증가한 11.53%를 기록하고, 보완자본비율도 0.09%포인트 증가해 2.0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 출처=우리금융그룹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위험가중자산 증감과 당기순이익 변동은 감안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에 BIS비율이 연말에도 11.5%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우리금융은 22일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보유중인 우리금융지주 주식 1321만2670주를 글로벌 투자자 등에게 전량 매각했다.

이번에 매각한 주식은 우리카드를 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포괄적 주식 교환 과정에서 상법상 우리은행이 보유하게 된 지주사 주식 물량 총 5.8% 중 잔여 지분 1.8%다. 우리은행 측은 “잔여지분 매각과정에서 지주사와 우리은행의 BIS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도 얻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