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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으로 판을 바꾸는 CEO...최태원 SK 회장SK하이닉스에 이어 SK바이오팜까지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전도사, 혁신의 경영자, 국내 재계 총수의 큰형님 등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그러나 최 회장을 가장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뚝심의 경영자'다.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해 고개를 흔드는 영역에서도 그는 기회를 포착, 억센 의지와 추진력으로 성과를 내고야 마는 강렬한 후각을 가지고 있다.

최 회장의 뚝심을 잘 확인할 수 있는 사례는, SK바이오팜의 성과가 대표적이다. 

SK바이오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정)가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시판 허가를 받은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혁신 신약으로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NDA)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사례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를 내년 2분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엑스코프리의 마케팅과 판매는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는다.

SK바이오팜 성과의 주역은 당연히 조직 구성원들이다. 다만 그 뒤에서 '뚝심'하나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최 회장의 후각이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 최태원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SK

1993년의 도전, 2019년의 성공
“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습니다"

2016년 6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 최 회장은 구성원들의 앞에서 혁신과 패기, 열정을 말했다. 구성원들의 눈은 빛났고, 최 회장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최 회장이 말했다.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습니다.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룹시다" 박수가 쏟아진다.

최 회장의 꿈이 구성원들의 가슴을 울린 후 3년, SK바이오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정)가 미국 FDA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에는 말 그대로 최 회장의 뚝심이 주효했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에서 15년의 기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개에서 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 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엑스코프리 역시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SK바이오팜이 큰 성과를 거뒀다. 출처=갈무리

SK의 제약사업 도전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제약 사업은 고부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인데다, 글로벌 시장에 자체개발 신약 하나 없던 한국에서는 ‘신약주권’을 향한 의미 있는 도전이었으나 SK의 도전은 소위 무모한 도전으로 평가됐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드는 가운데 홀로 신약개발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했다면 절대 꿈 꿀 수 없는 비전이다.

최 회장은 밀어붙였다. 2002년에는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까지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는 한편,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며 힘을 실어줬다.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특히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 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 일각에서는 여전히 "되겠어?"라는 회의적인 말도 나왔다. '최 회장의 바이오 모험은 여기까지'라는 우려까지 회자됐다. 

최 회장은 승부수를 던진다. 카리스바메이트의 좌절이 있던 바로 그 해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화 했다. 이때 역량을 강화했던 SK라이프사이언스가 FDA 승인을 얻은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했고, 발매 이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까지 도맡는 것은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의 일이다. 이후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고, 지금의 성과를 냈다.

   
▲ SK바이오팜이 큰 성과를 거뒀다. 출처=SK

꿈은 계속된다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18년 61억달러(약 7조1400억원)에서 2024년까지 70억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어 SK는 엑스코프리로부터 발생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최 회장의 뚝심은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최 회장은 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공을 들인 바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의 전신인 원료의약품 생산사업부가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온 경쟁력에 주목한 것이다.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였다.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M&A에 성공하면서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수 1년만인 지난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을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SK㈜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SK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임형택 기자

최 회장의 DNA, SK의 DNA
사실 최 회장의 뚝심 경영은 비단 SK바이오팜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SK하이닉스 탄생에도 최 회장의 강한 집념이 배어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은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49년 세워진 국도건설(주)이다. 그리고 1983년 현대그룹이 국도건설(주)을 인수하며 현대전자산업(주)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다. 당시 현대그룹 입장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을 정도의 부지를 가진 곳은 국도건설(주)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전자산업(주)은 1985년 256Kb D램을 만들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략을 알렸다. 1986년 반도체연구소를 세웠고 1996년 12월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기에 이르렀다. 또 1999년에는 정부의 빅딜 프로젝트에 힘입어 LG반도체까지 흡수합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현대전자산업(주)은 위기에 직면했다. 수익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1년 3월 회사 이름을 현대전자에서 (주)하이닉스반도체로 바꿨으며, 그해 8월 현대그룹은 (주)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경영권 포기 각서를 쓰기에 이른다.

이후 2004년 (주)하이닉스반도체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했으나 모기업이 없는 상태에서 원천적인 성장 동력을 제고하기가 힘들었다. 효성그룹과 STX가 인수를 타진하기는 했으나 모두 무위에 그치는 아픔도 겪었다. 이 지점에서 SK텔레콤이 2011년 11월 채권단에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고, 2012년 2월14일, SK가 (주)하이닉스 반도체를 손에 넣었다.

SK의 SK하이닉스 인수는 모험에 가까웠다. 내수시장에 특화되었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나름의 활로를 찾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리스크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반도체에 대한 이해는 전무했고, 또 SK가 이를 효과적으로 끌어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했던 최태원 회장은 과감한 배팅에 나섰고, 이는 결론적으로 성공했다. 

당시 반도체 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장면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밤을 새워 공부하고 있다"며 웃었던 최태원 회장이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승승장구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으며, 지금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인수전에서도 잘 드러난다.

   
▲ 최태원 회장이 구성원들과 식사자리에서 행복토크를 하고 있다. 출처=SK

물론 SK의 모든 성과가 최 회장의 공로는 아니다. 그러나 최 회장이 뚝심의 경영을 바탕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에 강력한 인내와 끈기, 비전을 심어준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면서 '서든데스'의 시대를 대비하는 유연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SK 전체가 클라우드에 올라타며 종합 ICT 플랫폼 회사로 발전하는 장면도 이러한 최 회장의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경영인와 동시대를 살며 그가 이뤄내는 성과를 즐기는 것도 분명 기분좋은 일이다. 최 회장의 경영 DNA와, SK의 DNA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1.22  10: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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